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문재인 정부, 무리한 백신 자국화에 ‘골든타임’ 놓쳐…접종순위 OECD 꼴찌 ‘총체적 난국’

최태우 기자 / 기사승인 : 2021-05-01 09:45:45
K방역 홍보에 백신구매 뒷전...“11월 집단면역 사실상 불가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4차 유행기에 접어든 가운데, 국내 도입이 예정된 백신에서 잇따라 혈전 문제가 발생하자 백신 접종과 관련해 국민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 도입된 백신은 일부 화이자 백신을 제외하면, 혈전 문제로 크게 논란이 일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다. 여기에 최근 공급 계약을 체결했던 얀센 백신까지 혈전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정부는 당초 계획했던 11월 집단면역 형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혈전 논란에 더해 백신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가중됨에 따라 과연 정부의 계획대로 11월 집단면역이 형성될지는 미지수다.

물론 정부는 백신 체결 등을 강조하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으나, 백신 도입에 대한 정확한 일자는 공표하지 못하고 있어 국민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정부의 11월 집단면역 계획과 국내 백신 수급 현황에 대한 상관관계에 대해 짚어보기로 했다.


백신 수급 차질에도 ‘11월 집단면역’…무모한 자신감에 국민 혼란 가중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이 올해 하반기에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 직무대행은 “모더나 4000만 도즈를 계약했는데 상당 부분 상반기에는 물량이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는 당초 상반기에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앞서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8일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의 영상통화에서 4000만 회분의 백신 공급에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과 반셀 CEO는 당초 2021년 3분기로 추진했던 백신 공급 시기를 앞당겨 2분기부터 들여오기로 했고, 공급 시기를 더 앞당기기 위한 추가 노력을 하기로 했다.

이어 같은 달 31일 정부는 모더나 측과 백신 4000만 회분을 선 구매 계약 체결까지 완료했으나, 결국 모더나 백신 도입은 2분기가 아닌 하반기로 밀린 것이다.

일각에서는 백신의 수급에 차질이 생겨서 연내 집단면역 형성이 불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11월 집단면역 형성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홍남기 직무대행은 지난 28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외신 기자 대상 간담회를 열고 “일부 제약사의 공급이 지연된다고 하더라도 11월 집단 면역 형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홍 대행은 “9900만명분 백신 확보는 약속이 아닌 계약”이라며 “극단적으로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은 아무도 알 수 없으나 구두로 주고받은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대로 들어오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 2000만 도즈, 3분기 8000만 도즈라고 하면 그것만 해도 1억 도즈로, 전 국민이 2번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것”이라며 “계획대로만 된다면 11월 (집단면역 시점을) 월등히 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신 확보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미국과 영국 등이 백신을 개발하면서 안전성 검사, 임상 허가가 이뤄지는 가운데 국민 안전을 고려하다 보니 늦은 게 아닌가 싶다”며 “확진자나 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도 복합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상반기에 다른 곳보다는 빠르지 않지만, 하반기까지 치면 늦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는 물량과 접종 속도 모두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혈전 부작용’에 국민 불안 지속…접종 계획 차질우려 ‘속속’

이처럼 정부는 11월 집단면역까지 국내 백신 도입과 접종 계획에 차질이 없다고 밝혔지만,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혈전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백신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현재까지 확보한 백신 물량은 총 7900만명 분이다.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명 분 ▲얀센 600만명 분(1회 접종 기준) ▲화이자 1300만명 분 ▲모더나 2000만명 분 ▲노바백스 2000만명 분 ▲코벡스 퍼실리티 1000만명 분 등이다.

이 중 모더나의 경우 현재까지 국내에 백신 도입이 되지 않은 상황이고, 노바백스는 오는 6월부터 완제품이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노바백스 백신은 세계적으로 사용을 허가한 국가가 없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2분기로 좁혀보자. 지난 23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실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도입예정 백신물량은 아스트라제네카 700만회, 화이자 525만회, 코벡스 퍼실리티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166만8000만회, 화이자 29만 7000회분이다.

사실상 상반기까지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두 백신으로 접종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물량을 차지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둘러싼 혈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9일자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혈전이 발생한 사례가 총 209건이었고, 이 중 41명이 사망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저처에서도 지난 27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상의 주의사항에 ‘혈소판 감소증을 동반한 특이한 혈전증’ 정보를 추가했다.

이는 국외에서 매우 드물게 발생한 혈소판감소증을 동반한 특이한 혈전증이 백신과 인과관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는 의견에서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인 의료인 사이에서는 다른 백신 물량이 풀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백신을 맞겠다는 기류가 번지고 있다.

