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파산에 이른 美 스타트업의 중심 ‘실리콘밸리은행’, 국내외에 미칠 영향은?

결국 파산에 이른 美 스타트업의 중심 ‘실리콘밸리은행’, 국내외에 미칠 영향은?

  • 기자명 신한나
  • 입력 2023.03.1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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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금융당국이 실리콘밸리은행(SVB)을 폐쇄했습니다. 그간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이자 미 서부 스타트업 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SVB의 폐쇄로 미국 경제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일각에서는 SVB의 파산이 전 세계 금융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본지>는 SVB은행이 파산으로까지 이르게 된 계기를 국제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했습니다.

▲ 실리콘밸리은행 (사진제공=연합뉴스)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재앙,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더퍼블릭 = 신한나 기자] SVB파산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라는 범세계적인 팬데믹의 촉발 이후의 국제 경제 상황을 이해해야 합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제적으로 여러 산업이 타격을 입고 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산업은 항공 및 관광산업입니다. 국가 간 여행 뿐 만 아니라 내국에서의 여행 수요 또한 줄어들게 되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많은 항공사들이 경영난에 어려움을 겪고 고용을 축소하는 등의 조치를 강제로 취하면서 기업을 이끌어나가고자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 공항에 세워져있는 비행기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에 전 세계의 정부는 자국의 항공 산업을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가장 큰 FSC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에 총 3조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결정했고 항공사들에 고용지원금을 쥐어주면서까지 정부가 주도적으로 산업 안정에 노력을 가했습니다. 국내 뿐 만 아니라 미국은 항공 산업에 74조원을 지원하고 유럽의 정부들은 항공사를 국유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소규모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이들 또한 위기를 맞았습니다. 기존 오프라인 고객 위주로 운영했던 식당·카페 등 요식업계는 배달 위주의 영업 형태로 변화를 받아들였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이들 사업체는 잇따라 파산했고, 사업 유지를 선택한 이들도 빚더미에 앉는 등 위기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실제로 매년 7.0% 이상을 기록하던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 증가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0년 상반기에 1.0% 증가에 그쳤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재난지원금’ 명목의 자금 지원을 통해 소비심리를 깨우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저금리 대환대출을 확대하고, 손실보전금·긴급운영자금 등을 지원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다시 설명하면 코로나19 이후 주요 산업군에서 위기가 발생했고, 소비자의 소비 심리는 상당히 위축되는 이른바 ‘경기 침체’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뿐 만 아니라 미국·유럽 등 전 세계의 중앙정부는 계속 돈을 찍어내고 그 돈을 국민에게 뿌리면서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고자 했습니다.

통화 정책적으로 보았을 때 전 세계적으로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시중에 직접 공급함으로써 경기를 부양시키는 통화정책을 말합니다.

이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은 바로 ‘미국’입니다.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020년 이후 미국은 양적완화를 통해 달러를 풀었습니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경기침체 현상들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달러 통화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전 세계 경제는 ‘경기침체’를 넘어 ‘인플레이션’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위드코로나 이후 美 연준, 긴축 기조...‘전 세계로 흩어진 달러 모은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사진제공=연합뉴스)

2020년 초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됨에 따라 일명 ‘위드코로나’ 라고 부르는 단계적 일상회복의 개념이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위드코로나는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 코로나19의 완전 퇴치는 어렵다는 개념을 인정하고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위해 인식과 방역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도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바꿨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달러 통화량이 늘어남에 따라 달러의 가치는 하락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시작됐고 미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돈을 찍어내며 경제를 끌어올리려 했던 이전과 달리 전 세계 곳곳으로 흩어진 달러를 미국 중앙은행으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물가가 지속 상승하자 기준금리를 인상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고 인위적으로 풀었던 돈을 회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연준은 지난해 3월 16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다고 결정했습니다.

3월 0.25%p의 인상 이후 ▲5월 0.5%p 인상 ▲6월 0.75%p 인상 ▲7월 0.75%p 인상 ▲9월 0.75%p 인상 ▲11월 0.75%p 인상 ▲12월 0.5%p 인상 등 2022년의 남은 모든 FOMC회의에서 0.5%p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2023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3년 첫 FOMC 회의인 2월에는 0.25%p의 기준금리 인생이 결정되었습니다. 긴축 속도는 다소 느려졌으나 당시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위원회의 2% 목표를 훨씬 상회하고 있고 노동시장이 매우 빡빡하다”고 언급하며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을 시사했습니다.

▲ 재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제공=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으로 덩달아 올라간 채권금리...SVB 파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본사 (사진제공=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미국의 국채 금리도 끝을 모르고 오르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미국 기준금리가 최종 5% 이상까지 급등할 것으로 예측함에 따라 국채 금리도 덩달아 뛰고 있는 것입니다.

