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흩어진 화천대유 퍼즐조각 한데 모아보니…‘설계자+인허가권자+전주+비호세력’ 결합된 종합비리세트 [1부]

[심층분석]흩어진 화천대유 퍼즐조각 한데 모아보니…‘설계자+인허가권자+전주+비호세력’ 결합된 종합비리세트 [1부]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9.2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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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성남시장 이재명은 화천대유 특혜와 관련 없나?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2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의회 입구에서 '화천대유'와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9월 초까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를 겨냥한 ‘고발 사주’ 의혹이 추석 명절 밥상머리 화두가 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실상은 경기도 성남시 대장지구 개발사업 관련 ‘화천대유(화천대유자산관리)’ 배당금 의혹이 추석 밥상머리를 점령한 모양새가 연출됐다. SNS상에는 ‘화천대유 하세요’라는 조롱 섞인 인사말이 유행처럼 번져나갔는데, 투자금의 1000배 이상 대박 나고, 일확천금하라는 덕담이라고 한다.

화천대유 배당금 특혜 의혹이 명절 덕담으로 유행할 만큼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집권세력의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지사와의 연관성 여부 때문이다.

물론 의혹이 화수분처럼 제기되는 현 시점에도 이재명 지사와 화천대유 간 연관성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이 지사 측은 되레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은 ‘국민의힘 게이트’라며 되치기를 시도함과 동시에 무려 56쪽에 달하는 ‘대장동 개발사업 Q&A’ 자료를 배포하는 등 이 지사의 치적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만, 이 지사의 주장대로 대장동 개발사업이 모범적인 공익사업이었다는 의견은 24.1%에 불과했고, 특혜 의혹 사업이었다는 의견은 51.9%로 집계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사업이 ‘단군 이래 최대 공익환수’라는 입장이지만 국민들 눈에는 권력이 개입된 특혜 사업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화천대유 배당금 특혜 의혹에 이 지사의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지만 석연치 않은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고, 특히 여러 갈래로 흩어진 의혹들에 대한 퍼즐 조각을 맞춰보면 ▶판을 짠 설계자 ▶인허가권을 쥐고 있던 권력자 ▶초기 자금을 대여해준 전주 ▶위험요소를 방어해줄 호화 고문단 등이 합쳐진 종합비리세트 성격이 짙다.

이에 <더퍼블릭>이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는 화천대유 의혹에 대한 큰 줄기의 퍼즐조각을 한데 모아봤다.

퍼즐조각 #1. 화천대유에 몰아주기식 사업구조

화천대유는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5년 추진했던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업체다.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10번지 일원에 5903세대의 공동주택 등을 신축하기 위해 92만여㎡(약 278,440평)의 택지를 개발하고, 이와 연계해 구 시가지에 위치한 수정구 신흥동의 구 제1공단 56,022㎡(약 16,946평) 부지를 공원화하는 등 약 1조 5000억 원 규모의 민관 합작 도시개발사업이었던 대장동 개발사업은 공공기관인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민간사업자가 공동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이 추진했는데, 이 SPC의 투자금 총액은 50억원이었다.

SPC에 출자된 50억원 가운데 그중 절반인 25억원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이어 21억 5000만원은 은행이나 보험사 등에서 투자했다. 나머지는 화천대유가 5000만원, SK증권 ‘특정금전신탁(돈을 맡긴 고객의 운용 지시에 따라 투자하는 상품)’을 통한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1~7호가 3억원을 출자했다.

정리하자면 성남도시개발공사(25억원)와 은행 및 보험사 등(21억 5000만원)이 투자한 금액은 46억 5000만원이고, 화천대유(5000만원) 및 관계사 화천동인 1~7호(3억원)가 투자한 금액은 3억 5000만원, 이렇게 해서 SPC의 투자금은 총 50억원.

SPC는 지분을 보통주(화천대유 및 화천동인 1~7호, 민간으로 분류)와 우선주(성남도시개발공사 및 은행 등, 공공으로 분류)로 나눴다. SPC에 출자한 지분을 보통주와 우선주로 나눈 것도 이례적인데, 투자수익은 더 황당하다.

46억 5000만원을 출자한 공공은 3년 간 1822억원을 배당받았다. 그런데 민간은 출자금액이 3억 5000만원에 불과함에도 3년 간 총 4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겼다.

