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족도 조사 조작한 한국마사회의 부끄러운 꼼수?

김영일 기자 / 기사승인 : 2021-04-05 09:08:25
경마유관단체에 3억원 편법지원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한국마사회가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해 높은 점수를 받아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외국인의 경우 내국인과 달리 마권 구매 한도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등 베팅 조건을 불공평하게 운영해 왔으며, 이사회 의결도 받지 않은 채 경마유관단체에 운영비 3억원을 편법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마사회에 대한 기관정기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와 같이 부적절한 행태가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해 6월 3일부터 7월 24일까지 24일간 감사 인원 11명을 투입해 한국마사회에 대한 실지감사를 실시했고, 올 3월 11일 감사위원회 의결로 감사결과를 최종 확정한 뒤 지난달 30일 한국마사회 기관정기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가족과 지인 등 우호 고객 동원해 조작→3년 연속 S등급

먼저 마사회가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한 행태에 대해 살펴보자면,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고객만족도(PCSI, Publicservice Customer Satisfaction Index)’ 조사를 주관하고 있고, 마사회도 고객만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고객만족도 조사기간은 매년 12월~2월이다. 


마사회는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점수를 잘 받기 위해 2016년~2018년까지 각 지사 지사장과 조사 대응 실무자를 대상으로 고객만족경영회의 및 실무자회의를 개최했다.

마사회는 이 회의에서 각 지사장과 청원경찰 등 실무자에게 가족과 지인 등 마사회에 우호적인 고객을 미리 섭외토록 하고, 이들을 조사 당일 객장 뒤편에 배치한 후 긍정적 질문엔 ‘10점’ 만점을, 부정적 질문엔 ‘0점’을 표기토록 하는 등의 지침을 내렸다.

또한 마사회는 고객만족도 조사가 시작되기 직전 고객만족도 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주간사업자로부터 조사 일정을 미리 입수해 각 지사의 조사 대응 실무자들과 공유했다.

이에 따라 고객만족도 조사 당일 각 지사마다 우호 고객 20여명 정도가 배치됐고, 실사업체 조사원이 방문하면 마사회 직원은 조사원을 미리 섭외한 우호 고객에게 안내하거나, 우호 고객이 모여 있는 객장 뒤편으로 유도했다.

마사회는 동원된 우호 고객들에게 식권 및 카페이용권, 마유비누 등 기념품을 제공했다고 한다.

아울러 마사회는 CCTV에 촬영된 조사원의 캡처 사진을 수집해 조사원의 동선 등을 분석한 후, 이에 따른 대응 요령을 공유하기도 했다.

마사회 일부 지사가 조사원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CCTV에 촬영된 조사장면을 캡처한 사진을 수집‧분석‧공유한 뒤 이를 고객만족도 조사 대응에 활용하는 치밀함을 보인 것이다.

마사회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2016년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평균 96.0점, 2017년도 96.8점, 2018년 95.9점을 받아 3년 연속 S등급으로 평가됐다.

다만,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 기본계획’ 등에 따르면, 조사기간 중 고객을 회유하는 등 부정 행위시 경영평가를 0점으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은 “마사회가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 기본계획 등을 위반해 조사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 감사원 감사보고서

마사회 “조사 조작 의혹과 징계 의결은 별개”…감사원 “별개로 보기 어렵다”

마사회는 우호 고객을 미리 섭외해 회유하는 등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 행태를 언론에 제보한 직원의 징계를 추진하기도 했다.


마사회는 지난 2019년 11월 29일 고객만족도 조사의 부당함을 언론에 제보하고 관련 문서를 유출한 제주지역본부 고객안전부장인 B부장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기 위해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당시 징계의결은 보류됐으나 B부장은 12월 1일 부장 직위 해제 처분을 받았다. 직위해제 기간이 길어지자 B부장은 2020년 1월말 이에 대한 부당함을 주장했고, 마사회 C부장은 2020년 2월 7일 제주도에서 B부장을 면담했다.

