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민주당의 ‘이태원 참사 활용법’…‘세월호 특조위 시즌2’ 우려

[집중분석]민주당의 ‘이태원 참사 활용법’…‘세월호 특조위 시즌2’ 우려

  • 기자명 김영일 기자
  • 입력 2024.01.1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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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상정되자 본회의장을 나와 피케팅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상정되자 본회의장을 나와 피케팅을 하고 있다.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핼러윈데이를 즐기려 모여든 인파가 좁은 골목길에 밀집되면서 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1년 3개월 만인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골자로 하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을 여당과 합의 없이 강행처리했다.

이태원 참사로 소중한 생명을 잃은 유가족과 친구, 동료들의 비통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태원 참사로 피해를 입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피해자와 유족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안 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기보다는 진상규명을 골자로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정쟁과 소모적 논쟁을 유발할 소지가 다분한 ‘정쟁용 특별법’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유사한 선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8년간 총 9차례 조사‧수사가 진행됐음에도 좌파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진상규명은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하는 시각도 있지만 그 반대급부 여론도 상당하다.

특히 반대급부에선 이태원 참사 특별법도 결국 민주당을 비롯한 좌파세력이 재난에 희생된 국민의 안타까운 죽음을 정쟁용 도구로 악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에 <더퍼블릭>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정쟁용으로 지적되는 이유에 대해 짚어봤다.

세월호 참사 특조위‧사참위 학습효과…‘운동권 일자리 특별법’

지난 9일 민주당 등 야당이 강행처리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는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지속적 추모를 위한 추모사업 그리고 피해자들의 회복을 위한 간병비 및 심리지원 등의 내용도 담겼지만, 핵심은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설치다. 이는 특조위를 구성해 이태원 참사 발생원인 및 책임소재 등에 관한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불필요한 정쟁과 소모적 논쟁을 유발하기 위한 정쟁용 특별법이라 반박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부산항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태원 압사)사건 이후 5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서 관련 조사와 수사가 충분히 이뤄진 결과 (서울경찰청장·용산경찰서장·용산구청장 등)관련자들의 재판은 이미 진행 중에 있고, 민주당 주도로 55일에 거쳐 국정조사도 이뤄졌다”면서 “더 이상 무엇을 더 조사하겠다는 말인가. 특조위를 만들어 재조사하겠다는 것은 참사를 재탕, 삼탕 우려내 정쟁화를 유발하겠다는 의도일 뿐”이라고 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좌파세력은 이미 세월호 참사를 악용해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 불필요한 정쟁과 소모적 논쟁을 유발해 온 바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 및 수사는 ▶2014년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세월호 선장 책임 및 청해진해운 비리 등) ▶2014년 국회 국정조사(세월호 사고 진상규명) ▶2014년 감사원 감사(해경의 초동대응 미흡 등) ▶2014년 해양안전심판원 조사(세월호 사고 원인) ▶2015~2016년 세월호 특조위 조사(사고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 행적 등) ▶2017~2018년 세월호 선체 조사위 조사(세월호 사고 원인) ▶2019~2021년 대검 세월호 특수단 수사(청와대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 등) ▶2021년 5~8월 세월호 특검 수사(CCTV 데이터 조작 의혹 등) ▶2018~2022년 사회적 참사 특조위 조사(세월호 침몰 원인) 등 8년간 총 9차례 실시됐다.

9차례 조사 및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세월호 선체 불법 증축, 평형수 부족, 부실한 화물 고정, 감독 소홀 등 참사를 야기한 원인들은 대부분 드러났고, 구속 기소된 인사들만 100여명이 훌쩍 넘는데도 세월호 이름을 단 좌파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실정이다.

또한 9차례에 걸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사용된 예산은 총 7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특히 세월호 특조위와 사참위(사회적 참사 특조위) 등에는 좌파진영 인사들이 대거 포진됐고, 특조위‧사참위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은 억대 연봉을 받았다.

이 때문에 세월호 특조위‧사참위는 좌파세력의 일자리와 급여를 챙겨주기 일환이었다는 의구심이 적지 않았는데, 이태원 특조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태원 특조위 활동에 100억원 상당의 예산이 쓰일 것으로 추산된다. 특조위 활동 기간은 1년이고 3개월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는데, 이 기간 동안 특조위원 및 사무처 직원 인건비, 자문위원 수당, 종합보고서 작성·발간 등에 100억원에 육박하는 세금이 사용될 것으로 추계됐다.

100억원에 육박하는 세금을 사용할 이태원 특조위에는 세월호 때와 같이 좌파 인사들이 대거 포진될 예정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특조위원 11명 중 7명을 야당이 추천해서 특조위가 사실상 야당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특조위는 ▶여당 추천 인사 4명 ▶야당 추천 인사 4명 ▶국회의장이 이태원 참사 관련 시민단체 등과 협의해 추천하는 인사 3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되는데, 사실상 과반 이상이 좌파인사들로 꾸려지는 것이다. 나아가 특조위원장은 특조위원들이 선출하기 때문에 좌파 인사들 중 한명이 특조위원장이 된다. 이처럼 편파적 특조위 구성은 편파적 운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지난 10일자 논평에서 “민주당이 이태원 특별법을 강행 처리한 것은 참사를 총선 기간 내내 재탕, 삼탕 우려먹겠다는 뜻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세월호 참사 후 특조위‧사참위 등에서 8년간 9차례 진상조사를 했지만 새로운 진상을 밝혀내지 못했다. 오히려 700여억 원이 인건비 등으로 지출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측면에서 이태원 특별법은 최장 1년 6개월간 운동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운동권 일자리 특별법’으로 변질될 것임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상정되자 본회의장을 나와 피케팅을 하던 중 규탄사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상정되자 본회의장을 나와 피케팅을 하던 중 규탄사를 하고 있다.

