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왕관 쓴 GS리테일, '잇딴 구설수'...수익성 드라이브 무리수 뒀나?

‘업계 1위’ 왕관 쓴 GS리테일, '잇딴 구설수'...수익성 드라이브 무리수 뒀나?

  • 기자명 김다정
  • 입력 2020.04.2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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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 편의점 외 다른 사업은 ‘그닥’

 

‘GS25’ 편의점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GS리테일이 CU를 제치고 편의점업계 ‘왕좌’ 자리를 탈환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쇼핑이 크게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지만 GS리테일의 실적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해 GS리테일의 연간 매출은 최초로 9조원을 돌파했다. 전체 매출은 편의점 사업인 GS25가 견인했다. 다른 사업부의 부진을 상쇄하고도 큰 폭의 이익을 냈다.
 

1위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는 GS리테일이지만 허연수 부회장은 여기에 더해 올해 압도적인 업계 우위를 확보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허 부회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는 수익 중심 내실경영, 미래 성장 플랫폼 기반 구축, 미래 변화 주도를 경영받침으로 내걸고 실적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일까? 최근 GS리테일의 행보는 과거 ‘상생’을 강조하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오로지 ‘돈’만 쫓는 모양새다. 

GS리테일은 ‘편의점 산업의 거래 공정화를 위한 자율규약’ 시행으로 신규 출점이 제한되자 변종 매장을 확대하는가 하면 1년 만에 직원 1400명 가까이 구조조정 하면서 인력 쥐어짜기 논란에도 휘말렸다.
 

이에 <더퍼블릭>은 ‘상생’과 ‘수익성’ 두마리 토끼 중 수익성만 쫓는 GS리테일의 최근 행보에 대해 짚어봤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지난해 GS리테일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1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지난해 매출 9조69억원, 영업이익 2388억원, 당기순이익 143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6%, 32.5%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8.5% 늘어난 실적이다.
 

GS리테일이 이같은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역시 주력 사업인 ‘편의점 GS25’다. 지난해 GS25는 지난해 매출이 6조8564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신장했다. 

GS리테일 전체 매출의 76%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영업이익은 2565억원으로 전년 대비 33.5% 늘었다.


특히 지난 11월 기준 GS25 점포수는 1만 3899개로 2000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CU를 꺾고 업계 1위에 올랐다. CU의 점포수는 1만 3820개로 양사의 점포수 차이는 79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은 즉석식품을 비롯한 차별화 상품 매출 증가와 2013년부터 누적 7000점 이상에 걸쳐 스토어 리노베이션을 통한 점포 매출 개선 활동, 플랫폼 기반의 다양한 생활 편의 서비스 도입으로 인한 고객 구매 단가의 증가 등이 호실적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외에도 전체적으로 자회사들의 원가 경쟁력 강화 및 영업 활성화 등으로 전사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매장 수 늘고, 직원은 줄고…최대 실적 달성 뒤 ‘인력 쥐어짜기’ 논란

그러나 이번 GS리테일의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먼저 GS리테일은 GS25 점포수 1위를 찍고 매장수를 늘렸지만 오히려 직원 1400명 가까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GS리테일 측은 “점포 운영 효율화를 진행하면서 필요 인원 수가 감소했을 뿐,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매장은 늘었는데 직원은 감소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인력 쥐어짜기’로 지난해 최대 실적 성과를 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GS리테일의 총 직원 수는 2018년 1만207명보다 1358명(13.3%) 감소한 8849명에 그쳤다. 

실적 개선폭에 비해 일자리 창출이 더뎠다는 평가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편의점에서도 200명 넘게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289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GS수퍼(GS THE FRESH)에서만 900명 가까운 직원이 줄었다. 

이는 지난해 2분기까지 점포 수를 꾸준히 늘려오다 하반기 들어 일부 점포를 폐점한 영향이다.
 

다만 직영점이 11개 폐점하는 동안 가맹점은 오히려 22개 늘어 전체 점포 수는 오히려 2018년보다 10개 이상 증가했다.
 

H&B스토어 랄라블라도 점포 수 감소 영향을 받았다. 이에 직원도 1516명에서 1325명으로 12.6%(191명) 감소했다.
 

