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 귀족노조’라 비판받는 민주노총…침묵하는 민주당 대선주자들

‘양아치 귀족노조’라 비판받는 민주노총…침묵하는 민주당 대선주자들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9.0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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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마련된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의 분향소에 영정이 놓여 있다. A씨는 노조를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3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40대 가장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였던 그의 마지막 편지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이 한껏 묻어나 있었다.

“너희(딸과 두 아들) 때문에 여기까지 버텨왔는데 아빠가 너무 힘들다. 아빠 없는 아이들, 그게 아빠의 마지막 발목까지 잡았지만 너무 괴롭고 고통스럽다. 이기적인 결정 너무도 미안하다. 너희에게 항상 웃음만을 주려 살아온 아빠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구나. 너희 옆에서 함께 지켜보고 싶은 게 너무도 많은데 아빠는 마지막까지 부족하다”며, 딸과 두 아들에 대해 사과했다.

아내를 향해서는 “내 삶의 시작이자 끝인 한 여자. 못난 남편 만나 이해해주며 살아온 시간, 죽어도 용서를 구할게. 미안하고 사랑해”라고 사과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김포에서 CJ대한통운 택배 대리점을 운영해온 40대 대리점주 이모 씨가 남긴 마지막 자필 편지 내용 중 일부분이다.

처음엔 택배기사로, 나중엔 택배 대리점을 맡는 등 12년 동안 택배 일을 해왔던 그는 딸과 두 아들 생각에 끝까지 버텨보려고 했으나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고, 남은 가족들에게 너무나 미안해했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버지라면 그가 어떤 심정으로 가족을 향한 마지막 편지를 써내려갔을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으리라.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몬 건 ‘양아치 같은 노동 귀족 주사파’라 질타 받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였다.

택배노조의 집단 괴롭힘으로 한 가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음에도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집권당 대선주자들은 조문은커녕 애도조차 없었다.

이에 <더퍼블릭>이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하는 단체에서 어느새 이 사회의 적폐 취급을 받고 있는 민주노총의 법 위에 군림하는 행태와 집권당의 침묵 그리고 민주노총 개혁을 예고한 제1야당 대선후보들의 목소리에 대해 짚어봤다.

“너희들로 인해 버티지 못하고 죽음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 있었단 걸 잊지 말길 바란다”

김포에서 CJ대한통운 택배 대리점을 운영해온 40대 대리점주 이모 씨가 남긴 마지막 편지에는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의 집단 괴롭힘을 도저히 버틸 수 없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음이 명백하게 드러나 있었다.


고인은 “처음 경험해본 노조원들의 불법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 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 무책임한 집배업무, 파업이 종료됐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몸으로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며 “마음 단단히 먹고 다시 좋은날이 있겠지 하며 버텨보려 했지만 그들의 집단 괴롭힘에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태업에 우을증은 극에 달해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너무 괴롭다”고 토로했다.

고인은 이어 “이들의 비정상적인 업무처리와 수십, 수백의 카카오톡 업무방해, 대리점 소장을 파멸시키겠단 지속적인 집단 괴롭힘에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되는 이 시점, 이들이 원하는 결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너무도 억울하지만, 너희들(택배노조)로 인해 버티지 못하고 죽음의 길을 선택한 한 사람이 있었단 걸 잊지 말길 바란다”며, 택배노조의 집단 괴롭힘으로 인해 본인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일방적인 언론플레이로 기사화 해 지속적인 괴롭힘, 다수의 합심, 공격적인 언행을 겪는 한 사람에겐 정신적 고통과 상실감, 괴리감, 자살충돌의 연속, 우을증, 대인기피증까지 유발해 이 상황까지 오게 만든 점, 평생 가슴 속에 담고 살고 너희들에게 줄 수 있는 벌이 있다면 그걸 받으며 내가 겪은 고통을 반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원망했다.

이처럼 고인은 자신의 극단적 선택은 택배노조의 집단 괴롭힘 때문임을 분명히 했지만, 택배노조 김태완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1일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조합원들의 일부 괴롭힘 행위가 확인됐다”면서도, 원청인 CJ대한통운이 결정적 원인 제공자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CJ대한통운 원청인 김포지사장의 요구로 이 씨가 ‘대리점 포기각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주장하면서 “고인은 집도 매각할 정도로 매우 어려운 경제적 생활에서 분할되는 대리점 1곳이라도 운영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으나 김포지사장은 마지막 소망마저 짓밟았다”며 “(원청인)CJ대한통운이 고인이 죽음에 이르게 한 결정적 원인 제공자”라며, 남 탓을 했다.

▲ 김태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택배대리점 소장 사망에 대한 택배노조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유가족 “택배노조의 기자회견은 고인의 죽음을 모욕하는 패륜적 행위”

‘CJ대한통운이 고인이 죽음에 이르게 한 결정적 원인 제공자’라는 노조의 자체조사 결과 발표에 고인의 유가족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강력 반박했다.


유족은 “노조의 기자회견은 고인의 죽음을 모욕하는 패륜적 행위”라며 “유서에는 고인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외쳤던 마지막 이야기가 생생히 담겨있다. 하지만 노조는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앞세워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마저 부정하는 파렴치한 태도를 보여 줬다”고 개탄했다.

유족은 이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쏟아낸 헛된 말들이 마치 진실인 양 탈을 쓰고 돌아다닌다면, 고인을 다시 한 번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고, 용서할 수 없는 행위이며,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족은 언론을 향해서도 “언론에 요청 드린다. 고인은 유언장을 통해 노조의 괴롭힘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이라고 명백하게 밝혔다. 고인의 유언을 통해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졌는데도 노조의 교묘한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진실을 덮으려는 노조의 파렴치한 행위를 정당화시켜주는 것”이라며 “부디 노조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과 괴롭힘을 밝혀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요청했다.

