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박사의 안보칼럼]고성지역 ‘헤엄귀순’ 사건은 군의 경계실패

[장순휘 박사의 안보칼럼]고성지역 ‘헤엄귀순’ 사건은 군의 경계실패

  • 기자명 장순휘 정치학박사
  • 입력 2021.02.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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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7일 우리 군이 어제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을 확보한 인원(귀순 추정)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했다며 해상을 통해 GOP(일반전초) 이남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더퍼블릭 = 장순휘 정치학박사] 지난 16일 22사단 책임지역 내 고성인근 민통선에서 붙잡힌 북한 남성의 행적에 관하여 의문이 꼬리는 무는 가운데 군 당국의 해명 아닌 변명이 문제가 되고 있다.

북한 남성의 북에서 남으로 이동한 동선(動線)을 보면 우선 북한 해안을 출발하여 근해상으로 진출한 후 해류를 따라서 남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NLL(북방한계선)을 통과하여 22사단 경계근무지역 해안으로 접근하여 과감하게 철책 배수로를 통하여 내륙으로 진입한 것이다. 이 행적의 10시간을 다중경계시스템으로 철통경계하고 있다는 군을 희롱하듯이 해안으로 걸어서 침투에 성공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지난 19일 합참에서는 작년 7월 인천 강화 교동도에서 탈북민의 ‘배수로 월북’ 사건 이후 전군에 “수문과 배수로 등 경계 취약시설을 철저히 점검하고 보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면서 이에 22사단도 책임지역을 점검하고 ‘경계구역 내 배수로를 점검한 결과 이상없다’고 8군단에 보고를 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점검한 결과 “22사단 배수로 48곳 중 (북한 남성이 통과한) 해당 배수로만 보완이 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니 참 기가 막힌 경계점검 시스템이라고 할 것이다.

22사단은 어떤 변명으로도 이 경계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해당 배수로만 보강조치를 안했다는 이유는 통일전망대 인근지역이 과거 6.25전쟁 당시 미확인 지뢰지대였기 때문에 작업을 못했다고 하는데 한심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군의 공식발표에 의하면 북한 남성은 통일전망대 후방쪽 군 시설과 민가를 그대로 지나쳐 내륙으로 5Km를 도보로 이동했고, 야산에서는 낙엽을 덮고 휴식을 취하는 특수부대원의 훈련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우리 군의 해안경계 실패가 반복되는 점은 우려의 수준이 넘어서 심각하다. 지난해 5월 21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해변을 통해 밀입국한 8명 사건은 해안경계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실망을 주었고, 다시는 이와 같은 경계 실패가 재발하지 않도록 반면교사(反面敎師)를 삼고 해경과 군관계자를 엄중문책하고 전반적인 해상감시시스템을 보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사건을 조사한 합참의 발표에 따르면 이동과정에서 해안레이더 6회, 해안복합감시카메라 4회, 열상감시장비(TOD) 3회 등 모두 13차례 침투징후가 포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무자의 기강해이로 경계실패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당연히 경계실패의 교훈을 전 해안부대가 공유하는 했을 것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으로 합참의 보완책이 무인항공기(UAV)·드론활용한 수색정찰 강화, 해안지역 순찰조 보강, 레이다·감시카메라·TOD운용체계 최적화, 운용요원의 전문성 향상 등을 발표했고, 전 해안경계부대가 경계시스템을 보강했을 것이다.

해안 경계시스템은 해군의 원해(遠海) 해상경계와 근해(近海)감시망 그리고 육군 해안부대의 해안선경계 및 해경의 근해감시망 등 다중경계망이 작동중이다. 특히 동해는 해안선 가까이 바위나 소규모 섬과 같은 경계사각지대가 거의 없어서 해안으로 접군하는 ‘움직이는 물체’는 레이다 스코프 상에 포착확률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육군의 해안경계시스템은 20Km이내 해상의 선박과 이동물체를 감시하는 레이다기지(R/D Site)가 해안선을 따라 중복감시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식별되는 물체는 레이다 스코프에 실시간 위치를 표정하여 추적하고 대공용의점이나 의아물체로 인식이 되면 즉각 해안 경계부대로 비상을 발령하고 현장으로 출동시켜 체포나 격멸하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이번 동해안 고성해안지역 북한 남성 침투사건은 해안경계의 총체적인 경계실패로 평가되어도 할 말이 없다. 한마디로 다들 졸았다는 얘기다.

육군본부는 병력에 의한 원시적 육안감시보다 경계과학화로 가야한다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엄청난 예산의 투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연전연패의 경계실패를 저지르는 것은 군 지휘부의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모습이라 할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처럼 경계병사의 과오로만 보지말고 군 장교들의 근무자세가 변화하는 성찰의 계기도 되어야 한다. 장교들이 똑바로 근무 안하는데 병들이 하겠는가?

2019년 북한 목선 삼척항 무단접안사건과 지난해 5월 태안해안 소형보트 침투사건 그리고 11월에 철책귀순사건에 이은 이 사건은 우리 군의 심각한 근무기강해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군당국은 총체적인 경계시스템을 재점검하고 근무기강확립차원의 일벌백계(一罰百戒)해서 경계실패의 고리를 끊기 바란다.

<이미지=연합뉴스>

더퍼블릭 / 장순휘 정치학박사 webmaster@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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