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먹거리 가격 인상…소비자들은 왜 롯데제과에 뿔이 났나?

김다정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4 10:41:31
제과업계 ‘호황’이라는데, 롯데제과 ‘나홀로’ 인상

추석 명절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계 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까지 강타하면서 장바구니 물가에도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한가위 작황에 역대급 악재가 덮치면서 올 추석 장바구니 물가는 지난해보다 평균 20% 가량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당장 이달 말 추석을 앞둔 주요 성수품 가격뿐 아니라 최근 식품업계도 줄줄이 가격인상에 동참하면서 소비자들의 ‘한숨’은 깊어져가고 있다.  

 

식품업계는 원부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 등으로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지만 소비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만큼 이번 가격인상에 대해 불만도 커지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의 비난 여론은 ‘롯데제과’를 정조준하고 있다. 가격인상의 근거가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롯데제과의 가격인상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악화를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려는 ‘꼼수 인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에 <더퍼블릭>은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가격인상을 단행한 롯데제과의 속내에 대해 들여다봤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롯데제과는 지난 1일차로 목캔디와 찰떡파이의 가격을 평균 10.8% 인상했다. 이에 따라 작은 상자에 들어 있는 목캔디는 권장소비자가격 기준으로 8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랐다.


대용량 제품들은 가격을 유지하고 용량만 축소했다. 사실상 가격인상이다. 인상 과정에서 목캔디는 최근 2년동안 최대 25%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둥근 용기 타입 목캔디는 137g에서 122g으로, 대형 봉타입은 243g에서 217g으로 줄었다. 찰떡파이도 6개들이는 225g에서 210g, 10개들이는 375g에서 350g으로 줄였다.  

 

특히 갑 타입은 최근 3년간 43%나 비싸졌다. 찰떡파이는 용량을 축소하는 방법으로 7.1%의 가격 인상 효과를 보였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이같은 조치는 각종 원부자재 가격 및 인건비, 판촉비 등의 상승으로 경영 제반 환경 악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제과는 지난 6월에도 아이스크림 브랜드 나뚜루의 파인드·컵 등 가격을 평균 10.5% 인상했다. 권장소비자가격 기준으로 바와 컵은 3900원에서 4300원, 콘은 3800원에서 4300원, 파인트는 1만500원에서 1만1600원으로 올렸다.


롯데제과는 당시에도 인건비, 판촉비 및 각종 원부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경영 제반 환경 악화를 가격 인상 이유로 들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경영제반 좋아져…가격인상 근거 부족”

롯데제과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냥 ‘한숨’만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먹거리 굳이 ‘깜짝 인상’을 단행했어야 하냐는 것이다.


이전에도 식품업계의 가격인상은 소비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한몸에 받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유독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품목 위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롯데제과가 가격을 올린 캔디·초콜릿·아이스크림 등 간식류는 ‘집콕족’이 늘면서 올해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야외활동이 제한되고,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군것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다.


특히 이번에 가격이 오른 목캔디의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결과적으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제과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린 것이다.


경기가 침체 된 상황에서 오히려 수요가 증가한 품목 위주로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단연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들어 롯데제과가 잇따라 가격인상을 단행한 것을 두고 코로나19 여파로 물가 당국의 견제가 느슨해지자 롯데가 기습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회사가 제시한 가격인상의 근거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2년간 원재료 가격은 하락했고, 인건비와 판촉비도 감소해 경영제반은 오히려 좋아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롯데제과 사업보고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목캔디의 주원료로 파악되는 설탕류는 최근 2년간 가격이 11.7%의 가격 하락률로 나타났다. 찰떡파이의 주요 원재료의 평균 하락률은 7.1%에 이르렀다.


실제로 밀가루 원가는 올해 1분기 1bus(부셀)당 5.49달러에서 2분기 5.17달러로 떨어졌다. 원당 가격도 1분기 1lbs(엘비에스)당 13.7센트에서 10.9센트로 감소했다.


생산비용에 포함되는 인건비와 판매촉진비 등도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 2019년과 2020년의 동기간 종업원 급여는 3% 감소했다. 동기간 판매촉진비의 경우도 6.5% 감소했다.