더 적은 돈을 출자한 민간이 더 많은 배당금을 챙겨간 데에는 당초부터 설계가 그렇게 됐다는 게 이재명 캠프 측의 설명이다.

이재명 캠프 측이 배포한 ‘대장동 개발사업 Q&A’ 자료에 따르면, 우선주(공공)의 경우 위험을 일절 부담하지 않으면서 보통주(민간)에 앞서 수익을 먼저 가져갈 수 있고, 반대로 보통주는 위험을 부담하는 대신 우선주에 대한 수익을 제외한 나머지 개발이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즉, 우선주가 배당을 받아간 다음 남는 이익금이 있어야 보통주에게 배당금이 돌아가고, 만약 우선주 배당 후 남는 이익이 없다면 보통주는 투자원금도 건지지 못하도록 설계됐다는 것.

그 결과 공공에 대한 수익 1822억원이 배당되고 남은 이익은 민간에 돌아갔고, 액수는 4040억원에 이르렀다.

한편에서는 공공의 수익엔 상한이 있고, 민간의 이익은 무한대로 설계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이재명 대장동 진상규명 TF’ 위원인 김은혜 의원은 지난 23일자 페이스북에서 “성남시의 이익엔 캡(상한)이 씌어져 있고, (화천대유 및 화천동인)7인의 수익엔 무한대를 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며 “일정금액 배당을 받고 초과수익에 대해서는 성남시와 민간이 추가로 배당을 받는 구조로 짜야 옳았다”고 꼬집었다.

같은 TF 위원인 윤창현 의원도 지난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수익 배분이)계약서대로 집행됐느냐가 아니라 왜 계약서가 그렇게 이상하게 써있었느냐 문제를 삼는 것”이라며 “법을 지켰느냐 문제만 아니라 그 계약서가 어떻게 이런 구조로 쓰였는가를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며, 당초 설계구조를 문제 삼았다.

 

▲ 이재명 캠프 측이 배포한 ‘대장동 개발사업 Q&A’ 자료.

퍼즐조각 #2. 판을 짠 설계자

공공의 수익만 보장되면 나머지 이익은 전부 민간이 가져가도록 설계한 이는 이재명 체제 하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지낸 유동규 전 본부장으로 지목된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2008년 성남 분당의 한 아파트 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조합장을 맡고 있다가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출마한 2010년 5월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당선되면서 유 전 본부장은 시장직 인수위원회 도시건설분과 간사를 시작으로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지냈다.

2012년 4월 25일자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당시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재직했는데,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통해 대장동 일대를 민관 합동 개발방식으로 추진하는 판을 설계했다고 한다. 이듬해 9월 12일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설립됐다.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직 공석으로 사장 직무대행을 맡았을 때인 2015년에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계획하던 과정에서 민간이 과도한 개발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공사 실무진의 우려가 제기됐으나 유 전 본부장이 이를 묵살했고, 결국 공공에 보장된 수익을 배당하고 나면 민간이 무한정 가져가는 구조가 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24일자 <미디어오늘> 보도를 통해 “내부의 비판 목소리나 다른 제안을 보고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대장동 개발사업이 공공개발에서 민간개발로 왔다 갔다 하던 시점에 그가 민관 합작 개발을 추진했고, 공사 설립을 주도했으며, 공사 사장 직무대행을 하던 시절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와 사업자 선정이 이뤄졌다.

야당과 언론이 그를 화천대유 배당금 특혜 의혹의 설계자로 지목하는 이유다.

퍼즐조각 #3. ①인·허가권을 쥐고 있었던 권력자

당초 민간이 가져갈 수 있는 기대수익은 1800억원 정도로 추산됐지만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화천대유 배당금이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이재명 캠프 측은 “그야말로 결과론적인 것이지만, 민간사업자가 운이 좋았다고 봐야겠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았으면 (화천대유가)쪽박을 찰 수도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위험부담이 큰 만큼 기대수익도 크다)”이라고 했다.

다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부담을 안았던 화천대유가 운이 좋아 큰 기대수익을 얻게 됐다는 이재명 캠프 측의 주장에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다.

