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2세 ‘계열 분리’ 나설까…농심, 대기업집단 지정에 계열사간 ‘내부거래 해소 시급’

오너2세 ‘계열 분리’ 나설까…농심, 대기업집단 지정에 계열사간 ‘내부거래 해소 시급’

  • 기자명 최태우
  • 입력 2022.04.2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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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거래 비중 줄일 수 있을까…재계선 ‘계열 분리’ 전망

국내 유통기업 농심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향후 계열사간 내부거래에 규제를 받을 전망이다.

그동안 농심은 그룹 내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는데, 이번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으로 인해 내부거래 감소가 시급해졌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은 공시의무 대상 기업집단으로 사익편취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일정 비율 이상이며,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비율이 연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당초 농심은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피하기 위해 고(故) 신춘호 전 회장의 배우자 김낙양 여사의 친인척들이 보유한 우일수산을 계열 분리했지만, 올해는 농심그룹의 유통 계열사 메가마트의 자회사 엔디에스가 유투바이오 지분을 취득하면서 자산이 5조원을 넘었다.

쟤게에선 농심이 계열 분리를 통해 몸집을 축소시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농심홀딩스가 보유한 율촌화학 주식과 신동윤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 주식을 ‘스왑딜(교환거래)’ 방식으로 맞교환 하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농심의 전후 배경과 내부거래 비중에 대해 짚어봤다.

▲사진=연합뉴스


대기업 지정된 농심그룹…자산 총액 5조3790억원

공정위는 27일 ‘2022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발표에서 농심을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신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8년 정부가 대규모 기업집단 기준을 자산총액 2조원에서 5조원으로 늘리면서 대기업 집단에서 제외된 지 14년 만이다.

농심그룹은 자산 총액 5조3790억원으로, 지난해 기준 농심홀딩스, 농심, 율촌화학, 유투바이오 등 상장사 4개와 비상장사 21개, 해외법인 19개 등 총 44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매년 5월 직전 사업연도 대차대조표상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이면 공시대상 기업집단(대기업집단), 10조원 이상이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이에 따라 농심은 올해 회사의 명칭·자본금·자산총액 등 회사의 개요, 계열회사 및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회사의 주식 수, 회사의 국내 회사 주식소유현황 등의 내용을 담은 신고서를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최대주주와 주요 주주 주식 보유 현황 및 변동사항, 임원의 변동 등 회사 소유 지배 구조와 관련된 중요 사항 발생 시 이를 공시해야 하는 등 다양한 공시 의무가 적용된다.

재계에서는 농심이 지난해 대기업집단에 지정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고(故) 신 전 회장의 배우자 김낙양 여사의 친인척들이 보유한 우일수산이 제외되면서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당시 농심은 공정위에 우일수산 주주와 경영진들이 인척 4촌 안에 포함되지만, 농심이 임원을 파견하지 않고 경영에도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집단에서 제외해달라고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

우일수산은 지난 1992년 설립된 조미식품·어육제품 제조업체로, 김 여사의 친인척들인 김정조·정록·창경·정림씨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말 기준 우일수산의 자산총액은 1331억원에 불과했는데, 농심그룹이 우일수산을 분리하면서 그룹 전체 자산총액이 5조원을 밑돌았다. 이에 따라 공정위로부터 대기업집단 지정을 피해갈 수 있었다.

대기업집단 지정에 내부거래 감소 시급

그러나 올해는 대기업집단 지정을 피해갈 수 없었다. 농심그룹의 유통 계열사인 메가마트의 정보기술(IT) 서비스 자회사인 엔디에스가 헬스케어 기업 유투바이오 지분을 신규 취득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농심그룹의 소속 회사수를 24개로 보고 있다. 비금융 회사 22개, 금융회사 2개다. 이에 농심그룹은 이들 24개 계열사 간에 내부거래를 실시할 때 거래내용과 거래금액 등을 공개해야 한다.

