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재벌해체 주장했던 이재명…대기업 공장서 신년기자회견

과거 재벌해체 주장했던 이재명…대기업 공장서 신년기자회견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2.01.0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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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4일 오전 경기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옛 기아차 소하리공장)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대전환과 국민 대도약을 위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4일 ▶코로나19 감염병 ▶저성장‧양극화 ▶기후위기 ▶미‧중 패권경쟁 등을 4대 위기로 규정하고 “국민여러분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 대도약 시대를 열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에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통령선거는 위기의 대한민국,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를 결정하는 선거”라며 이와 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우선 코로나19 위기와 관련해 “방역현장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고 다시 강화된 거리두기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절박한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방역모범국가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일상회복을 체감하는 코로나 완전 극복국가를 목표로 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현장 의견을 우선하는 효율적인 방역‧의료 거버넌스 구축, 백신과 치료제 확보 및 개발 투자, 24시간 코로나 검사소 확대, 확진자 응급수술 지원과 산모·신생아를 위한 전담병원 지정 등을 약속했다.

또 국가의 책임과 보상 강화를 위해 ‘부분 아닌 전부, 사후가 아닌 사전, 금융보다 재정지원’이라는 3원칙으로 방역협조에 따른 피해를 온전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코로나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선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위한 국회 논의를 여야에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저성장‧양극화 위기 극복과 관련해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 해소, 내부거래와 시장독과점, 갑질과 기술탈취 등 불공정한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각 분야에서 힘의 균형을 회복하는 ‘공정성장’과 국가적 대투자를 통한 ‘전환성장’ 등 기회의 총량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늘어난 기회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국민 누구나 현실에 짓눌리지 않고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동수당을 만 18세까지 아동청소년수당으로 확대, 은퇴 이후 소득 공백 지원, 농민기본소득 및 문화예술인 창작활동 지원 등을 거론했다.

아울러 “기본적인 삶의 공간으로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주거정책을 만들겠다”며 “가난한 사람도 배제되지 않는 금융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기후위기 대책과 관련해선 “이재명 정부는 햇빛과 바람이 달리는 에너지고속도로를 만들어 탄소중립 사회의 토대를 닦겠다”며 “산업구조 전환과 기술혁신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수소경제로의 이행과 에너지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기후위기뿐만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로 가속화한 산업의 디지털 전환 등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지금 전세계가 치열한 경쟁 중인데, 이에 대비한 과학기술혁신 전략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겠다”며 “기술주도권 확보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국가투자를 실시하겠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환성장을 통해 선도국가를 향한 ‘국민 대도약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미‧중경쟁에 따른 위기 대책에 대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고도의 외교력이 필요한 시기인데, 이런 관점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 우리에게 꼭 필요한 파트너”라며 “이념과 선택의 논리를 뛰어넘는 ‘국익중심 실용외교’로 미·중 패권경쟁 위기를 극복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국민 대도약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재명 정부는 ▶코로나19 ▶저성장·양극화 ▶기후위기 ▶글로벌 패권경쟁 등 안팎으로 직면한 4대 위기를 당당하게 극복하고 종합 국력 세계 5위(G5)를 목표로 국민소득 5만 달러를 향해 나아가겠다”며 “이를 위해 국민통합과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유능한 인재, 좋은 정책이라면 진영과 이념을 가리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삶에 드리웠던 지독한 가난과 장애, 역경과 위기들을 이겨냈던 것처럼 자랑스러운 국민과 함께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해 내겠다”면서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대통령·민생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연한 추진력과 실용적인 자세로 4대 위기를 넘어 국민 대도약 시대를 열겠다”며 “국민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겠다.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하겠다”고 덧붙였다.

과거 재벌해체 주장했던 이재명, 대기업 공장에 신년기자회견…“필요에 따라 ‘친노동’과 ‘친기업’ 사이를 오가는 가벼움”

이재명 후보는 신년기자회견 장소로 기아차 소하리 공장을 택한데 대해 “소하리 공장은 국내 최초의 종합자동차공장으로서 대한민국 경제사의 애환을 품고 있는 곳”이라며 “우리 자동차산업이 태동한 곳이자 1997년 외환위기의 진원지였으며 2001년 김대중 대통령께서 IMF 조기종식을 선언했던 국난극복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현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여년 전 우리는 함께 힘을 모으고 노력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 앞에 당당히 보여줬다”고 부연했다.

이는 소하리 공장이 IMF 국난극복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어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기엔 안성맞춤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과거 반재벌 성향이 강했던 이 후보가 신년기자회견 장소로 대기업 공장을 택한 건 ‘표리부동(表裏不同-겉과 속이 다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는 최근 친기업 성향을 띄고 있지만, 그는 과거 재벌해체를 주장한 대표적 반재벌 인사로 통했다.

대표적 사례로 지난 2017년 1월 23일 제19대 대선출마 기자회견 당시 “1987년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군부독재를 해체했던 것처럼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이 시대 최고권력 ‘재벌체제’를 해체해야 한다”며 “거대 기득권 재벌체제, 정치를 쥐어흔드는 법위의 삼성 족벌체제를 누가 해체할 수 있겠는가”라며, 자신이 재벌체제를 해체할 유일한 적임자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지난 대선에선 재벌체제를 해체할 적임자임을 자처하더니, 이번 대선에서 스탠스를 바꿔 친기업 행보를 연출하고 있다는 것.

이 후보는 지난달 3일 삼성경제연구소를 찾아 “친기업·친노동이 양립 불가능한 게 아니다”라며 자신이 친기업 성향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삼성이 기본소득을 얘기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얘기했다”며, 삼성에 자신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한 수용과 지원을 당부하는 등 사실상 압박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이와 관련, 김은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지난달 5일자 논평을 통해 “여론에 밀려 기본소득 공약 철회하려다가 정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기업의 팔을 비틀어 홍보 대행사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요즘 들어 부쩍 ‘기업 친화적인 정치인’이라 자임하는 이 후보는 5년 전만 해도 재벌체제 해체를 앞장서 주장했었다”며 “일 년 뒤 대선 경선 과정에선 ‘친재벌 인사 영입을 중단하자’고 목소리를 높인 반재벌의 표상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컷 때리다 아쉬우면 손을 내미는 뒷골목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라며 “경제 대통령을 자임하지만, 정작 경제가 제일 질색하는 ‘예측 불가능’한 후보임을 이재명 후보는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필요에 따라 뻔뻔해지는 철학의 가벼움, 필요에 따라 ‘친노동’과 ‘친기업’ 사이를 오가는 정책의 가벼움은 대선을 앞둔 국민의 경계 1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2017년 1월 19일자 페이스북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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