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다시 생각하다 #2

독일을 다시 생각하다 #2

  • 기자명 유명종 정치+경제연구소장
  • 입력 2016.12.0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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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 추진과 신뢰확보

프라운호퍼 연구소 설립자

현 정부의 최대 중점 사업중 하나가 창조경제였다. 이를 위해 전국 주요 광역단위마다 창조경제 혁신센터를 설립하고 창업지원 정책을 총괄하게 하였다. 필자도 독일 에서 진행하는 Match-EU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진행하는 기업 IR용 자료작성법과 발표 교육까지 받았다. IR전문가와 전직 아니운서들이 강사로 와서 전문적인 교육을 진행했다. 딱 보기에도 거의 몇백만원이 드는 고급 과정이라 생각되었다. 강의 내용과 강사 역량은 매우 탁월했다.



하지만 여기에 참여하는 기업이 소수였고 뭔가 어수선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정부에서 추진하던 창업 관련 프로그램이 현정부에서 모두 새로운 기관으로 통폐합되고 인력도 새로 구성되었으니 얼마나 혼란이 많았겠는가? 게다가 나라가 어수선해서 이 기관이 내년이나 후년에 존속될지 조차 불확실 한 상황이라는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다.


필자는 벤처기업에 있으면서 여러가지를 경험하고 있다. 한 기업이 성장해서 자리를 잡기까지는 지난한 노력과 매우 전문적이고 단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이나 중소기업 관련 정책은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갖는 일은 매우 예민하게 다뤄야 한다. 시장도 유동적이고 기업 내부 사정도 이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현장 관계자들의 역량과 노하우가 계속 쌓여야 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뀌면 지난 정부에서 잘했던 것 까지도 다 무시해 버리고 원점에서 검토해 버리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특히 이번 정부처럼 리더십을 완전히 잃어버린 경우는 더욱 그럴 것이다.



필자가 독일에 가서 현장 관계자들을 통해 들은 것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 첫째는 정부와 시장의 관계이고 둘째는 정책적 안정성이다. 셋째는 높은 신뢰도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독일은 정부가 시장에 관여하는 것을 최소로 하고 가능한 민간에서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스타트업 관련 펀드도 정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민간펀드도 적극 활용하게 한다. 결국 창업이란 것이 시장에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투자한 뒤에 성과가 나야하기 때문에 민간에서 검증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프라운 호퍼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유럽시장 진출 전략과 로드맵에 대해 배울때였다. 여러 기업에서 실무적 역량과 경영참여의 경력을 가진 60대 정도 되보이는 베테랑 강사에게 지금부터 유럽시장에 진출하려면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느냐고 질문했다.



대답은 평균 5년정도는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너무 긴것이 아니냐고 했더니 평균적인 것이며 현지 파트너를 개발하고 시장에서 검증되기까지 이정도 시간은 필요하다고 했다. 인력과 예산, 네트워킹 등을 고려할 때 일개의 중소기업으로는 도전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생각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프로그램이 단발성으로 끝나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독일의 유수기관과 협약을 맺고 진행하기 시작했으면 지속적인 협의와 후속프로그램이 계속 기획되어야 한다.



독일은 일단 협약을 맺기 전에는 이것저것 신중하게 검토하고 모든 과정을 미리 예측한다. 계약 전까지는 수차례 협의를 하고 변경할 수 있다. 그래서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한번 결정이 나면 그대로 진행한다. 중간에 변경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된다.



우리는 처음엔 좋은 뜻으로 계약했다가 이후에 담당자 바뀌거나 정책이 바뀌면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있는데 현지에선 이렇게 할 경우 다시는 파트너가 되기 어렵다.



또 한 박사님과 대화하면서 독일 제조업은 대대로 이어온 가업이 많아서 매우 숙련되고 고도의 기술력이 있어서(Hidden champion) 이들과 거래를 트기가 매우 어렵지만 한번 트면 계속 갈 수 있다고 하였다.



유럽은 제조업에 있어서 일본과 함께 높은 기술력을 가진 지역이다. 필자의 기업도 높은 기술력에 대한 노하우와 협력 등이 필요하다. 여기서 통해야 세계적인 강소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에 진입하여 경쟁력있게 살아남으려면 얼마나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래서 KIC유럽 관계자 분들께도 제안을 드렸다. 이렇게 우선 시작된 프로그램이 2, 3, 4단계로 차근차근 지원되어 유럽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나오도록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을 요청드렸다. 그리고 우리 회사도 단기적인 접근이 아닌 중장기적 안목으로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계속)



* 필자.
유명종. JH엔지니어링 경영지원이사. 정치+경제연구소소장.
생활정치와 벤처 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서 지속가능한 대안을 만드는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퍼블릭 / 유명종 정치+경제연구소장 famousser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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