민간이 독자적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을 시행했다면 사업 인·허가 불확실성과 ‘알박기’에 따른 토지매입 지연 가능성 탓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말이 맞아 떨어진다.

그러나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지시가 대장동 개발사업 인·허가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중심으로 한 민관 합작 개발은 인허가 리스크가 없었고, 토지매입도 강제수용으로 진행돼 사업지연 위험성이 낮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사업 성패를 가를 분양 위험성이었는데, 공공개발이 아닌 민관 합작인 탓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다보다 높은 분양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게 됨에 따라 입주민들은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했다.

결국 민관 합작 대장동 개발사업은 이 지사 측 주장대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아니라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이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4일자 페이스북에서 “(이 지사 측이 대장동 개발사업을 두고)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고 우기는데, 애초에 리스크라고 할 게 없었다. 지주 작업과 인허가는 관에서 해줬으니 그들이 져야 할 리스크는 하나도 없었던 셈”이라며 “민관합동 개발이라 땅을 가진 이들은 평당 600짜리 땅을 300에 강제수용 당했단다. 손해를 본 셈”이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게다가 관이 주도한 사업이라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해갔으니 입주민들은 아파트를 원래보다 더 비싼 값을 주고 사게 됐다. 결국 이들도 손해를 본 셈”이라고 부연했다.

 

▲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장지구' 의혹 공방에 정국이 달아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개발 계획을 발표하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퍼즐조각 #4. ②인·허가권자의 치적 ‘기부채납’ 

인허가권을 쥐고 있던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익 환수 사업’, ‘개발 이익을 성남시로 환수한 대표적인 모범 개발행정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배당된 1822억원에 더해 ▶수정구 신흥동의 제1공단 공원조성(2561억원) ▶제1공단 공원 지하 추차장 건립(200억원) ▶대장동 인근 배후시설 920억원(북측터널 600억원, 대장IC 확장 260억원, 배수지 60억원) 등 총 5503억원 상당을 성남시로 환수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지사가 환수했다던 제1공단 공원 조성 및 공원 주차장, 대장동 인근 배후시설은 일반 민간 개발사업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기부채납’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기부채납은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을 추진할 때 사업 시행자가 일정 부분의 땅에 도로나 공원 등 공공시설물 형태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무상 제공할 경우 건폐율, 용적률, 높이 제한을 완화시켜주는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통상적으로 지자체 및 공공기관이 사업 시행사에 인허가권을 내주는 명목으로 공공시설 무상 설치 등을 요구한다.

제1공단 공원 조성 등이 일반적인 기부채납이라는 지적에 이 지사 측은 제1공단 공원은 대장동 개발사업 부지에 위치한 공원이 아니라 그로부터 약 10㎞ 떨어진 다른 행정구역(수정구 신흥동)에 위치해 있고,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대장동 개발사업에 묶어 추진하지 않았다면 기부채납이 이루어질 수 없었다고 반박한다.

또 대장동 개발사업을 민간개발로 진행했다면 기부채납을 제외한 모든 개발이익은 민간이 가졌을 것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당시 화천대유가 포함된 컨소시엄보다 성남시에 더 많은 이익을 약속한 컨소시엄이 탈락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시 메리츠증권 컨소시엄(메르츠종합금융증권·외환은행)은 5000억원 상당 기반시설을 기부채납하고 나머지는 지분대로 분배하겠다고 제안했다”며 “화천대유 컨소시엄(하나은행·국민은행·기업은행·동양생명·하나자산·화천대유)은 기반시설 포함 5500억원을 보장하고 나머지는 민간투자자들이 가져가겠다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메리츠 제안대로면 성남시에 더 많은 이익이 가는데, 화천대유로 갔다”며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 더 나은 조건을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 성남의뜰 지분 50%+1주를 보유하고 있고, 화천대유의 지분율은 1%-1주, 화천동인 1~7호 6%다.

권 의원의 지적대로 메리츠증권 컨소시엄 사업자로 선정됐다면, 기본적으로 5000억원 상당의 기부채납에 더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게 돼 성남시에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갔을 공산이 컸다.

<[심층분석]화천대유의 마지막 퍼즐 맞춰 보니…‘설계자+인허가권자+전주+비호세력’ 결합된 종합비리세트 [2부]에서 계속.....>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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