[김의호 칼럼]야권의 ‘챔피언십시리즈’

[김의호 칼럼]야권의 ‘챔피언십시리즈’

  • 기자명 김의호 더퍼블릭 논설위원
  • 입력 2021.02.0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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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의호 더퍼블릭 논설위원

[더퍼블릭 = 김의호 더퍼블릭 논설위원]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는 아메리칸리그의 우승팀과 내셔널리그의 우승팀이 맞붙게 된다. 이 두 리그의 우승팀을 가려내는 과정이 챔피언십시리즈다. 지난해 최지만의 소속팀 템파베이가 아메리칸리그를 석권하면서 이 시리즈는 한때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 간 제3지대 경선이 성사되었다. 산만하던 후보 단일화 방식 논의가 금태섭 의원의 제안으로 말끔하게 정돈된 셈이다. 앞으로 국민의힘과 병행해 경선을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국민의힘 승자와 제3지대 승자가 최종 경선을 벌여 야권 단일후보를 정하게 된다. 챔피언십시리즈 정치버전이 개막된 것이다.

그간 안철수 대표는 줄곧 자신으로의 후보 단일화를 고집해 왔다. 단일후보 자처, 조기 단일화 주장, 개방형 경선 제안 등 메시지의 표피만 조금씩 바꿔왔을 뿐이다. 조기 단일화 압박 공세에 일부 언론과 유튜브매체까지 가세해주는 좋은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지지층의 불안을 이유로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의 단일화 방식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은 여론의 수긍을 얻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이슈 피로감만을 불러왔다.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국민의힘이 경선 대열을 갖추면서 그가 점화시킨 단일화 화두는 급격히 식어갔다. 그의 당 조직 상황도 말이 아니었다. 작년까지 200명에 달했던 지역위원장 중 남은 사람은 열 명이 채 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그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2월 제1야당의 경선 밴드왜건에 맞서 여론의 주목을 되찾아올 뚜렷한 소재가 없다는 점은 아마 가장 곤혹스런 부분이었을 것이다.

제3지대 경선론이 마뜩치는 않지만 그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지였다. 체급차가 큰 금태섭 전 의원과의 1:1 경선의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 시대전환의 조정훈을 참여시켜 중도진영의 맏형 이미지를 연출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역(逆)제안을 해서 자신이 주도하는 모양을 굳이 만들려 한 점도, 자신은 A리그로, 국민의힘은 B리그라는 다소 억지스런 명명도 그의 궁박한 정치 처지를 역설적으로 자인한 것이다.

안철수 대표를 다소 길게 서술한 것은, 그가 야권 후보 단일화 성사에 이르기까지 최대 변수가 될 것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후보 단일화로 가는 분명한 경로가 짜졌다. 야권으로서는 공전하던 단일화 논의에 마침표를 찍고 경선 과정에 대한 여론 주목도를 올릴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확보했다.

언택트 환경에서 토론의 비중이 커짐으로써 과거에 비해 후보 간 비교가 더욱 명징하게 드러날 것이다. 이에 따라 후보들 간에 이미지, 컨텐츠, 메시지 전달방식에서 유례없는 치열한 차별성 경쟁을 보이게 될 것이다.

양(兩) 리그 간에 흥행성 경쟁도 관전 포인트다. 보궐선거가 시장의 성(性)스캔들이 원인인 만큼 시정 문제 전반을 비롯해 부동산 폭등, 청년 실업, 방역 실패에 대한 진단과 대책 평가로 리그의 승부가 갈리게 되리라 본다. 리그 간의 경쟁이 최종 경선의 승부를 가늠케 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챔피언십시리즈의 흥행이 후속되는 월드시리즈의 성공을 담보하듯이 말이다.

한국 정당사에서 처음으로 기록될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챔피언십시리즈가 사회정의와 민생경제를 재건하는 희망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더퍼블릭 / 김의호 더퍼블릭 논설위원 webmaster@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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