반면 롯데제과의 영업이익은 2019년 반기 대비 38.9% 증가해 회사의 경영제반 환경은 오히려 좋아졌다는 것이 소비자단체협의회의 지적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롯데제과의 불합리한 가격 인상은 다른 제과업계의 연쇄적 가격 인상을 불러올 수 있다”며 “롯데제과가 사실과 다른 이유로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에게 고통을 주고 단기적 기업 이익 확보에만 신경쓰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나홀로 ‘하락세’…가격인상 불씨 당겼나?

소비자단체가 가격인상 근거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롯데제과의 가격인상은 더욱 설득력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롯데제과의 가격인상의 명분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

 

제과업계가 코로나19로 특수를 누는 상황에서 롯데제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가격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려는 노림수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제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익성 향상을 위한 구조 개선을 천명했다.


롯데제과 민영기 대표는 올해 초 정기주주총회에서 “수익성 향상을 위한 구조 개선 노력 지속, 업무 프로세스 및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통한 디지털 워크 플레이스 조성, 기존 핵심브랜드의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 글로벌 사업 활성화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의지와는 다르게 롯데제과는 올해 상반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증가하긴 했으나 매출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는 매출을 극대화 시켜 단위당 생산원가를 낮춘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렸다기보다는 비용감축과 구조조정을 통해 이뤄낸 성과라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인건비 절감으로 상반기에만 50억원 이상 줄였다.


롯데제과는 올해 상반기 실적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9987억원, 43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3.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2% 증가했다.


비교적 무난한 성적으로 보여지지만 ‘라이벌’인 오리온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오리온은 올해 상반기 실적으로 매출액 1조549억원, 영업이익 183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12.6%, 43.5% 상승한 수치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분기만 보더라도 롯데제과는 지난 2분기 연결기준 매출 4969억원과 영업이익 254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9%와 7% 감소했다.

 

경쟁사인 크라운해태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47억원에서 212억원으로 약 50%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해외서도 ‘명암’ 갈려…코로나19 직격탄 맞았다

롯데제과 입장에서는 상반기 영업이익도 ‘허리띠 졸라매기’를 통해 이뤄낸 만큼 가격인상의 명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살림살이가 팍팍한 상황에서 그나마 호황을 누린 롯데제과가 가격인상을 통해 경쟁사 대비 뒤처진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더욱이 롯데제과의 수익성 악화에는 ‘해외사업의 줄적자’가 크게 한 몫하면서 마치 해외에서 낸 손실을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메꾸려는 의도로도 보이는 것이다.


롯데제과는 2004년 인도 현지 제과업체인 패리스(Parrys)사 인수를 시작으로 현지회사 인수를 통해 독자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해왔다. 오리온 등 경쟁사들이 자사 제품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 것과는 반대의 전략이다.


현지 기업을 인수한 덕에 롯데제과의 해외실적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성장해왔다. 지난해에는 해외시장에서만 약 6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순이익은 490억원 정도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상반기 해외 자회사 매출은 2600억원, 순이익은 6억2000만원이다. 간신히 적자를 면한 수준이다.

 

이는 인도·카자흐스탄 등 현지 자회사의 생산공장이 셧다운 되면서 로컬 제품을 만들지 못한 결과다


반면 자사 제품을 통해 해외진출을 시도한 오리온의 경우 해외법인이 두 자릿수 이상 눈에 뜨게 성장했다.


중국 법인의 경우 상반기 매출은 15.1%, 영업이익은 54.1% 증가했다. 베트남 법인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22%, 106.5% 증가했다. 러시아 법인은 상반기 매출 26.5%, 영업이익 105.4% 성장을 기록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두 회사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다. 때문에 경쟁업체들은 가만히 있는 상황에서 롯데제과만 ‘나홀로’ 가격인상에 나선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온과 해태제과 등 경쟁사들이 가격인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나홀로 인상에 나선 롯데제과에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모양새”라며 “수익성 제고는 기업의 최우선 가치이긴 하지만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납득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92ddang@thepublic.kr

 

[ⓒ 더퍼블릭.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