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소홀 불러온 다단계하도급…‘광주붕괴사태’ 정몽규號 HDC현산, 향후 정비사업 차질 불가피

안전소홀 불러온 다단계하도급…‘광주붕괴사태’ 정몽규號 HDC현산, 향후 정비사업 차질 불가피

  • 기자명 홍찬영
  • 입력 2021.06.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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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광주 철거 건물이 붕괴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서는 안전이 소홀했다는 정황이 속속 나오면서, 작업장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안전소홀은 하도급 업체관리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HDC현산으로부터 건물 철거 하도급을 받은 업체는 또 다른 업체에 재하도급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계약금 42억원이 사라져, 안전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건설업체가 방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해 붕괴참사를 불러온 것 아니냐는 시선이 커진다.

공사를 강행했던건 하도급이지만 HDC현산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고의 최종 책임은 현장을 지휘·감독하는 HDC현산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HDC현산의 향후 정비사업도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비사업에서 조합원들이 시공사를 고르는 기준은 무엇보다 건설사의 이미지다.

그러나 이번 붕괴사고로 드러난 안전소홀과 불법 하도급 등의 문제는 HDC현산의 신뢰를 크게 격추시키는 꼴이 돼버린 것이다.

<더퍼블릭>은 HDC현산의 광주붕괴 사태에 대해 더 자세히 파헤쳐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해체 순서 무시, 관리자도 없었다…‘안전불감증’ 논란 대두 


▲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를 두고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는 지난 9일 발생했다.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 있는 5층 건물이 붕괴되면서 정류장에 정차한 버스를 덮친 것이다. 이 사고로 버스에 있던 17명 가운데 9명이 숨졌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 사고는 시공업체가 관리 감독 등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일어나지 않을 참사였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론이다. 실제 사고가 발생한 당일 때부터, 안전 조처에 소홀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우선 시공업체는 구청에 제출한 건물 해체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5층부터 3층까지 순서대로 철거한다는 계획과 달리 3층 아래를 먼저 허문 것이다. 

이는 수직·수평 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철거 방식이다.또한 철거 전 인도만 통제하고 차량 통행을 막거나 최소화하지 않았으며 승강장 위치를 옮기지 않은 점 등이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기에 철거 상황을 점검해야 할 감리자도 붕괴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져 ‘안점불감증’ 논란은 걷잡을 수 없게 커지게 됐다.

하도급에 재하도급…날아간 42억원 공사비 


 

이같은 안전소홀은 하도급에 재하도급이 이뤄지면서 파생된 결과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권순호 HDC현산 대표이사는 지난 10일 광주시청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재하청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와는 다른 정황이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 등에 따르면 HDC현산은 이번 붕괴 사고가 발생한 건축물 해체 작업을 하청업체인 한솔기업에 공사를 맡겼는데, 한솔은 또 다시 광주지역 업체인 백솔건설 측에 재하청을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현대산업개발은 한솔기업에 철거공사를 맡기면서 54억원에 계약했다. 그러나 한솔기업에서 백솔건설로 내려갈때는 12억원이 됐다. 다단계 하도급을 거치면서 42억원이 사라진 것.

경찰은 이같은 다단계 방식의 하도급이 철거 건물 붕괴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공사 기간에 쫓기면 불법 하도급 구조가 생겨, 빠르게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암암리에 재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하청업체가 재하도급을 주는 것이 금지돼 있다. 이번 붕괴사고 때처럼 하청업체가 수수료만 챙긴 뒤 재하도급을 주는 방식이 관행처럼 이뤄져 사고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HDC현산 현장 관계자, 철거업체 관계자, 감리회사 관계자 등 14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특히 이 가운데 굴착기 기사인 백솔건설 대표와, 현장 공사 책임자인 한솔기업 현장 소장 2명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이 2명은 광주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계획서를 무시, 무리한 공사를 강행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정부도 이와 관련 ‘건설안전특별법’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은 인명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시공사, 발주처, 설계, 감리 등 공사 참여자 전반에 형사 책임을 묻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재 사건 중심으로 사업자를 처벌하는 내용이라면, 특별법은 인명 사고와 관련한 모두가 처벌이 대상이 된다.