B부장으로부터 ‘마사회가 고객만족도를 조작한 것이 맞다’는 주장을 접한 C부장은 B부장과 같이 근무한 바 있는 D차장에게 연락해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 정황이 담긴 자료를 이메일로 받았고, 실제 마사회가 고객만족도 조사에 부당하게 대응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따라서 C부장은 마사회가 조사를 조작했다는 B부장의 주장이 부합하고 B부장이 마사회 내부 자료를 언론에 유출하게 된 동기 등을 상급자 및 징계위원회에 알려야 했으나, C부장은 2차 징계위원회 심의 안건 관련 부의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조작 정황이 담긴 자료는 배제한 채 ‘언론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마사회 입장만 첨부하면서, 징계위원회가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없도록 했다.

결국 2월 21일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B부장에 대한 징계의결은 다시 보류 됐지만, 문서 유출을 사유(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과 사문서 위조·행사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와 관련해 마사회는 감사원에 “제보자(B부장)의 징계 사유는 진술 거부로 인한 감사방해와 (마사회)내부 문서 유출로 인한 것으로 마사회의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 의혹과 징계 의결은 별개”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주요 징계사유는 B부장이 내부 문서를 유출했다는 것이고, 유출 문서 내용에 마사회의 고객만족도 조사 대응이 부당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B부장이 공익제보자로 판단되거나 직위해제 처분이 취소될 수 있는 중요 사안이므로 이를 별개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각 지사로 하여금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하도록 지시한 5명 가운데 3명은 정직, 2명에게는 경징계 이상의 처분을 내리도록 요구했다. 나아가 가족과 지인을 동원한 5명에게는 경징계 이상 조치할 것을 마사회장에게 주문했다.

기재부 장관에게는 “고객만족도 조사의 공정성을 저해한 마사회에 대해 경영평가 등급 재조정 등의 조치를 하고, 2018년도 조사 일정을 마사회에 알려준 주간사업자에 대해 입찰참여 제한 등 제재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통보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에게는 “마사회가 CCTV 설치목적과 다르게 영상자료를 수집·이용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 조사한 후 관계 법령에 따라 조치하기 바란다”고 했다.


▲ 2020년 5월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에 대한 제대로 된 감사촉구 기자회견에서 공익제보자 김정구 씨가 발언하고 있다.

외국인 환급률, 내국인 환급률 대비 49.2%포인트 높은 121.6%

마사회는 외국인의 경우 내국인과 달리 마권 구매 한도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등 베팅 조건을 불공평하게 운영해온 것으로도 확인됐다.


마사회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한 외화획득 목적으로 2016년 6월 3일부터 서울 광진구에 외국인 장외발매소를 개설‧운영하고 있다.

마사회는 경마 이용자의 도박중독 예방을 위해 한 경주당 1인 10만원 이내에서 마권을 구매토록 하고 있는데, 외국인 장외발매소는 구매 한도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마사회는 외국인 장외발매소에만 회원실별 전담 발매직원을 배치하고, 외국인이 자신의 노트북에 모바일 발권시스템(마이카드 앱)과 유사하게 마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 및 마권 구매표를 트레이에 넣고 컴퓨터의 베팅 내용을 마킹하여 대량으로 인쇄할 수 있는 마권 마킹 프린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소액으로 쪼갠 마권을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는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이러한 혜택은 불합리하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된 외국인 장외발매소를 이용하는 외국인의 베팅 행태는 이렇다.

리더 및 분석가 1명과 베팅자 3명 등 4명이 한 팀을 이룬다. 외국인 장외 발매소 내에 마련된 룸 내에는 실시간 배당률을 확인할 수 있는 PC 및 모니터가 각각 2대씩 설치돼 있는데, 리더는 한 쪽 PC에서 실시간 배당률을 확인하고 다른 한쪽 PC를 통해선 데이터를 분석한다.