국내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백신에 대한 불안이 조성되자,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대체제로 미국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의 백신 600만회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얀센 백신에서도 일부 혈전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FDA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얀센 백신 접종자 중 6명에게서 혈전이 나타났다고 밝히면서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따라서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가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얀센 백신의 접종이 중단됐고, 개발사인 존슨앤드존슨은 유럽 내 백신 출시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CDC의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가 사용 중지됐던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사용 재개를 권고했지만, 재개한지 일주일도 안 돼서 또다시 혈전 부작용이 발생했다.
 

 

무리한 ‘백신자국화’에 ‘골든타임’ 놓쳐…전문가들 “11월 집단면역 사실상 불가능”

백신 도입이 늦춰지거나 혈전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부의 11월 집단면역 형성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관측되자, 한편에서는 정부의 무리한 백신자급화 정책이 백신 수급 ‘골든타임’을 놓친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모더나나 화이자 백신은 수급할 생각도 안 하고 국내 생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힘을 실어주다, 혈전 논란이 터지니 이번엔 허가도 안 난 노바백스를 공급한다는 거 자체가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11월 집단면역 완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9일 경기도 성남시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우리의 치료제와 백신으로 인류의 생명을 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산학연 및 병원 합동회의’를 주관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달 24일 정부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지원단 본격 가동’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 보도자료에는 정부가 구성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지원단’이 1차 회의를 열고 치료제와 백신 개발 현황을 점검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정부가 지난해 6월 3일 보도한 ‘코로나19 완전 극복을 위한 치료제·백신 등 개발 지원 대책’라는 자료에는 해외 개발 치료제·백신 수급 확보와 관련된 내용이 있었지만, 백신 자국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백신 자국화에 포커스를 맞추던 정부는 지난해 11월 화이자와 모더나 등의 백신이 임상 3상을 통과하며 95%에 달하는 예방효과가 입증되자 그제서야 해외 백신 도입을 협의했고,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예방률이 높고 안전성 부분에서 논란이 적은 화이자와 모더나 등의 백신은 미국 등 선진국들이 선구매 계약을 체결한 탓에 남은 물량이 없었다.

이에 정부는 당시 상대적으로 낮은 예방률를 보이고, 공급 물량에 여유가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공급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백신자국화’와 ‘K방역’의 자신감에 취해 있던 정부의 실책을 지적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언론을 통해 “K방역과 치료제 개발에 심취해 백신 도입 적기를 놓쳤다”며 “7~9월이 백신 도입에 가장 중요한 시기였는데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키고 논공행상을 하며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고 했다.

 


“K방역 홍보에 백신구매 뒷전”… OECD 37개국서 백신접종 꼴찌

무리한 백신자급화 정책과 해외 백신 초기 구매에 실패한 정부는 최근 해외 집단면역을 형성한 국가와 비교당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백신을 확보한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은 이미 4명 중 1명꼴로 백신 접종을 끝마친 상황이다. 또 인구의 40% 이상이 1차 접종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싱가포르가 인구의 19%에 달하는 백신을 접종해 아시아 국가 접종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백신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은 전날(29일) 기준 61.7%의 접종률을 기록하면서 주변국들에게 모더나 등의 백신을 나눠주고 있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가장 늦게 백신 접종을 시작한 한국은 접종률 5%대에 불과하다.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는 29일 0시 기준 22만729명 증가한 280만8794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국민 중 5.41%가 1차 접종을 마친 것이다.

백신별 누적 접종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53만4399명, 화이자 백신 127만4395명이다.

2차 접종자는 전날 대비 2만435명 증가한 16만8721명이다. 2차 접종은 앞서 1차 화이자 백신 접종자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얀센을 제외한 화이자와 노바백스, 모더나, 얀센,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백신은 두 차례에 걸쳐 접종을 받아야 면역체계가 형성된다.

초기 백신 확보에 실패한 정부는 한미 백신 스와프, 추가 구매, 위탁생산 등 다방면에서 백신 수급을 서두르고 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다른 나라에 백신을 공급할 만큼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고 밝히면서 추가 공급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백신 수급 늑장 대응과 관련해,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지난 19일 “정부의 백신 확보가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어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백신 물량 확보와 접종 속도가 포함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백신 수급 불안 사태의 1차원인은 백신 구매의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라면서 “초기의 K방역 성과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느라 정작 백신 구매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안일함을 낳았다”고 꼬집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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