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수 “지자체장 시험지 미리보고 답안지 제출하는 꼴”

서범수 “지자체장 시험지 미리보고 답안지 제출하는 꼴”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0.08.0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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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전국 지자체 5곳 중 1곳 꼴로 지방의원의 질의서를 통째로 지방자치단체장이 사전에 제출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인천광역시의회, 울산광역시의회, 세종특별자치시의회, 충청북도의회, 충청남도의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등 광역의회 6곳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 입장에서는 시험지를 미리 보고 답안지를 제출하는 꼴이어서 제도개선이 시급히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3일 미래통합당 서범수 의원이 전국 243개(광역 17개, 기초 226개)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의회 회의규칙 및 질의서 사전제출 범위’에 따르면, 광역의회 6개(인천광역시, 울산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충청북도, 충청남도, 제주특별자치도), 기초 47개 등 총 53개(21.8%)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방의원의 시군구정에 관한 ‘질의서 일체’를 질의 이전에 사전 제출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질의 요지’를 구체적으로 제출받고 있는 곳이 183개(75.3%)로 가장 많았다. 이 경우에도 거의 대부분이 ‘구체적인 질문내용과 질의 소요시간을 24~72시간 전’에 제출하고 있었다.

특히 일부지자체의 경우 관례상 질의서를 통째로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의요지만 구체적으로 제출받고 있다’고 허위 답변한 지자체도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 지자체를 통한 전수조사뿐만 아니라 질의를 하는 지방의원들을 통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서범수 의원실의 입장이다.

실제 서범수 의원실에서 전국의 여러 군데 지방의원들에게 직접 확인하였을 때에는 질의서를 통째로 준다고 답변 받았지만, 해당 지자체의 답변에는 ‘질의서 요지만 구체적으로 받는다’고 한 경우가 꽤 있어, 행정안전부의 전수조사 필요성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그 외 질의서의 ‘제목’ 정도만 제출받는 곳이 전라북도, 동작구, 관악구, 서초구, 익산시 5곳 (2.1%), 사전제출 관련 별도 규정이 없는 경기 과천시의회, 전북 진안군의회 2곳(0.8%)의 순으로 나타났다.

위 7개 지방의회를 제외하면 전국 243개 지자체 중 236개(약 97.1%) 지자체에서 질의서의 구체적 내용을 사전에 제출받아 지방행정부가 답변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지방의원의 질의 의도와 전략이 사전에 모두 노출되고 있어, 의회의 고유기능인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회 운영은 국회법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따르고 있으며, 질의서 사전제출 관련 규정은 행정안전부의 ‘시도 지방의회 회의규칙’ 권고를 바탕으로 각 지자체별로 자율적으로 질의서 제출의 시한, 범위 등을 상이하게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 서범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의 ‘시도 지방의회 회의규칙’의 위임범위를 훨씬 넘어 지방의원들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서범수 의원은 “지방행정부의 성실한 답변을 받을 필요가 있는 질의내용은 사전에 제출하여 충분히 숙지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만, 또 한편으로 비판과 견제 감시기능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방의원이 판단할 경우 질의서를 사전에 통째로 제출하지 않고 제목이나 간단한 요약정도만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며 “지역민을 대변하는 지방의원의 양심적이고 독자적 판단에 따라 질의서 사전 제출범위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취지에 더욱 부합하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 의원은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행정안전부가 전국 243개 지방의회에 대한 전수조사 및 실태 파악을 할 필요성이 있으며, 앞으로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서 지방의회의 견제와 감시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질의서를 사전에 통째로 제출’하는 관행을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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