문제는 농심 계열사들이 높은 내부거래 비중으로, 과거부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필름 포장재·포장원단, 골판지 등을 생산하는 율촌화학은 지난해 5126억원의 매출 중 2015억원(39.3%)을 특수관계자 거래를 통해 올렸다.

율촌화학의 내부거래(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은 ▲2017년 35.65% ▲2018년 37.24% ▲2019년 38.60% ▲2020년 41.47% ▲2021년 39.30%로, 최근 5년간 증가하다가 지난해 다시 감소했다.

쌀가루 제조 및 판매사인 농심미분도 지난해 137억원의 매출 중 38억원을(27.7%) 특수관계자 거래를 통해 올렸다. 태경농산 역시 지난해 전체 매출액 4133억원 중 2169억원(52.48%)을 특수관계자와 거래했다. 이 중 농심을 통해 올린 매출을 2126억원에 달한다.

최근 5년간 농심미분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7년 41.59% ▲2018년 36.59% ▲2019년 36.36% ▲2020년 33.21% ▲2021년 27.46%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농축수산물 가공 및 스프 제조를 주 사업으로 하는 태경농산은 지난해 413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중 2169억원(52.48%)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최근 5년간 태경농산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7년 61.21% ▲2018년 60.59% ▲2019년 56.87% ▲2020년 58.50% ▲2021년 52.48%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농심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가운데, 오너일가의 지분 보유량 또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농심홀딩스는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이 지분 42.92%를 보유해 최대주주이며, 신동윤 부회장 역시 13.1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율촌화학과 농심미분 경우 오너일가 지분이 각각 65.13%, 100%이며, 태경농산도 농심홀딩스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은 공시의무 대상 기업집단으로 사익편취 규제를 받게 된다.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일정 비율(상장사30%·비상장사 20%) 이상이며,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비율이 연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내부거래 비중 줄일 수 있을까…재계선 ‘계열 분리’ 전망

이에 따라 농심이 계열 분리를 통해 몸집을 축소시키는 작업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농심홀딩스가 보유한 율촌화학 주식과 신동윤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 주식을 ‘스왑딜(교환거래)’ 방식으로 맞교환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신동윤 부회장이 농심홀딩스 지분 13.18%를 처분하는 대가로 율촌화학 지분 31.94%를 매입할 경우, 율촌화학은 신동윤 부회장의 체제가 된다.

3남인 신동익 부회장은 계열분리가 이뤄지면 메가마트를 전담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익 부회장은 현재 메가마트 지분 56.14%를 보유하고 있는데, 메가마트는 농심그룹 계열사 중 지분 관계가 복잡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계열분리 작업이 쉬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동익 부회장이 이끌 수 있는 엔디에스의 계열분리 여부도 주목된다. 엔디에스를 계열분리하기 위해선 오너 3형제의 지분 교환이 우선시 돼야 한다. 엔디에스 최대주주는 53.97%의 지분을 보유한 메가마트지만 신동원 회장이 15.24%, 신동윤 부회장이 11.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농심그룹의 계열분리 모델은 LG그룹이 될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구인회·허만정 공동 창업주가 이끌어온 LG그룹은 지난 2004년 허만정 일가를 중심으로 동업관계를 청산하고 구인회 일가와 허만정 일가로 각각 분리한 바 있다.

이후 GS그룹은 독자 생존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켜나갔고, 희성그룹과 LF, 아워홈, LIG그룹, LS그룹, GS그룹, LX그룹 등이 LG그룹에서 각각 독립했다.

농심그룹 3형제가 계열분리 작업을 단행할 경우 신동원 회장은 농심홀딩스와 농심을, 신동윤 부회장은 율촌화학을, 신동익 부회장은 메가마트를 각각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농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계열사간 거래품목의 가격이 시장 평균치보다 크게 높거나, 낮지 않으면 사익편취 일부 예외 사항에 해당한다. 내부거래 비중은 점차 줄여나갈 계획”이라며 “계열 분리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더퍼블릭 / 최태우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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