리더가 실시간으로 분석한 승식 및 마번 결과를 마권 발매대 앞 3명에게 핸드폰 문자로 전송하면, 3명의 베팅자는 발매직원(PA) 바로 앞에서 분산 베팅할 마권의 마킹을 시작한다. 이어 마권 마킹이 끝남과 동시에 마권과 현금을 마권 발매직원에게 건네준다. 3명의 베팅자는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리더의 문자 내용대로 마감시간까지 마권 구매 행위를 지속한다.

반면 내국인은 경마고객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발매 창구 또는 무인 발매기에서 순서에 따라 경주당 10만 원의 한도 내에서 마권을 구매하고, 추가로 마권을 구매할 때는 다시 순서를 기다려 마권을 구매한다.

이처럼 외국인 장외발매소와 내국인의 구매환경의 차이로 내국인이 경주당 1인 평균 3.0매의 마권을 구매하는 동안 외국인은 내국인 보다 약 6배 많은 18.2매를 구매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그리고 감사원이 2019년도 경주별 마권 발행 수가 가장 많은 경주의 마권 발행 수를 평균 입장객 수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내국인은 1인당 7.0매를 구매한 반면 외국인은 내국인보다 약 12.3배 많은 86.4매의 마권을 구매했고, 마권 구매가 집중되는 마감 5분 이내에 내국인은 1분당 1매를 구매한 데 비해, 외국인은 분당 15.4매를 구매했다.

결과적으로 마사회는 외국인 장외발매소를 이용하는 외국인이 경주당 1인 10만 원의 구매 한도를 적용받지 않은 채 분산 베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2019년 외국인의 환급률은 내국인 환급률 72.4%에 비해 49.2%포인트 높은 121.6%에 달했다.

감사원은 “마사회 경마 환급금이 승마투표자 상호 간 경쟁으로 결정되는 구조인데도 외국인 장외발매소의 전담 발매직원 배치, 마권 구매한도 미적용 등 베팅 조건과 환경이 달라 외국인 장외발매소의 환급률이 불합리하게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사회 회장은 내국인과 외국인의 베팅 조건과 환경 차이가 환급률에 불합리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마사회는 “감사결과를 수용하며 외국인 장외발매소의 이용 약관을 보완해 경주당 1인 마권구매 상한 금액을 설정하고 내국인과 외국인 간 환급금 배분 문제점 해소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감사원 감사보고서

경마유관단체에 운영비 3억원 편법 지원

마사회가 경마유관단체인 사단법인 D협회에 운영비를 부당지원한 정황도 적발됐다.


마사회 T부장은 2017년 11월 22일 D협회로부터 협회 운영 재원 마련과 2018년도 마주 상금 인상을 요청하는 ‘D협회 창립 11주년 기념경주 시행 및 마주상금 인상 요청’ 문서를 전달받았다. T부장은 해당 문서를 문서등록 대장에 등록하지 않고 이를 검토했다.

마사회가 경마유관단체 등의 협회에 운영비 등을 지원할 경우 이사회 의결을 받은 뒤 지원해야 함에도, T부장은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은 채 2017년 12월 31일 시행되는 제12경주를 D협회 창립 기념경주로 편성하고, 연간 상금총액 잔액 범위 내에서 특별 출전 장려금 3억 원을 D협회에 지원하는 방식의 문서를 작성한 뒤 12월 15일 U처장 및 V본부장의 결재를 받았다.

이에 따라 마사회는 12월 31일 제12경주를 실시한 후 마주 12명에게 상금 총 3억 9000만원(특별 출전 장려금 3억 원 포함) 상당을 지급했는데, 이 중 마주 8명은 특별 출전 장려금 3750만원, 총 3억 원을 D협회에 입금했다.

즉, 마사회가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은 채 마주에게 지급된 경마 상금 중 특별 출전 장려금 3억원을 D협회에 편법적으로 지원한 것이다.

감사원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마주에게 지급되는 상금을 D협회 운영비로 부당하게 지원한 T부장과 U처장의 행위는 마사회 취업규칙에 위배된 것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며 “마사회장은 인사규정에 따라 이들을 경징계 이상의 징계 처분을 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V본부장의 경우 2020년 8월 23일 의원면직됐다고 한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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