유족은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고, 고인의 빈소를 찾지도 않은 노조의 애도를 진정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노조는 택배기사들이 돌아가셨을 때도 이렇게 행동했는지 되돌아보고 국민 앞에 진심을 다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가족은 장례를 마친 후 유언장 내용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이러한 비극을 초래한 사람들에 대하여 책임을 묻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해 나갈 것”이라 덧붙였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 한 목소리로 민주노총 규탄…정권교체 시 민주노총 개혁?

민주노총의 집단 괴롭힘에 세 아이의 아버지였던 택배 대리점주가 버티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데 대해, 제1야당 대선후보들은 한 목소리로 민주노총을 규탄했고 나아가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지난 1일자 페이스북에서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하는 것을 넘어 기득권이 되고 있다는 현실을 절감한다”며 “강성 노조의 행태는 ‘노동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신시키고 있다. 국민들께서 (노조의 행태를)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노동개혁 당위성을 강조했다.

홍준표 예비후보도 이날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이래도 강성노조 수술에 반대할 것인가”라며 “국가 정상화를 위해 떼만 쓰는 강성노조는 수술해야 한다”며, 민주노총 개혁을 촉구했다.

유승민 예비후보 역시 2일자 페북에서 “노조원과 비노조원을 차별하지 않고 성실하게 일해 온 한 가장이 온갖 욕설과 폭언,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까”라며 “대리점주도 지위만 달랐지 노동자였다. 노동자 인권을 운운하는 단체가 인권을 파괴하고 한 개의 인격을 짓밟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최재형 예비후보는 지난달 31일 택배 대리점주의 빈소를 들러 문상한 뒤 페북에 “불법 태업과 업무방해, 집단 따돌림으로 택배 대리점주를 죽음까지 내몬 민노총 산하 택배노조의 행태에 분노한다”고 했다.

최재형 후보 측은 ‘귀족노조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고 “반드시 귀족노조의 특권과 치외법권을 없애고 노동자를 위한 노조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예비후보도 지난 2일 빈소를 찾은 뒤 “노동의 이름을 팔아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노조가 올바른 노조인가? 노조가 정말 약자인가? 과연 지금의 노조가 약자들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약자들을 대변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캠프 백경훈 대변인은 지난 1일자 논평에서 “민주노총은 건강한 노동조합이 아니라 폭력배 집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우리 사회의 최대 적폐이자 암 덩어리인 민주노총을 이제는 도려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아울러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태도”라며 “비적떼가 국민의 재산을 강탈하고 목숨까지 빼앗아 가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처럼 위태로운 상황을 방관하고 심지어 비호하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라고 공권력을 준 것 아닌가? 도대체 국민을 버리고 도망간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라며 “민주노총과 문재인 정부의 추악한 카르텔을 국민의 이름으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어린아이 눈에 비친 민주노총의 횡포

민주노총의 전신 전노협(전국노동조합협의회) 사무차장을 지낸 김준용 국민노동조합 사무총장은 지난달 10일 ‘끝없는 타락 노동운동, 해묵은 숙제 노동개혁’이라는 주제로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만민토론회에서 민주노총을 겨냥해 “입으로는 약자 코스프레를 하지만 자본주의가 주는 온갖 혜택은 다 누리는 수혜자”라며 “비겁하고 불량스럽고 이익 다 챙기는 양아치 같은 노동 귀족”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준용 사무총장은 “대전에 한온시스템이라는 물류 회사가 있는데, (민주노총 지침에 따르지 않았다가)해직된 노동자 6명이 정문에서 철야 농성 중”이라며 “한 해직자의 중학생 딸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법 위에 군림하는 민주노총을 해체시켜 주세요’라고 호소했는데, 어린아이 눈에 비친 민주노총의 횡포가 얼마나 심했으면 청원을 했겠느냐”고 꼬집었다.

한온시스템 해직자의 딸은 지난 7월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힘 있는 노동자만 보호하고, 힘없는 노동자는 가차 없이 내쳐버리는 게 옳은 건가요?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민노총은 결국 말도 안 되는 갑질을 펼치며 힘없는 노동자 6명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다”며, 민주노총 해체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계약 해지를 한 것은 불법이다. 이렇게 법 위에 군림하려는 민주노총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법 위에 군림하는 민주노총…침묵하는 민주당 대선주자들

민주노총이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비판은 문재인 정권 공권력이 자초한 탓이 크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지난달 23일부터 당진제철소를 종합 관리하는 통제센터를 불법 점거하고 있는데도, 현장에 투입된 경찰은 노사 간 충돌을 막기만 할 뿐 불법 점거 중인 노조에 대한 강제 해산에는 선을 긋고 있다.

더 기가 막힌 대목은 법원이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음에도 경찰이 20일이 지나서야 영장을 집행했다는 사실이다.

앞서 법원은 지난 7월 3일 서울 도심에서 8000여명이 집결한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지난달 13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으니 경찰은 즉각 이를 집행해야 했으나, 시간만 질질 끌다 영장 발부 20일 만에야 양경수 위원장을 연행했다.

문제는 문재인 정권의 민주노총 비호가 다음 정권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민주노총의 집단 괴롭힘에 택배 대리점장이 버티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음에도 집권당 대선주자들 중 애도를 표한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집권당 역시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노조 소속의 택배 근로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을 때는 너도나도 애도를 표하고 대책 등을 언급하더니 노조의 집단 괴롭힘으로 한 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데에는 애써 함구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내년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이 연출된다면 양아치 같은 노동 귀족이라 비판받은 민주노총의 법 위에 군림하는 행태는 다음 정권에서도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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