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PS, 수백억 손실 막은데 일조한 계약직 직원 해고 논란…국감서 다뤄질까?

한전KPS, 수백억 손실 막은데 일조한 계약직 직원 해고 논란…국감서 다뤄질까?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0.09.1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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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년 한전KPS 사장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한국전력 자회사로 전력설비의 효율적 유지관리를 목적으로 설립된 한전KPS가 수백억 원의 잠재적 손실을 막은 계약직 직원에 대해 성과급 등 포상을 하지 못할망정 오히려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울러 한전KPS는 계약해지 된 직원을 상대로 비판적 여론을 조성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전KPS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수백억 원 손실 막은 계약직 직원…‘독소조항’ 지적

지난 7월 7일자 ‘KBS’ 보도에 따르면, 한전KPS는 사업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2016년 ‘사업 관리 전문경력직’을 모집했고, 이를 통해 금융전문가 이모 씨가 입사했다고 한다.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전문계약직으로 입사한 이 씨는 그동안 인사평가에서 줄곧 최고 등급에 가까운 평가를 받아 세 차례 계약을 연장해 왔다.

그랬던 이 씨가 지난해 하반기 인사평가에서는 최하등급을 받았다. 아울러 실장 보직에서 평사원으로 강등되는 등의 수모를 겪은데 이어, 결국 계약해지 통보까지 받게 됐다.

전문계약직 입사 후 줄곧 인사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 씨가 어쩌다 평사원으로 강등되거나 계약 해지까지 됐을까.

지난해 9월 한전KPS는 포스코와 광양제철소 기능 개선 사업 관련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고 한다.

해당 사업은 2017년부터 준비해 온 사업으로, 한전KPS가 일본 업체 등이 생산한 터빈과 보일러를 광양제철소에 공급·설치하는 등 총 사업비 610억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이었다.

총 사업비 610억원 중 부품 가격을 포함해 다른 업체들이 책임져야 하는 금액은 419억원이었고, 나머지 191억원은 설치를 담당하는 한전KPS 사업영역이었다.

그런데 이 씨는 해당 사업에 대한 계약서상의 문제를 발견했다. 약속된 기한을 맞추지 못하거나 터빈 성능이 기준에 미달하는 등 사업에 차질이 생겼을 때 물어야 하는 위약금을 모두 한전KPS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계약서가 작성된 것이다.

포스코로서는 문제가 생기면 한전KPS로부터 위약금 전액을 받을 수 있는 반면, 한전KPS 입장에선 일본 업체 등 다른 업체들의 잘못까지 모두 떠 앉는 ‘독소조항’이 포함된 불합리 한 계약이었던 것.

한전KPS가 법률검토를 의뢰한 법무법인 태평양 역시 ‘손해배상(예정액) 한도액은 (한전KPS에 대한 역무 대가가 아니라)전체 계약금액인 610억원을 바탕으로 정해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씨가 제기했던 것처럼 계약서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 씨의 상사는 ‘실제 우리 책임 금액은 일부일 뿐’이라며 이 씨의 보고를 뭉갰고, 법무법인 태평양이 검토한 내용도 한전KPS 경영진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사업계약 체결을 앞둔 지난해 8월 말, 김범년 한전KPS 사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이 씨에게 발언기회가 주어졌고, 이 씨는 김범년 사장 앞에서 ‘이 계약은 문제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으며, 이어진 김범년 사장과의 독대에서도 한전KPS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는 독소조항을 보고했다.

결국 한전KPS 경영진은 계약을 중단시키고 재협상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한전KPS의 책임 범위를 610억원에서 191억원으로 줄인 새 계약서가 체결됐다.

포상은커녕 오히려 부당한 대우

이쯤 되면 한전KPS의 잠재적 손실을 막아낸 이 씨에 대해 포상이 내려져야 마땅하지만, 이 씨는 상사로부터 “앞으로 사장 주재 회의에 참석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고, 실장 보직에서 평사원으로 강등됐다.

