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정 칼럼] 왜 보수는 참패를 예상치 못했나…①여론조사를 둘러싼 갑론을박

[윤우정 칼럼] 왜 보수는 참패를 예상치 못했나…①여론조사를 둘러싼 갑론을박

  • 기자명 윤우정 객원논설위원
  • 입력 2020.04.2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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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1대 총선에서 패배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개표상황실에서 사퇴를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더퍼블릭 = 윤우정 객원논설위원] 왜 미래통합당은 지난 선거에서 참패를 예감하지 못했을까?

 

21대 총선 투표일 이전에 총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한 이는 많지 않았다. 여대야소를 예상했더라도 여당이 180석을 넘길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연말연초만 하더라도 조국 사태 등으로 정권 심판론이 부각되고, 이후에도 코로나 19 초기 대응 문제점 등으로 여소야대를 예측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선거 기간에 접어들어 여당이 우세한 여론조사가 다수 나왔으나 미래통합당이나 보수지지층을 중심으로 막상 투표 결과는 여론조사와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바닥 민심은 정권 심판론이 우세하다는 이른바 ‘바닥 민심론’, 휴대폰 여론조사에 친문 세력이 적극 참여함에 따라 조사 결과가 왜곡된다는 ‘과대 포집론’, 그리고 평소에 보수 성향을 드러내지 않으나 투표장에서 이를 드러내는 이른바 ‘샤이보수론’ 등이 보수 우세의 주된 판단 근거였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주장은 모두 틀리고 말았다. 과연 선거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번 총선 선거 캠프에서 여러 후보들을 지근거리에서 도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휴대폰 여론조사, 과연 정확했나?

사실 선거 결과를 전망할 수 있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은 여론조사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를 둘러싸고 논란이 참 많았다. 서울 광진을·동작을, 경기 고양갑·고양정 등의 격전지 여론조사는 조사 기관에 따라 결과가 엇갈렸고, 후보들도 희비가 엇갈렸다.

그리고 지난 선거까지는 유선 전화를 중심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나, 이번 선거부터 휴대폰 조사 방식이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다보니 휴대폰 여론조사의 정확성에 대한 논란이 분분했다.

필자도 과거 지난 선거에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유선 전화로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보수정당 후보가 10~15% 정도 유리하며, 휴대폰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여당 후보가 5~10% 유리하다고 봤다. 그리고 언론에서도 유선전화 비율을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여야 후보들의 우위가 뒤바뀌는 일이 잦았다.

선거 기간 중 실시한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결과를 상세히 기재할 수는 없으나 결론적으로 휴대폰 여론조사는 대단히 정확했다. 현역 의원의 손쉬운 당선이 점쳐졌던 경기도 모지역의 경우 선거 기간 중 비공개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계속 1% 이내의 접전을 벌이다 의외의 결과로 정치신인이 당선됐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의외의 결과이나, 여론조사는 의외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점을 정확하게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언론사 여론조사는 왜 결과가 들쑥날쑥했을까?

그것은 바로 샘플 크기의 한계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언론사에서는 비용 문제로 선거구 당 500개의 샘플을 사용하게 된다. 물론, 연령과 지역별 편차를 보정한다고 하지만, 샘플에 따라서 조사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도농복합지역이나 계층간 투표성향이 엇갈리는 지역의 경우가 특히 더 그러하다. 그러나 선거구당 샘플을 1000개 정도로 하고, 휴대폰 샘플 100%로 여론조사를 했을 때 실제 투표에 상당히 근접한 결과를 보여줬다.

여론조사에서 여당 지지자들의 과대 포집론

또한 여론조사에 여당 지지자들이 적극 참여함에 따라 샘플이 왜곡되어 있다는 주장도 보수정당 지지자들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일반인들은 자신이 지난 대선 때 누구를 찍었냐는 질문에 대해 당선된 사람을 말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총선은 진영의 결집이 비교적 일찍 마무리된 채 치러진 선거였다. 따라서 양 진영 지지자 모두 자신의 정치 성향과 지지 후보를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전화 면접과 ARS 무엇이 더 정확했나?

마지막으로 여론조사 방식 중 전화 면접과 ARS 중 어느 방식이 정확한가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았다. 특히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은 자신의 정치 성향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전화 면접 방식의 여론조사에 잘 응하지 않으므로 ARS 방식이 훨씬 정확하다는 주장이 있었다.

필자의 경험상 전화 면접과 ARS 방식의 차이보다는 샘플의 크기가 조사의 정확성을 결정한다고 본다. 그러나 굳이 더 정확한 방식을 선택하려면 전화 면접 방식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ARS는 샘플이 왜곡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이번 선거 여론조사에서 그러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이른바 ‘경선 여론조사에 대한 학습 효과’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당에서 공천의 근거를 여론조사를 채택하면서 출마자들은 지지자들에게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청하는 문자를 엄청나게 뿌려대곤 한다.

게다가 60대 이상의 지지자들에게는 자신의 연령대를 물으면 60대는 샘플이 빨리 차는 경우가 많으니 20대를 선택하라고 각 후보들은 안내해왔다. 그러다보니 ARS로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60대가 20대로 응답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ARS 여론조사에서 20대 남성의 미래통합당 지지도가 상당히 높은 경우가 발견되는데 바로 이러한 웃지 못 할 습관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모 후보 측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분명 휴대폰 번호의 소유자는 60대인데, 결과는 20대로 응답을 했던 사례가 실제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ARS보다는 전화 면접이 더 정확했다고 본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윤우정 객원논설위원 webmaster@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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