사과는 했지만…불거지는 정몽규 회장 ‘책임론’


▲ HDC 정몽규 회장

 

HDC현산의 책임자들은 사고 즉시 공식 사과를 표명했지만, 법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철거작업을 한건 하청업체지만 HDC현산이 사업 총괄 관리책임자라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공사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준하는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DC현산 권순호 대표는 사고 당일 현장을 찾아 사과했다. 권순호 대표는 "일어나선 안 될 사고가 일어났다"며 "사고원인이 조속히 밝혀지도록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 역시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번 사고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유가족 피해 회복과 조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전사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고에 대한 중대한 책임은 정몽규 회장이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은 지주사인 HDC가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HDC의 최대주주는 정몽규 회장(33.68%)이기 때문이다.

사고 조사결과 원인이 인재로 밝혀진다면, 정 회장과 HDC현산은 세간의 비난의 화살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그늘에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시선도 커지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안전조처 의무를 위반해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원청업체 사업자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해당 법안은 지난 1월 국회에서 의결됐다.

다만 해당 법안 내년부터 본격 시행됨에 따라, 이번 사고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HDC현산은 중대재해법 못지 않는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사고의 원인으로 제기되는 철거공사 원청 하도급 문제, 공사 방식의 문제 등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내년에 시행될 예정인 중대재해법에 준하는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 참여자치21은 “어이없는 사고의 원인을 엄정하게 수사해 책임자를 처벌하라”며 “무고한 시민 17명이 사상한 만큼 철거업체 대표와 현장 소장을 처벌하는 등 ‘꼬리 자르기’로 넘기지 말고 원청인 현대산업개발의 안전관리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건설업계가 이번 사고로 중대재해법을 반대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그간 건설업계는 안전사고가 발생한 기업의 총수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며 반대를 해왔다.

특히 건설업계는 사망사고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중대재해법 도입 시기를 늦추자고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시공능력평가 7위인 현산이 이번에 대형사고를 내면서, 중대재해법 완화를 요구할 명분도 약해진 모습이다.

신뢰 잃은 HDC현산…정비사업에 제동 걸리나 



이번 사고로 HDC현산의 향후 정비사업에도 큰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건설업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수주가 지지부진한 탓에, 국내 정비사업을 따내기 위해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추세다.

정비사업 수주는 조합원들 투표를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건설사의 이미지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HDC현산은 이번 안전조처 소홀 논란이 크게 번지면서 향후 사업자를 선정할 때 신뢰성 부분에서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엇보다 HDC현산의 경우 주택 및 일반건축 사업 매출 비중이 80%를 넘으며 여타 건설사와 달리 토목과 플랜트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더욱 국내 정비사업에 주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앞선 잡음은 향후 실적에 타격이 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HDC현산에 영업정지가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에서 많은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인근 지역에 중대한 피해를 주는 사고 발생하면 영업정지 제재를 요청할 수 있다. 노동부의 요청에 따라 국토부는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건설사업자에 6개월 이내의 영업정지를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아울러 재하도급법을 위반한 경우에도 영업정지 4개월 또는 과징금,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여 등의 처벌이 적용된다.

HDC현산은 이 조건들이 모두 해당돼 결국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이 확실시 되면서, 위기를 어떻게 딛고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숙제가 남겨졌다.

총체적 난국에 놓인 현 상황을 조금이나마 타파하기 위해선,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명히 인지하고 향후 조치에 대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시각이 모아진다.

아울러 정부 역시 충실하게 근로감독을 진행해 중대재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 

더퍼블릭 / 홍찬영 chanyeong841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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