이 씨는 이어 2019년 하반기 인사평가에서 전체 등급 C를 받았고, 프로젝트 추진 검토 지원과 위기관리 항목에선 최하등급인 D를 받았다. 이에 이 씨는 이의를 제기했고, 인사위원회 재평가에서 전체등급 B, 위기관리 항목은 C로 한 단계씩 상향 조정됐으나 이 씨는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 씨는 직장 내 괴롭힘 공식 신고 채널인 ‘레드휘슬’에 가해자들과의 분리를 요청하는 도움을 청했는데, 한전KPS는 이 씨에게 텅 빈 회의실에서 혼자 지내라고 지시함과 동시에 매일 무엇을 하는지 일지 작성을 요구했다.

아울러 한전KPS 감사실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으면서도 몇 달째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않았으며, 그러는 사이 이 씨는 한전KPS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 씨가 계약해지를 통보 받은 뒤에야 한전KPS 감사실은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내놨다.

이 씨는 KBS 측에 “경영진에게 수차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면서 “사무실에 수개월 동안 혼자 지내며 혼자 밥 먹고 온종일 혼자 말 한마디 안하고 있다 보니 회사의 유령이 된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대상포진에 부정맥까지 왔지만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해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조목조목 반박한 한전KPS…짬짜미 관행 적발 의구심

이 씨의 이 같은 주장에 한전KPS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사업에 차질이 생겼을 때 한전KPS가 위약금을 모두 물어야 한다는 독소조항에 대해, 한전KPS 측은 “2019년 9월 이모 직원이 발견하였다는 해당조항은 한전KPS가 2019년 5월 29일 해당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책임범위 등 계약조건에 대한 법무법인 태평양의 법률검토 결과(2019년 8월 5일)에 따라 해당사업 실무진이 계약조건 리스크를 파악하고 있었으며, 이를 반영해 리스크 해소를 위한 후속 조치를 추진한 바 있다”고 했다.

이 씨의 상사가 이 씨의 보고를 뭉갰고, 법무법인 태평양이 검토한 내용도 한전KPS 경영진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한데 대해선 “이 씨의 상사 신사업개발처장은 태평양 회신내용과 실무의견을 2019년 8월 12일과 8월 19일 두 차례에 걸쳐 관련 본부장에 보고했고, 2019년 8월 22일 사장에게 리스크 해소 방안을 보고 후, 8월 23일 발주사를 방문해 추가협상을 통해 계약의 관련조항을 해소했다”고 했다.

이어 “2019년 8월 23일 오전 사장 주재 회의에 출장 중인 상사를 대리해 참석한 이 씨가 계약의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사장은 2019년 8월 22일 실무책임자로부터 계약조건 리스크 해소방안에 대해서 이미 보고 받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 씨를 실장 보직에서 평사원으로 강등한데 대해서는 “2019년 12월 2일 조직개편 시 회사 정기 인사이동 발령에 따라 이 씨는 실장 보직에서 재무리스크관리 담당(전문계약직, 부장급)으로 보직됐는데, 타 부서의 전문계약직도 보직보다는 직급을 유지해 전문 직무를 수행 중”이라고 했다.

나아가 “이후 이 씨는 부서 내에서 추진 중인 지분투자 사업 관련 절차 수립 등에 업무를 부여했으며, 이 씨가 속한 부서의 경우 별도 회의 없이 개별지시로 업무를 수행, 부서 내 전달교육이 있을 경우에도 참석했다”고 부연했다.