GS리테일 측은 “경영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점포 관리직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이 자리를 신규 채용하지 않으면서 직원 수가 감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GS25가 실적 견인…나머지 사업은 글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도 1400명에 가까운 인력을 해고하면서 인력 쥐어짜기 논란에 휩싸인 GS리테일이지만 회사 입장에서 보면 구조조정의 명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GS리테일은 GS25와 호텔을 제외한 사업 부문에서 부진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도 웃음 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GS25가 GS리테일 전체 매출의 76%를 차지하고 전체 계역사의 이익보다 177억원 더 많은 영업이익을 내는 동안 슈퍼마켓, H&B, 반려동물 사업 부문에서는 적자 규모를 키우고 있다.
 

슈퍼마켓 사업 매출은 1조4755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고 28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H&B(랄라블라) 역시 159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동물용품 전문 업체 ‘펫츠비’는 자본 잠식 상태다. 

그나마 지난해 랄라블라를 비롯해 강도 높은 점포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적자 규모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호텔사업인 파르나스 호텔은 편의점 사업과 함께 GS리테일이 추진하는 신사업중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특히 2016년 119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8년 575억원으로 크게 뛰었고, 2019년에는 638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파르나스 호텔의 영업이익이 급증한 시점이 회계기준이 변경된 2018년 이후인 점을 볼 때 이는 사업 실적이 아닌 새로운 회계기준 반영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랄라블라, GS리테일 제2의 주력사업 될까?

사실상 편의점 사업부문을 제외하고는 GS리테일의 실적을 견인할 만한 그렇다할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편의점 사업 역시 점포수 기준 1위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당장 올해 상반기 중 300개 점포에 대한 대규모 입찰건이 예정되면서 언제든 순위 바꿈이 일어날 수 있는 위태로운 상태다.
 

그렇게 때문에 GS리테일 입장에서는 전사업 부분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GS리테일은 지난해 말 GS25와 GS더프레시, 랄라블라 등 오프라인 3개 사업부를 총괄하는 플랫폼비즈니스 BU를 신설하면서 조직을 통합했다.
 

이를 통해 오프라인 물류망 통합으로 랄라블라에서 판매하던 샴푸와 바디워시 등 생활용품을 GS25 등에서 팔고, GS25 등에서 판매되던 식료품을 랄라블라에서 판매하던 ‘숍인숍(매장 내 매장)‘사업을 보다 유기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과거 랄라블라는 사업부장 체제로 운영되면서 GS25와 GS더프레시가 각각 편의점부문 대표, 슈퍼마켓부문 대표 체제였던 것과 비교하면 무게감이 낮았다. 

하지만 이번 개편으로 GS리테일은 랄라블라를 편의점 뒤를 잇는 중점 사업으로 키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도시락 파는 ‘랄라블라’…변종 편의점 꼼수?

올해 새로운 체제에서 수익성 개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랄라블라는 시작과 동시에 ‘변종 편의점’ 논란의 중심에 섰다.
 

편의점 산업의 거래 공정화를 위한 자율규약‘ 시행으로 편의점 신규 출점이 제한되자 H&B 매장인 랄라블라에서 편의점 상품을 대거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랄라블라 우장산역점은 지난해 10월 말 도시락, 삼각김밥, 수입맥주 등 편의점 대표 식품군을 갖추고 전자레인지, 간이 테이블 등을 설치했다. 이에 CU 우장산역점은 매출이 줄고 폐기비용이 늘었다고 호소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실적이 부진한 랄라블라가 매출 다각화를 위해 무리한 시도에 나섰다는 비판도 일었다.
 

GS리테일은 랄라블라에 식음료를 팔지만 일종의 테스트 매장일 뿐 근접 출점이나 변종 매장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테스트 매장이 향후 실제 사업모델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매장 형태는 50~100m 거리 이내 출점을 금지한 편의점 자율규약을 어긴 것이라는 지적에서는 벗어나기 힘들다. 

자율규약의 사각지대를 교묘히 이용한 이런 매장이 확대될 경우 자율규약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경쟁사 점주는 물론 GS25 점주까지 비판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의 출점 경쟁을 줄이기 위해 자율규약을 맺었지만 변종 편의점으로 신종출점을 시도하면 업종 경계가 무너지고 협약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최근 GS리테일의 행보는 과거 상생을 강조해 온 모습은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본지>는 GS리테일 측에 취재를 요청했으나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는 답변 이후 회신을 받지 못했다.

[사진제공=GS리테일]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92ddang@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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