무소불위의 권한 이태원 특조위…독소조항

윤재옥 원내대표는 특조위 설치를 핵심으로 하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총선용’이라 규정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법 시행을 총선 이후로 미뤘으니 총선용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또 거부권 행사하냐며 선동하고 정쟁화하려는 것이 본심”이라고 직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 ▶지난해 5월 간호법 제정안 ▶지난해 12월 노란봉투법 및 방송3법 ▶지난 5일 쌍특검법에 이어 다섯 번째가 된다. 따라서 연이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윤 대통령에게 여론 악화 등 정치적 부담을 지우기 위한 총선용이라는 것.

연이은 거부권 행사에 따른 여론 악화의 부담은 있겠지만,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은 충분하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엔 위헌적 요소가 담겼기 때문이다.

윤 원내대표는 “특조위는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이태원 특검”이라며 “특조위는 압수수색 및 동행명령의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수사기관에 고발권을 행사하고, 법무부에 출입금지도 요청하고, 별도의 청문회를 열 수 있으며, 감사원 감사도 요구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국 특조위 활동을 빙자한 정치공세에 초법적인 권한을 쓰겠다는 속셈으로 이를 용납하는 것은 헌법 유린에 동조하는 일”이라 덧붙였다.

특조위는 심지어 불기소 처분되거나 수사 중지된 사건의 기록까지 열람할 수 있는 전무후무한 권한까지 부여받게 되는데, 특조위의 부여되는 여러 권한들은 헌법 가치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이라는 게 국민의힘의 비판이다.

재판기간 강제 규정…사법권 침해 위헌적 조항

그리고 무엇보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엔 재판기간을 규정한 조항이 포함됐는데, 이는 사법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학박사인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대표변호사는 지난 10일 <본지>에 기고한 ‘김건희 특검법안의 재판기간 규정의 위헌성에 대하여’ 제하의 칼럼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위헌적 요소가 가장 큰 조항 중 하나가 바로 특검법안 제10조의 재판기간을 규정한 조항”이라고 밝혔다.

김정철 변호사는 “이 조항에서는 1심은 공소제기일로부터 3개월 이내, 항소심과 상고심은 전심판결 선고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판결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특검법이 사법부인 법원의 선고시한까지 강제하고 있는 것으로, 이는 명백한 사법권 침해”라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과 마찬가지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도 재판기간을 규정한 위헌적 조항이 존재한다.

특별법 제32조(수사 및 재판 기간 등) 1항은 “조사위원회(특조위)가 고발한 사건의 수사 및 재판은 다른 사건에 우선하여 신속히 하여야 한다. 조사위원회가 고발한 사건의 수사는 고발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종결하여야 하고, 그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 제기일부터 6개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은 전심의 판결 선고일부터 각각 3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 제101조 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03조에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 헌법은 국회(입법부)와 정부(행정부)로부터 사법권 독립을 보장하고 있는데,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는 사법부 고유의 권한을 침해하는 재판 선고 기한을 강제하는 위헌적 조항이 담겼다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조항.
이태원 참사 특별법 조항.

피해자 구제는 뒷전인 野 특별법…이태원 특조위는 세월호 특조위‧사참위와 다를까?

윤재옥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은 (이태원 참사)유가족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며 참사의 후속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참사를 정쟁화하는 대신 추모사업과 유가족 지원을 통해 공동체 슬픔을 치유하며 유사한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집중하는 것이 선진사회의 성숙한 자세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지난달 1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발의한 바 있다. 이만희 전 사무총장이 대표 발의한 특별법은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조위 설치에 초점을 맞춘 야당의 특별법과 달리, 참사 재발방지와 유가족 지원, 추모사업 등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뒀다.

구체적으로 보상 및 지원 등에 관한 업무 수행을 위한 피해자지원심의위원회와 추모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희생자추모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두도록 했다.

특히 피해지원심의위원회는 참사 당일 구조 활동으로 신체‧경제적 피해를 입은 사람과 영업활동 제한으로 피해를 입은 이태원 상인들에 대한 보상도 심의‧의결할 수 있도록 했고, 참사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따른 배상 책임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배상이 이뤄지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여당과 합의 없이 본인들이 발의한 특별법을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지난 10일자 논평에서 “(야당의 특별법은)피해자 권리구제가 목적이라면서도 금전적 지원은 대강의 내용조차 규정하지 않고, 모두 대통령령으로 위임했다”고 지적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아울러 “‘이태원 참사로 인해 신체적·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어 회복이 필요한 사람’을 모두 피해자라고 규정해 진짜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한 구제는 뒷전”이라고 쏘아붙였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 말고 즉각 공포하라”고 요구했다. 야당의 요구대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특조위를 통해 이태원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고,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더 안전한 사회로 발돋움하게 된다면 윤 대통령은 분명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사례에서 이미 경험했듯, 박근혜‧문재인 정권 하에서 9차례에 걸쳐 수백억원의 예산을 쏟아 붓고 100여명이 훌쩍 넘는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지만, 세월호 이름을 단 좌파 단체들은 여전히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좌파 단체들의 화살은 수백억원의 예산을 쓰고도 진상규명을 못한 세월호 특조위‧사참위로 향해야 하는데, 주야장천 보수정권 탓만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태원 특조위도 세월호 특조위‧사참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의심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아울러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 사망 ▶인천 영흥도 낚싯배 침몰 사고로 13명 사망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47명 사망 ▶2020년 경기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로 38명 사망 ▶2021년 광주 학동 건물 붕괴 사고로 17명의 사상자 발생 등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안타까운 참사가 여럿 발생했지만, 국민의힘은 그때마다 국민의 안타까운 죽음을 정쟁용 도구로 악용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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