한전KPS 감사실이 직장 내 괴롭힘 진상조사에 대한 결과를 늦게 내놓은데 대해서는 “내부적인 검토와 전문가(노무사) 자문, 법무법인 법률 질의 등을 준수해 2차에 걸쳐 이 씨에게 조사 진행사항과 법률 질의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최종 결과를 이 씨에게 회신했다”며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에게 텅 빈 회의실에서 혼자 지내라고 지시함과 동시에 매일 무엇을 하는지 일지 작성을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 씨가 근무 장소 격리희망에 따라 신고인 보호 차원에서 별도 사무실에서 분리 근무를 시행한 것이고, 2019년 12월 2일 이후부터 소속실원들과 동등하게 일일 주요업무 현황을 작성하도록 했다”고 했다.

이 씨가 한전KPS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데 대해선 “이 씨의 계약기간(2019년 7월 1일~2020년 6월 30일) 만료에 따라 근로계약이 종료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한전KPS는 “사측은 관련 역무 종료로 계약연장의 어려움으로 인해 (이 씨가)퇴사 과정에서 본인이 느꼈을 심적 부담에 대해 위로의 뜻을 표명하고자 하며, 또한 본 사안을 계기로 향후 이 씨의 의견도 충분히 경청해 모든 구성원 간 소통 및 직무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전KPS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씨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다만, 궁극적으로 한전KPS가 자칫 수백억 원의 잠재적 손실을 볼 수 있었던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일조한 이 씨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한 대목은 의문점이 남는다.

앞서 세 차례나 재계약을 했던 만큼, 이번에도 회사의 손실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일조했다는 점에서 근로계약을 연장할 법도 했지만 그대로 계약을 종료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계약직 사원인 이 씨가 정규직이 해오던 짬짜미 관행을 적발한 게 계약 해지를 초래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비판 여론 조성하라는 내부 지침 내렸나?…한전KPS “사실과 다르다”

한전KPS는 ‘이 씨가 느꼈을 심적 부담에 위로의 뜻을 표명한다’, ‘향후 이 씨의 의견도 충분히 경청해 모든 구성원 간 소통 및 직무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지만, 한전KPS는 이를 보도한 KBS 보도를 클릭하지 말라거나, 이 씨를 상대로 비판적 여론을 조성하라는 내부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KBS는 지난 12일 후속 보도를 통해 이와 같이 전했는데, KBS보도가 전해진 후 한전KPS는 본부장 주재 회의에서 이 씨 건에 대한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KBS 기사는 절대 클릭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고, ‘사측 반박 내용 담은 기사 열심히 클릭하고 댓글 달라’는 지침도 내려졌다는 것.

또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가입해서 “이 씨에 대해 성격이 더럽다. 근원적으로 나쁜 사람이라고 엄청나게 씹어 달라”는 지침도 더해졌다.

한전KPS는 KBS 취재 이후 줄곧 이 씨와 친분이 있던 모 임원을 통해 사과와 관련자 징계, 복직 등으로 회유를 시도 하면서도 뒤로는 이 씨를 상대로 비판적 여론을 조성했다는 게 KBS의 지적이다.

이 씨는 KBS에 “회사의 이중적인 모습에 모멸감을 느꼈다”며 “마치 내가 복직 등을 목적으로 허위로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몰아가면서 2차 가해까지 저지르는 회사에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한전KPS 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한전KPS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씨의 주장은)사실과 다르다.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파악한 바로는 특정 임원이 (이 씨를 겨냥한 비판 여론을 조성하라는)지시를 하지 않았다”면서 “회유했다는 주장도 조직적인 지시에 의해서 한 게 아니라 모 임원과 이 씨가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한 말을 (이 씨가)오해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따르면, 내달 15일 한전KPS의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다.

한전KPS의 국정감사에서 광양제철소 기능 개선 사업 관련, 애당초 한전KPS가 다른 업체들의 잘못까지 모두 떠 앉는 ‘독소조항’이 포함된 계약서를 작성한 배경과 400억원대의 손실을 막은데 일조한 이 씨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한 의문이 다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한전KPS의 고용세습 및 채용비리가 지적됐고, 앞서 2018년 국감에서도 한전KPS 직원 자녀가 기간제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가 적발돼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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