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킨대로 해도 뺨맞는 방산업계…‘법 제정·제도개선’ 목소리 확대

시킨대로 해도 뺨맞는 방산업계…‘법 제정·제도개선’ 목소리 확대

  • 기자명 김은배
  • 입력 2020.10.0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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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설계대로 만들어도…‘부정당제재’·‘대규모지체상금’은 업체 몫

▲픽사베이 이미지
[더퍼블릭 = 김은배 기자] 올해 국방 예산이 역대 최대인 50조원으로 책정되는 등 최근 3년간 국방예산이 급증했음에도 정작 국내 방위산업은 고사 직전에 놓여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해외 무기도입 비중이 높은 가운데, 국내 방산업체에는 역차별적인 강한 규제를 가하는 등 쌍끌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국내 방산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방산업체는 시장원리가 아닌 정부와의 협상에 따라 계약이 이뤄지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국회의 관련법 개선이 시급하다는 원성도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보잉 멱살잡고 건져냈는데…韓업체는 역차별 가중?
‘방위산업계약특례법’ 요구하는 방산업계 칼자루는 국회에


현 정부 들어 방위산업 육성에 대한 투자는 크게 이뤄졌지만 정작 국내방산업체는 같은 기간 매출·영업이익이 급감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우선 국방예산이 2018년 43.1조원에서 2020년 50조원으로 16%가량이 상승하는 등 최근 3년간 국방예산은 크게 늘었다. 이 중 방위산업 성장에 관련된 방위력개선비는 3년간 동기간 13.5조원에서 16.7조원으로 늘어 23%가 증가했다.

문제는 고질적으로 우리나라의 해외 무기도입 비중이 높다보니 이같은 예산증가 혜택의 체감도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개년도 방위력개선비 55.8조원의 경우 이 중 해외 무기도입 비중이 22.2조원으로 38%를 차지했다. 근래 국방예산 확대 과정에서도 F-35 전투기와 공중급유기 등 국외 구매 사업규모도 함께 증가하면서 실질적으로 국내 방산업체에 돌아가는 혜택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산업계 일각에서는 해외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이유로 국내 방산업체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징벌적 제재’를 꼽는다. 특히나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방산 협상의 매개체인 에어쇼 등 각종 방산 박람회가 연이어 취소되는 등 국내 방산업체의 수출 협상 진행에 차질이 생긴 만큼 이에 대해 성토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국내 방산업계가 힘들어하는 와중에도 정부는 개발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진행되는 성능 보완이나 단순 실수에 의한 부분까지도 비리로 처벌하는 기조를 버리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뭐 하나 안 얻어걸리는 게 없을 정도인데 이제는 개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만 이같은 성토분위기와 무관하게 해외 방산업체에 대한 의존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국산 기동헬기 도입과 관련해선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KAI)의 수리온 추가 양산 계획이 있었지만, 최근 군이 반대하며 원점 재검토에 들어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자국 방산업체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간 쓸개 다 빼주는데 너무 비교되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보잉(항공기 제조업체)’ 살리기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 공군은 지난 7월 보잉과 228억달러(약 27조원) 규모의 F-15 EX 전투기 조달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보잉은 미 공군과의 계약을 통해 F-15 EX 전투기 1차 주문 8대와 선결제 기술 비용 등으로 12억달러(약 1조4244억원)을 지급 받았다.

최근 보잉은 두 번의 추락사고와 기체결함 논란이 발생한 항공기 ‘737 맥스’의 연이은 주뭇 취소와 코로나 재확산 등에 따른 항공수요 급감에 경영난에 처해 있다. 보잉은 이로 인해 감원한 직원이 1만2000여명에 이른다. 미국은 자국의 방산산업을 억지로 끌어서라도 일으켜 세우고 있는 셈이다.

방산업계 견인해온 절충교역 갈수록 감소세

이같은 어려움 속에 방산업계는 국회에서 관련 법령을 개선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시행중인 관련법과 관련해 발생하는 문제들로는 대표적으로 정부의 ‘절충교역 의무 면제 확대’ 방침에 따라 절충교역 체결 사업이 줄어들고 있는 것 등이 거론된다. 절충교역은 국가가 해외 무기·장비 구매 시 상대국에 대해 관련기술 이전 또는 국산무기 역수출 등을 조건을 거는 교역이다. 국내 방산업계를 성장시켜온 주요한 열쇠다.

