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규제 바람직하지 않아” 정부, 알면서도 무리한 ‘강행’

“가계대출 총량규제 바람직하지 않아” 정부, 알면서도 무리한 ‘강행’

  • 기자명 이현정
  • 입력 2021.10.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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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거래약정서(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이현정 기자]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관리로 인한 부작용이 여기저기서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직의 대출금리가 일반 직장인보다 높아지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신용대출보다 높아지는 등 시장원리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2015년 12월 대출 총량관리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리한 규제를 강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정무 6개 기관은 지난 2015년 12월 14일 ‘가계부채 대응방안’을 발표하며 가계대출을 총량으로 관리하게 되면 “형식적으로는 은행을 규제하는 것이지만 실제 부담은 차주에게 귀착될 가능성이 높다”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는 가계부채의 총량을 당국에서 관리하면 은행은 정책에 따라서 돈을 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금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금리가 오르거나 신용 할당이 발생하는 등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가계부채 관리는 빌려주는 측과 빌리는 측 모두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4월 금융당국은 ‘가계 대출 총량제’를 도입하고 은행들에 작년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을 최대 6%를 넘지 못하도록 주문했다.

그 결과 시중 은행들은 신용대출은 물론이고 일부 은행에서는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이 축소·중단되기도 했다. 이에 전세를 계약하고도 대출이 막혀 전세금을 날리거나 청약에 당첨됐음에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나왔다. 실제 지난달 분양한 성남 대장지구 ‘판고 SK뷰 테라스’는 평균 경쟁률이 316.8대1로 높았으나 당첨자 292명 중 40%에 달하는 117명이 입주를 포기했다. 여기에 월세나 반전세를 시작한 세입자들도 늘고 있다.

또한 대출 한도가 높아 가계부채 총량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전문직의 대출금리가 일반 직장인보다 높아지고 눈에 보이는 담보가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신용금리보다 더 높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한 은행의 전문직 신용대출 최저금리는 지난 18일 기준 3.37%로 같은 은행에서의 일반 직장인 신용대출 최저금리 3.19%보다 높아졌고 4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의 18일 기준 주담대 금리는 3.03~4.67%인데 비해 신용대출 금리는 3.18~4.43%로 상단을 기준 0.24% 더 높았다. 고정금리를 기준으로 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이를 두고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대출 관리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총량으로 규제하는 것은 금리 등 금융시장 왜곡으로 연결되고 대출자가 돈을 갚을 능력이 있음에도 2금융권으로 밀려나 더 높은 금리를 내야 하는 등 가계부채의 질 측면에서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 또한 “피해는 결국 실수요자들만 보게 됐다”며 “(부작용을 예견했음에도)정책에 따라 그때그때 해석을 달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퍼블릭 / 이현정 thepublic315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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