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워터파크 사망사고 속보 삭제 논란…노조 “롯데 측 책임 회피 목적”

롯데 워터파크 사망사고 속보 삭제 논란…노조 “롯데 측 책임 회피 목적”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5.1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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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경남 김해의 롯데 워터파크에서 한 노동자가 수중 청소 작업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롯데 측의 요청으로 ‘사망사고 속보’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조 측은 “사망사고 원인을 노동자 개인의 죽음으로 치부하는 등 롯데 측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이 명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망사고 속보 게재→롯데 측 요청→안전보건공단 속보 삭제

18일 안전보건공단 및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경남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12일 경남 김해에 위치한 롯데 워터파크에서 야외 파도풀장 바닥 이물질 제거 등 수중 청소 작업 중이었던 30대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가 난 롯데 워터파크 야외 파도풀장은 최대 수심이 2.4m 정도라고 한다. 


안전보건공단은 사망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 13일 ‘롯데’라는 기업명은 기재하지 않은 채 ‘김해 소재 워터파크 사업장에서 수중 청소작업 후 나오던 중 재해자의 잠수장비에 수중 청소기 호스가 걸려 익사’했다는 내용의 ‘사망사고 속보’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사망사고 속보는 전국 각종 사업장에서 사망 재해가 발생해 신고가 들어왔을 경우 안전보건공단이 1차 현장조사를 거친 후 사고 일시와 장소, 조사를 통해 파악한 사고 개요가 담겨있다. ‘신고 및 현재 파악된 내용으로 조사결과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문구와 함께 게시된다.

그런데 해당 사망사고 속보는 당일 오후 6시경 삭제됐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경남지역본부는 지난 17일 안전보건공단 경남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것(사망사고 속보 삭제)은 롯데라는 대자본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롯데 워터파크 측은 (공단)홈페이지에 (사망사고 속보가)게시됐다는 사실을 인지한 즉시 공단 경남동부지사에 전화를 걸어 게시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고, 경남동부지사는 삭제 권한이 있는 본부 담당 부서에 이 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삭제를 요청했으며, 바로 사망사고 속보는 삭제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남동부지사와 공단 본부 어느 단계에서도 부당한 삭제 요구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낀 곳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즉, 롯데 측이 워터파크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속보 삭제를 요청했고, 공단이 이를 수용해 삭제했다는 것.

공단, 삭제 사흘 뒤 ‘익사’ 표현 빼고 재게재 

다만, 공단과 롯데 측은 사고 원인이 ‘익사’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속보를 수정했다는 입장이다.

공단은 지난 17일 설명자료를 내고 “공단은 해당 사고에 대한 사망사고 속보 내용 중 ‘수중 청소 작업 중 익사’로 표현한 부분에서 사망의 원인이 익사인지 불분명해 ‘수중 청소 작업 중 사망’으로 수정해 재 게시(17일)한 바 있다”며 “공단은 앞으로도 동종사고 예방을 위해 신속하고 정확한 사고사망 속보 제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롯데 워터파크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망 원인에 대해 경찰 조사 중인 사안인데, 명확하지 않은 사망원인이 단정적으로 게시된 부분이 있어서 (공단 측에)수정 요청을 드렸다”면서 “공단 측에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삭제를 했고, 7일날 재게시됐다”고 했다.

공단은 롯데 원터파크 사망사고 속보 삭제 사흘 만인 17일에야 ‘익사’ 부분을 빼고 재게시했다. 

노조 “노동자 개인 죽음으로 치부…사업주 책임 회피하려는 목적”

사망원인을 단정할 수 없어 롯데 측이 공단에 수정을 요청했고, 공단은 이를 수용해 삭제한 뒤 사흘 만에 내용을 수정해 사망사고 속보를 재게시했다는 공단 및 롯데 측 주장에, 노조는 ‘책임 회피’를 지적하고 있다.


노조는 “롯데 워터파크 측이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사망사고 원인을 노동자 개인 죽음으로 치부하려고 하는 것이며, 사업주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이 명확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공단은 사망사고 속보를 삭제함으로써 롯데 워터파크 입장에 동조했다”며 “공단이 사업주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관으로 전락한 순간”이라고 직격했다.

‘사업주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이라는 노조 측 지적에, 롯데 워터파크 관계자는 “(사망자)부검 결과도 2주 후에 나오는 상황이고, 경찰 조사가 아직 끝난 상황이 아니라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애써 말을 아꼈다.

한편, 노조는 이번 롯데 워터파크 사망사고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롯데 워터파크는 노동자의 죽음조차도 자신의 잘못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그들의 뻔뻔함에 분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자 사망에 대해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업주의 안전보건관리시스템 문제를 확인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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