문제는 정부가 절충 교역 의무 면제를 확대함에 따라 절충교역 획득 비율이 2014년 49%→ 2016년 22%→2018년 3%로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국방예산이 증가하고, 이에 맞춰 해외 무기 구매가 확대되는 동안 국내 방산업체는 낙수 효과는커녕 도리어 손해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앞서 방위사업청은 지난 2017년 내부 지침 개정을 통해 미국 정부와의 무기거래를 뜻하는 대외군사판매(FMS)에서 절충교역을 제외하기로 했다. 특히 2014년부터 2018년까지 FMS 계약이 전체 외산 무기 구매액의 69%에 이르는 만큼 사실상 절충교역의 손발을 묶은 셈이 됐다.

방위사업청은 아예 지난 20대 국회에서 방위사업법을 개정해 절충교역 의무조항 자체를 삭제하고 ‘산업협력’이라는 용어로 변경해 선택 사항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국회 종료로 인해 자동 폐기됐지만, 시행령에는 면제가 가능하도록 여전히 규정돼 있어 법 해석에 대한 충돌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보잉 F-15EX 전투기. 보잉홈페이지 캡처

시킨대로 해도 받는 ‘부정당제재’·‘대규모지체상금’ 논란

협약과 관련한 부분도 문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방연구개발은 그동안 방위사업법과 국가계약법에 따라 ‘계약’ 방식을 취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방산업체들은 연구개발에 실패할 경우 투자비환수나 계약이행보증금몰수, 부정당제재, 대규모지체상금부과 등에 노출 돼 왔다.

문제는 본질적으로 방산 연구개발사업은 불확실성이 높은 편에 속해 이처럼 계약 내용의 수정이 어려운 ‘계약’방식과 어울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에서 계약 방식 외에 ‘성실수행 인정제도’가 적용되는 ‘협약’ 방식도 허용키로 했지만, 국가가 협약 상대방에게 비용 일부를 출연 또는 보조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방산업체에 개발비를 분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방산업체 입장에서는 일종의 조삼모사격인 정책인 셈이다.

방산업계는 방위사업청에 하위법령 제정시 협약 체결의 비용부담 주체를 정부로 명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방사청은 일부만 수용한다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방산업체는 바뀐 정책도 별다를 것 없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방산업계, 징벌적 규제적용 개선 요구 성토

징벌적 규제 적용에 대한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위산업은 먼저 상품을 내놓고 시장가격형성에 의해 거래되는 일반물자와는 거래 방식자체가 다른데, 정부는 이를 감안하지 않고 방산품에 일반 상용품 구매와 동일하게 국가계약법을 적용하고 있어 국내 방산업체가 부정당 제재와 대규모 지체상금 부과 등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우선 방산업체는 일반물자와 달리, 정부와 방산업체 간 협상에 의해 계약이 이뤄지는데, 아직 개발되지 않은 무기체계의 개발을 의뢰받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만들어지지 않은 상품을 두고 거래한 것이기 때문에 적정 가격과 연구개발 기간을 설정하기가 어려워진다. 문제는 연구개발의 특성상 개발 진행 과정에서 요구조건과 규격 등을 지속적으로 최적화 하는 프로세스가 요구되는데 이에 따라 일정 및 비용 변경은 사실상 불가피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국내 방위산업은 이같은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국가계약법을 적용하고 있다. 계약으로 규정될 경우 이행 범위의 조정이 어려워져 ‘징벌적’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불가피한 개발 일정 지연 상황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방산업계의 입장이다. 특히 하루 지체상금만 하더라도 계약금의 0.075%에 달해 1년이면 27%까지 늘어난다.

납기 지연의 책임을 모두 업체에 돌린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업체는 체계 통합만을 맡고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준 설계대로 제품을 만들어도 성능 미달에 따른 납기 지연 책임은 모두 업체에게 돌아간다. 군에서 운용 중인 무기체계에서 사고가 날 경우에도 전력화 중단의 책임을 모두 업체가 떠안는다.

국가계약법에 따른 부정당 업자 제재가 과도하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업체가 이 제재를 받을 경우 사업장 자체를 닫아야 할 정도로 치명적인 위기에 놓이게 된다. 여기에는 입찰참가 제한은 물론 착·중도금 지급 제한, 부당이득금 환수·가산금 부과, 이윤 삭감 등 뒤이어 적용되는 제재가 10여개에 이르기 때문이다.

방산업계는 이같은 상황에 국가계약법에서 방산업체를 구제할 ‘방위산업계약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는 법무법인과 관련 연구용역 진행 후 업체들의 의견을 수렴했으며, 국방부·방위사업청과 입법 논의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특례법에는 입찰참가자격 제한, 착중도금 지급 제한 등 부정당 업자 제재 관련 완화 방안과 지체상금과 관련해 ADD와 업체 책임을 구분하는 취책주의 원칙 규정, 지체상금률 완화와 상한액 규정 방안, 무기체계·핵심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성실수행 인정제 등이 포함됐다.

더퍼블릭 / 김은배 기자 rladmsqo0522@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은배 rladmsqo052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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