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의 교훈

기러기의 교훈

  • 기자명 박연희 칼럼니스트
  • 입력 2016.11.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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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포커스뉴스)

‘톰 워샴의 기러기 이야기’라는 동영상이 있다. 유투브 사이트에 게시된 짧은 3분짜리 동영상이기 때문에 전체 이야기를 다 알 수도 없고, 출처도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이 짧은 동영상이 기러기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매우 강력하고 감동적이다.



기러기는 겨울 철새다. 북극권에서 봄과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되면 겨울나기를 위해 한반도로 날아온다. 기러기의 비행거리는 약 4만km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무리를 지어 긴 이동을 할 때, 기러기는 리더를 중심으로 V자 대형을 그리며 비행을 한다.



철새들이 V자 비행을 하는 이유는 앞서 가는 새가 만들어 내는 상승기류를 이용해서 비행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즉 앞에서 날아가는 새가 형성한 상승기류를 뒤에서 나는 새가 이용하는 것인데, 뒤따르는 새가 앞장 선 새와 날갯짓 순서를 엇박자로 하면서 하강기류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이로써 편대 뒤쪽으로 갈수록 새들의 힘이 덜 들게 된다고 한다. 때문에 뒤쪽에서 나는 새들일수록 날갯짓 횟수와 심장박동수가 앞서 날아가는 리더 새나 홀로 날아가는 새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진다고 한다.



이처럼 V자형의 편대비행을 하는 경우 가장 앞에 날아가는 리더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리더의 역할을 하는 새는 바람의 저항을 가장 크게 받기 때문에 편대비행을 하는 철새들 중에서 가장 힘이 세고 경험 많은 새가 그 역할을 맡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앞에 있던 리더가 지치면 그를 살펴보던 다른 기러기가 자리를 교대해 주고 리더인 기러기가 일정시간 힘을 비축하면 다시 앞으로 가서 무리를 이끌어 간다고 한다.



이때 기러기들은 끊임없이 울음소리를 내는데, 놀랍게도 그 울음소리는 앞에서 거센 바람을 가르며 힘들게 날아가는 리더에게 보내는 응원의 소리이자 서로에 대한 격려의 소리라고 한다. 앞장 선 기러기가 먼저 외치면, 뒤의 기러기들이 따라 외치는 방식으로 그들은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만약 어떤 기러기가 총에 맞아 부상을 입거나 아프거나 지쳐서 대열에서 이탈하게 되면, 다른 동료 기러기 두 마리도 그와 함께 대열에서 이탈한다고 한다. 그리고 지친 동료가 원기를 회복해 다시 날 수 있을 때까지, 또는 죽음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동료를 함께 지키다가 무리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기 때문인지 가끔씩 동물의 세계에서 숭고한 모성이나 부성, 헌신과 동료애 등을 볼 때 훨씬 깊은 여운이 남게 된다. 우리는 인간의 타락한 모습을 ‘금수보다 못하다’고 표현하지만, 실상 인간이 금수 앞에서 부끄러운 모습일 때가 더 많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러기가 보여주는 리더십과 동료애는 공동체 속에서 우리가 어떠한 가치를 우선시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기러기 집단에서 리더는 가장 힘겨운 책임과 역할을 맡는다. 그럼으로써 뒤에 있는 동료들의 수고를 덜어준다. 대신 동료들은 그런 리더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리더는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리더로서의 희생과 책임은 최소화하고, 권한과 지위를 누리려는 모습을 종종 본다. 때문에 동료들의 격려와 응원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리더십이란 집단의 목표달성을 위해 집단 내 구성원의 행동에 대해 적극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과정이라고 정의된다. 당초 리더십은 리더가 된 개인적 특성, 즉 지도자로서의 능력이나 지도력, 통솔력, 자질 등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리더 개인과 구성원간의 관계, 리더십의 기능에 대한 쪽으로 관심이 옮겨졌다. 즉 리더가 구성원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가 그 집단의 전체적인 성격을 좌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기러기의 리더십은 집단에 대한 희생과 헌신,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동체적 책임에 바탕을 두고 있다. 때문에 편대비행을 통해 약자의 비행을 돕고, 다치거나 지친 기러기가 무리에서 이탈할 때 끝까지 지켜주는 동료애를 발휘하는 집단적 특성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 과정에서 동료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지친 기러기가 될 수 있다. 어떠한 리더, 어떠한 동료가 되어야 할 것인가는 지친 기러기의 입장이 되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 사회의 리더 된 사람들이 기러기의 리더십과 동료애를 조금이라도 실천해주면 좋겠다. 리더가 구성원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을 희생할 때 구성원들 또한 서로 간에 약자를 배려하고 끈끈한 동료애를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그럴 때 리더는 그를 따르는 모든 구성원들의 응원과 격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최순실 사태로 대한민국은 리더십 부재상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혼란을 정리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희생이나 손해는 요리조리 피하면서, 기회만 잡고 싶어 하는 사람들만 보인다.



이제 기러기들의 편대 비행이 시작될 계절이 왔다. 거센 바람을 맨 앞에서 맞으며 무리를 이끌어가는 리더 기러기와 목이 터져라 응원하며 편대 비행을 하는 기러기 떼들을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한반도의 창공에 펼쳐지는 기러기의 리더십을 이 땅에서도 볼 수 있길 바란다.


글/ 박연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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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박연희 칼럼니스트 jane95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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