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안전 위협하는 제주항공 ‘망가진 날개’…실적 악화에 안전사고 이슈 ‘재점화’

승객 안전 위협하는 제주항공 ‘망가진 날개’…실적 악화에 안전사고 이슈 ‘재점화’

  • 기자명 김다정
  • 입력 2021.03.2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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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손상됐는데 158명 싣고 운항…“안전 점검 소홀했다” 고개 숙여

2019년 일본 불매운동과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연이어 악재를 맞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은 현재 사실상 인공호흡기를 낀 채 간신히 숨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1년 동안 중국·일본·동남아 등 수익성이 좋은 노선의 운항은 중단됐다. 그럼에도 인건비와 항공기 리스비 등 고정비용은 매달 수백억원씩 발생하고 있다.

 
LCC들은 궁여지책으로 무착륙 관광 상품과 화물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치열한 땅따먹기 속에서 그렇다할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어 극심한 경영난 속에서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확보에 나서는 등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사실상 여행 심리가 회복될 때까지 버티기에 돌입한 것이다. 그러나 백신 부작용과 변이 바이러스 등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면서 여행 심리가 회복하려면 여전히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충분히 힘겨운 상황에 국내 LCC는 ‘안전사고’라는 또 다른 악재를 맞았다. 특히 해당 이슈가 LCC업계 ‘1위’를 달리는 제주항공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가뜩이나 여행심리가 꺾여 있는 상황에서 안전성 우려까지 팽배해진 것이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이달에만 안전사고를 잇따라 내면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욱이 기체가 손상된 비행기를 수리하지 않고 그냥 운항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달 10일 김포공항을 출발한 제주항공 77C264편(HL8322) 여객기는 이날 낮 12시10분쯤 김해공항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기체가 왼쪽으로 기울며 왼쪽 날개 끝에 붙어있는 보조 날개 ‘윙렛(Winglet)’이 손상됐다. 지면 방향으로 향한 윙렛이 손상된 점으로 미뤄 볼 때 착륙 과정에서 활주로에 쓸린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여객기는 착륙이 여의치 않자 복행(재착륙을 위해 다시 상승하는 것) 과정을 거쳐, 김해공항 상공을 한 바퀴 돈 뒤 다시 활주로에 내렸다.


문제는 제주항공이 기체손상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해당 항공기에 승객 157명을 싣고 다시 김포까지 운행을 했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윙렛이 손상된 이 여객기는 이날 오후 1시40분경 김해공항을 다시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돌아갔다. 제주항공은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에야 윙렛 손상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비록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자칫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사안”이라며 “여객기 안전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조종사·정비사의 안전 규정 준수 여부를 엄중히 들여다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이 사건을 ‘항공안전장애’로 규정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제주항공은 이달 8일에도 비슷한 운항사고를 냈다. 지상 이동 중인 여객기가 에어서울 여객기와 접촉사고로 기체가 손상됐다.


제주항공 여객기는 왼쪽 날개 끝이 긁히고, 에어서울 항공기는 후방 오른쪽 수평 꼬리날개가 휘어졌다. 그러나 제주항공과 에어서울은 모두 손상 사실을 모른 채 여객기를 운항했다. 

국토부는 이들 사건에 대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한 뒤 항공안전법에 따라 행정처분 등 조처를 할 계획이다.

실적 추락에 업계 1위발(發) 안전 우려까지 겹쳐

제주항공은 연이은 ‘안전불안’ 사태에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시장점유율 1위의 악재는 곧 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제주항공 여객기의 연쇄 안전사고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LCC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다. 이미 몇 년 사이 일본 불매운동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겹악재에 발목 잡힌 상황에서 안전 우려까지 더해졌다.


국내 LCC는 지난해 유례없는 부진을 겪었다. 올해도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면서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내 LCC들은 줄줄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잇달아 내놓은 무착륙 관광 비행 상품도 실적 개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 채 마땅한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 LCC 4개사(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의 영업적자는 9000억원에 육박했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33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규모가 10배 이상 커졌다.


진에어와 에어부산도 적자폭이 4~5배 확대되면서 각각 1847억원과 197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티웨이항공도 17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손실이 9배 정도 늘어났다. 

실적 공시 대상이 아닌 비상장사 에어서울과 플라이강원도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제주항공의 안전사고가 승객 입장에서는 더욱 불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국내 LCC들의 매출이 성장할 당시에도 LCC 안전사고는 빈번하게 일어났다. 운항에 투입되고 있는 LCC 항공기가 낡은데다 정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LCC들은 항공기를 점검하고 유지하는 정비인력과 산업이 열악해 항공기 정비 대부분을 외국업체에게 맡기는 구조다. 또 수익성 위주로 경영하다 보니 정비에 대한 투자 또한 인색하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가뜩이나 안전 인프라 투자에 소극적인데 최근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면서 안전 관련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결국 LCC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뒤늦게 고개 숙인 ‘제주항공’…"안전 강화할 것"

최근 제주항공의 잇단 안전사고로 이용객들의 불안감은 다시 가중되고 있다. 안전 문제 이슈도 다시 도마 위로 올랐다.


사고 직후 별다른 입장표명이 없었던 제주항공은 열흘이 다 돼서야 “점검 과정에서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제주항공은 18일 “최근 안전 관련 사건들은 항공기 운항과 착륙 후 동체 점검 과정에서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결과”라며 고객에게 사과했다.


이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승무원 안전 교육과 각 공항의 정비 현장에 대해서도 안전점검을 강화하겠다”며 강화된 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제주항공은 시뮬레이터 추가 교육 실시 등 운항 승무원에 대한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각 공항 정비현장 안전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운항 승무원의 휴직에 따른 기량 저하 여부 등을 더욱 엄격히 체크하고, 기상악화가 예상되는 경우 숙련도가 더 높은 승무원을 선별 투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항공기 운항 전후 외부 점검은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고, 운항 승무원과 정비사가 2인 1조로 항공기의 주요 외부 중간점검 9개 포인트를 확인하기로 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향후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당 조치들을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며 “항공기 운항 및 안전 점검 프로세스에 대한 추가 대책을 강구중이며, 지속적으로 시행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92ddang@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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