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NOW] 보험업계까지 ‘불똥’튄 홍콩 ELS 사태...상품구조부터 손실 가능성까지 살펴본다

[보험NOW] 보험업계까지 ‘불똥’튄 홍콩 ELS 사태...상품구조부터 손실 가능성까지 살펴본다

  • 기자명 신한나 기자
  • 입력 2024.03.1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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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으로 인한 손실이 현실화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서고, 배상안을 정리해 발표했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종목 가운데 50개 종목을 추려서 산출한 지수다. 중국 정부의 규제 등에 따라 변동성이 높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유로스톡스 등과 함께 지수형 ELS의 기초자산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번 손실이 발생한 이유는 중국 경제 둔화 등의 영향으로 홍콩H지수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ELS 발행이 집중적으로 됐던 2021년 초, 홍콩H지수는 1만 2000포인트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다 현재는 5000포인트 초중반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금융상품으로 분류되어 온 보험 상품 중에서도 홍콩 H지수 ELS 손실 사태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바로 ELS 펀드르 주로 편입해 운용하는 ELS변액보험이 그것이다.

업계에서는 만기가 있어 정해진 기간 안에 자산가격을 회복하지 못하면 영구 손실을 보게되는 ELS와는 달리 만회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안전성이 우선이어야 할 보험에 고위험 상품인 ELS를 운용 자산으로 편입시킨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BNP파리바카디프생명·KB라이프생명·하나생명에서 방카슈랑스를 통해 판매한 변액보험 상품에서는 손실이 확정된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상대적으로 손실에 대한 인지가 적은 ELS변액보험의 상품 구조와 손실 현황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ELS? 변액보험? 그게 뭔데?

▲ 보험업계 (사진제공=연합뉴스)
▲ 보험업계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신한나 기자] 변액보험은 보험사가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의 일부를 자금을 조성해 특별계정으로 운영하고, 그 특별계정의 운용실적에 따라 계약자에게 투자이익을 배분함으로써 보험기간 중 보험금액이 변동하는 보험이다.

쉽게 말해, 가입자가 매월 납입하는 보험료 중 일부를 제외하고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한 후 실적을 배당해주는 보험상품이다. 보험상품에 ‘투자’의 개념이 삽입돼 있기 때문에 운용에 따라 원금손실의 가능성이 존재하기도 한다.

ELS는 주가연계증권으로 주식이나 주가지수와 연동돼 만기와 수익이 결정되는 고난도 파생상품을 말한다. 기초자산이 정해진 기간 동안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약속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구조이다.

ELS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녹인(Knock-In) 구간이다.

낙인은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간을 뜻한다. 예를 들어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의 낙인이 40%일 경우 H지수가 40% 하락하는 순간 내가 보유한 자산은 낙인을 터치한 기초 자산의 비율을 뜻하게 된다.

쉽게 말해, H지수가 40% 하락하면 내 자산의 60%가 날아간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ELS는 고위험 상품군으로 분류돼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원금의 20% 넘게 손실이 날 수 있는 파생상품 등을 고난도(고위험) 상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홍콩H지수 연계 ELS변액보험은 홍콩H지수와 연계한 ELS에 투자해 투자이익을 지급하는 변액보험 상품이다. 은행, 증권에서 판매한 일반 펀드 상품과는 달리 사망·연금·질병 보장 등의 경우에서 보험의 기능을 갖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즉 가입자가 사만보험금으로 3000만원을 보장받는다고 하면, 변액보험 투자 손실이 나더라도 사망보험금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손실을 확정지은 기업은?

15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하나생명은 최근 ‘ELS의 정석 변액보험’이 편입한 ELS의 손실이 확정됐다는 내용을 가입자에게 공지했다.

지난달 20일 만기 상환평가일에 H지수가 최초 기준 가격 50% 미만인 45.83% 수준으로 만기 상환을 충족하지 못해 54.17%의 손실 상환이 확정된 것이다.

이에 가입자들은 금융당국에 민원을 제기했고 하나생명은 해피콜 부실이 발견된 고객에 한해 최근 원금 100%를 상환했다. 다만 하나생명 측은 ELS 변액보험이 아니라 다른 상품이라도 인수 과정에서 민원이 발생하면 충분한 검토 후 상환 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며, ELS 변액보험 상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나생명보다 앞서 KB라이프생명과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의 변액보험도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그러나 보험 업계는 ELS변액보험의 경우 보험의 기능도 갖고 있고, 손실 이후에도 재투자할 수 있어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판매한 ELS 상품과는 달리 손실의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1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지난 1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은행·증권사에서 판매한 ELS 상품은 녹인(Knock In)형으로 투자 기간 내에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배리어 이하로 떨어지면 만기까지 모든 기초자산이 상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만약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만기 상황 장벽을 하회하면 해당 기초자산의 하락 폭만큼 손실이 확정된다.

하지만 대부분 ELS변액보험은 노녹인(NO Knock-in) 구조로 만기 시에만 상환 조건만 충족하면 돼 원금손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투자 기간 기초자산이 배리어를 하회하더라도 만기평가일에만 모든 기초자산이 만기상환 장벽을 충족하면 수익이 난다는 것이다.

ELS + 변액보험, 과연 옳은 것일까?

 그러나 일각에서는 고위험 금융상품인 ELS를 변액보험 운용에 편입시킨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보험소비자가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이유는 ‘수습’에 그 목적이 있다. 예기치 못한 사고에 휘발리거나, 질병이 발생하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을 모두 예방할 수는 없기 때문에 빠른 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수습’의 목적으로 보험을 찾는 것이다.

즉, 보험가입자는 불확정적이고 동질적인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회사에 일정한 보험료를 지불한다.

이러한 이유로 보험상품은 전통적으로 안전한 금융상품으로 분류돼 왔다. 소비자가 공경에 처했을 때 즉각적인 금융지원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ELS의 경우 고위험 금융상품이다. 이를 두고 안전성이 우선이어야 할 보험에 고위험 상품인 ELS를 운용 자산으로 편입시킨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ELS변액보험의 경우 지난 2022년 5월 금융당국이 “고위험 금융상품군이 아니다”는 평가를 내놓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ELS와 보험상품을 결합한 상품의 출시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크다.

10년 이상 장기간 유지해야 하는 변액보험 상품에 3년 또는 5년 만기의 ELS를 편입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변액보험은 장기투자 상품인데 만기가 3~5년으로 짧은 고위험 상품을 대부분 자산으로 편입시켜 운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번 홍콩H지수 폭락에 의한 ELS 손실 사태에도 불구하고 은행과 증권사에서 판매한 ELS 상품군에 비해 피해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사진제공=연합뉴스
▲ 사진제공=연합뉴스

2021년, 금융당국이 고난도 상품군에 ELS변액보험이 포함되는지를 살펴봄에 따라 1년여간 관련 상품 출시가 주춤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상품 규모가 늘어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녹인을 적용해 손실 가능성이 일반 ELS상품군보다 적은 점, 판매된 양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대규모 손실 사태는 피할 수 있겠지만 보험이라고 하기엔 위험하다”는 우려를 전했다.

더퍼블릭 / 신한나 기자 hannaunce@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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