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가족펀드 0원 됐다”더니…금감원에 자산가치 13억원 ‘신고’

조국 “가족펀드 0원 됐다”더니…금감원에 자산가치 13억원 ‘신고’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0.11.2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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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지난해 8월 인사청문원회를 앞두고 14억원이 들어간 가족 펀드가 논란이 되자 “펀드를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쓰도록 기부하겠다”고 발언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일 “펀드에 들어간 돈 모두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결국 기부하겠다는 발언은 지켜지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투자한 펀드는 지난해 7월 해산 당시 금융당국에 약 13억원 가치로 신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서 “어제부터 기자들이 문자를 보내 지난해 일을 다시 질문하며 (펀드)수익이 얼마나 났느냐를 묻기에 간략히 밝힌다”면서 “(아내) 정경심 교수는 자녀에게 각각 5000만원을 증여했고 이 돈을 5촌 시조카 권유에 따라 사모펀드에 넣었다”고 밝혔다.

이어 조 전 장관은 “그러나 작년 사태 이후 문제의 사모펀드 가치가 사실상 0이 돼 펀드에 들어간 돈 모두가 사라졌다”며 “큰돈을 벌기는커녕 큰 손해를 보았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펀드 현황이 조 전 장관 주장과는 다르다.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는 지난 7월 ‘블루코어 밸류업 1호’ 펀드를 해산하면서 순자산(자본 총계)을 약 13억원이라고 금감원에 신고했다. 지분증권(주식) 4억8000만원, 채무증권(빌려준 돈) 9억원에 각종 부채 7860만원을 뺀 나머지 금액이다.

펀드 해산은 투자를 끝내고 펀드에 남아있는 자산을 투자자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며, 해산 시 자산이 13억원이라면 그만큼의 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해산 신고 금액대로라면 조 전 장관 가족이 받아갈 돈은 약 10억원 가량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펀드자산이 금융당국에 신고된 13억원이 아니라 0원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해당 펀드의 투자자는 모두 6명인데, 조 전 장관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와 딸‧아들(10억5000만원), 조 전 장관의 처남과 그의 장·차남(3억5000만원)이다. 투자자 전원이 조 전 장관 가족 및 친척으로 이뤄져 있어서 조국 일가 펀드로 불렸다. 이 펀드를 굴린 회사 코링크PE 실소유주도 조 전 장관의 조카인 조범동씨로 알려졌다.

투자자 전원이 조 전 장관 가족 및 친척이라 ‘조국 일가 펀드’로 불렸다. 이 펀드를 굴린 회사 코링크PE 실소유주도 조 전 장관의 조카인 조범동씨로 알려졌다. 물론펀드가 해산 당시 스스로 평가한 자산 가치만큼의 현금을 확보하려면 펀드가 보유한 주식‧채권 등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펀드 운용사는 펀드에 든 자산의 가치를 13억원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투자자는 그만큼의 값어치를 인정해주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조국 일가 펀드는 주로 비상장사에 투자했기 때문에, 장부에 찍힌 가격과 실제 시장 가격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장부가 13억원의 펀드 가치가 갑자기 0원이 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펀드가 주식을 들고 있는 회사가 죄다 문 닫고, 펀드가 돈을 꿔준 채무자가 단 한 푼도 안 갚았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한다.

조 전 장국은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가족 펀드’ 투자자 논란이 되자 지난해 8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 처와 자식 명의로 된 펀드를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익법인에 모두 기부하겠다”며 “이 사회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쓰이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보여주기식 쇼라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듯 조 전 장관은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잠시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저의 실천”이라며 “전 가족이 함께 고민하여 내린 결정이다. 저의 진심을 믿어주시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펀드 가치를 ‘0원’이라고 주장하면서, 공익법인 기부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조 전 장관은 웅동학원도 기부하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서 윤창현 의원은 “장부가 13억원의 펀드 가치가 순식간에 0원이 됐다는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펀드 기부 약속'을 믿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소상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서 조 전 장관은 “(13억원은) 해산 시 액면가 신고액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사진제공 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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