국채는 국가가 발행한 채권을 말합니다. 채권은 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하는 것으로 유가 증권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발행 주체에 따라 국가가 발행하면 국채, 회사가 발행하면 회사채라고 부릅니다.

채권의 경우 유가증권과 같이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비싸게 거래되기도 하고 때로는 싸게 거래가 되기도 합니다. 이번 SVB의 파산은 국채가격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SVB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국채를 판 것이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국채 금리와 국채 가격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길래, 최근 국채 금리가 지속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채 가격은 하락했던 것일까요?

쉽게 말해 채권에서의 가격과 금리는 역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내려갑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1000만원으로 금리 2%의 10년물 국채를 샀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국채를 산 우리는 10년 동안 연 2.0%의 만기수익률을 노리고 있는 것인데요. 만약 우리가 금리 2%의 국채를 구입한 이후 금리 5%의 10년물 국채가 나왔다면, 우리는 금리 5%의 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수익성을 높이기에 유리할 것입니다. 하지만 국채를 갈아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유일한 방법은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국채를 다른 이에게 판매하고, 새로운 높은 금리의 국채를 구입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금리 5%의 국채가 발행되었는데 더 낮은 수익률인 2%의 국채를 구입하고자 하는 투자자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1000만원에 구입했던 이 국채를 1000만원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야 합니다. 즉, 채권 금리는 올라갔으나 채권 가격은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코로나19가 발생했던 당시 미국 정부는 초저금리 대출을 내놓았고, 정부 지원을 아낌없이 퍼부었습니다. 이로 인해 IT 스타트업이 호황을 얻었고 스타트업 기업들은 SVB에 대거 돈을 맡깁니다. SVB는 비교적 안전한 미국 국채를 사서 수익을 얻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위드 코로나 이후 미 연준은 긴축 정책을 벌였고, 이에 따라 국채 금리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는 것입니다. SVB가 구입한 국채의 가격은 SVB가 구입했던 당시보다 떨어져버립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고, 높아진 금리로 자금이 필요해진 스타트업 기업들은 SVB로부터 대거 예금 인출을 시작합니다. 기업들에게 돈을 주기 위해서라도 SVB는 불가피하게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보유하고 있던 국채를 팔아야만 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이 소문으로 알려지면서 기업들 사이에서 이른바 ‘뱅크런’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예금인출사태가 발생했고 결국 SVB는 파산에 이르게 됐습니다.

SVB 파산...기준금리 인상 기조 멈춰라 VS 인플레이션 잡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전체 금융권에 위협을 가할 정도는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SVB가 스타트업에 특화된 기업이기도 하고, 부실대출 등의 문제가 아닌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변경됨에 따라 발생한 사태이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SVB에 예금을 맡긴 금액들을 모두 보증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 정부가 보증해주지 않는다면 단순히 SVB 뿐만 아니라 다른 작은 은행들에 돈을 예치한 고객들 모두 위기감을 느껴 또 다른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SVB 파산 사태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잠시 멈출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SVB 파산 이후 시그니처 은행이 영업정지를 받는 등 위험이 지방은행과 작은 은행들로 번졌고, 이러한 상황에서 연준이 또 한 번의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미국 중소 은행들의 줄도산이 유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미국 뉴욕의 한 슈퍼마켓 (사진제공=연합뉴스)

그러나 연준 또한 쉽게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리긴 어려워보입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0% 상승해 1월의 6.4%보다 상승세가 둔화했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의 물가가 잡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CPI는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연속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3월에는 드디어 5%대로 떨어질 것이라 예상되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멈출 경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노력을 더 오래 지속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내에 미칠 영향은?

▲ 한국은행 (사진제공=연합뉴스)

금융당국은 SVB 파산 사태와 관련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주재로 열린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에서 김소영 부위원장은 “최근 SVB 사태 등에도 국내 은행은 양호한 유동성과 충분한 기초체력을 가지고 있고, 관련 미 은행들에 대한 익스포저도 크지 않아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당국은 “위험회피 강화, 외인 자금 유출 등의 영향은 있을 수 있지만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나 예금 보호 한도가 높아져야 한다는 의견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예금자 보호 제도가 있지만 보호 한도가 25만 달러, 한화로 약 3억 3000만원 밖에 되지 않습니다. SVB의 주 고객이 기업이라는 점에서 보호 한도가 적다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에 국내에서도 예금 보호 한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내 예금 보호 한도의 경우 지난 2001년 이후 22년 째 5000만원으로 묶여 있는 상황입니다. 국회에서는 예금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 또한 예금 보험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TF에서 의견을 종합할 예정입니다.

더퍼블릭 / 신한나 기자 hannaunce@thepublic.kr 

더퍼블릭 / 신한나 hannaunce@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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