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현 사장에 특혜 주지 말아야”…‘4연임’ 앞둔 백복인 KT&G 대표, 행동주의 펀드 공정성 시비에 ‘발목’

[이슈분석]“현 사장에 특혜 주지 말아야”…‘4연임’ 앞둔 백복인 KT&G 대표, 행동주의 펀드 공정성 시비에 ‘발목’

  • 기자명 최태우 기자
  • 입력 2024.01.09 08:35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기 사장 선임 나선 KT&G…백복인 사장 4연임 도전하나
대표이사 선임 절차 공정성 시비 걸린 KT&G
FCP “현 사장에 특혜 주지 알아야…말장난 밀실투표” 지적

오너 대주주가 없는 ‘소유 분산 기업’의 기존 최고경영자들의 셀프 연임이 잇따라 무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차기 사장 선임에 나선 대표적인 소유 분산 기업 KT&G에 잡음이 일고 있다.

현 사장인 백복인 KT&G 사장은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이번 차기 사장으로 선임될 경우, 무려 4연임에 성공하는 것이다.

문제는 KT&G의 주요 주주들과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KT&G의 사장 후보자 선출 과정이 불공정하다며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사장 후보 선출 과정의 불공정 지적 외에도 백 사장 재임 기간 동안 KT&G의 주가와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KT&G의 차기 사장 후보자 선출 절차와 안팎으로 일고 있는 잡음에 대해 짚어봤다.

 

백복인 KT&G 사장 [사진제공=연합뉴스]
백복인 KT&G 사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차기 사장 선임 나선 KT&G…백복인 사장 4연임 도전하나

[더퍼블릭=최태우 기자] KT&G는 지난달 28일 이사회 및 이사회 내 위원회인 지배구조위원회를 열어 사장 후보 심사기준 등을 의결하며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했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으며, 이번 이사회는 독립적 의사결정을 위해 사외이사만 참석했다.

KT&G 이사회와 지배구조위원회는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 선정 계획과 사장후보 심사기준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사외 사장 후보 Pool은 공개 모집 및 서치펌 추천 방식을 자격 요건에 부합하는 다양한 후보들로 구성된다.

사내 사장 후보 Pool은 지난 2020년부터 운영 중인 ‘고위경영자 육성 프로그램’ 대상자 및 사장으로 구성되며, 지배구조위원회는 사외 및 사내 사장 후보 Pool 중 공정한 심사를 거쳐 사장 후보군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지배구조위원회는 더욱 공정한 자격 심사를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의 객관적인 의견을 반영해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또 KT&G는 지배구조위원회 주도하에 향후에는 사외 사장 예비 후보도 상시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공개 모집으로 진행되는 사장 후보의 지원자격은 담배 또는 소비재 산업(소비재 제조 및 유통업)에서 종사한 경험을 가지고 있거나, 기업의 대표이사 또는 대표이사에 준하는 사업부의 손익관리에 종사한 경력을 갖춰야한다.

아울러 담배 또는 소비재 산업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영 전문성, 신사업 추진 역량 및 글로벌 전문성,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사업적 직관 및 전략적 사고 능력, 이해 관계자와의 소통 및 관리역량, 최고경영자로서 갖춰야 할 보편적 도덕성 및 윤리의식 보유 등이 요구된다.

공개 모집 서류 제출은 이달 10일까지 등기우편 및 이메일 접수로 진행된다. KT&G의 사장 선임 절차는 관련 법령 및 정관 등에 따라 약 3개월에 걸쳐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 보고 및 주총 승인’ 등 3단계 프로세스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된다는 게 KT&G 측의 설명이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이달 말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를 확정하고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추천할 계획이다.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에 대한 체계적으로 심층적인 논의를 거쳐 2월 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고 이사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이후 이사회의 주주총회 안건 상정 결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3월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차기 사장이 선임된다.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은 “CEO 선임 프로세서의 고도화를 통해 투명성, 공정성, 객관성을 보다 강화했다”며 “앞으로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의 평가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사장 후보 선정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KT&G 차기 사장 선임 절차 진행 [사진제공=연합뉴스]
KT&G 차기 사장 선임 절차 진행 [사진제공=연합뉴스]

대표이사 선임 절차 공정성 시비 왜?

이처럼 KT&G가 신임 사장 선임 절차에 돌입하면서 기존 제도를 수정했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공정성 부분에서 미흡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특히 현직 사장 임기 중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신임 사장 후보를 선정한다는 점이 주된 문제로 지적된다.

KT&G는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 보고 및 주총 승인’ 등 3단계 프로세스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신임 대표 후보를 선정한다는 설명이지만, 지배구조위원회와 사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원이 모두 현직 사외이사인 만큼, 백복인 현직 사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KT&G는 기존 내부에서만 사장 후보를 찾던 절차를 개선해 외부 인재도 후보군에 포함시키기로 한 점도 공정성 확보를 위한 개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KT&G는 그간 전·현직 임원만을 대상으로 신임 사장 후보를 선정해왔다. 이 때문에 현직 사장이 재임 중인 기간에 어떤 임원이 차기 사장 후보에 도전할 수 있겠냐는 비판도 제기되는 모양새다.

차기 사장 선임 절차 [사진제공=연합뉴스]
차기 사장 선임 절차 [사진제공=연합뉴스]

현 사장인 백복인 사장은 KT&G 민영화 이후인 지난 2015년 10월에 취임해 2018년, 2021년 연임했다.

KT&G 지배구조위원회는 이 같은 비판을 감안해 이번 절차 개선을 통해 비(非)KT&G 출신이라도 사장 후보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담배 또는 소비재 산업 특성에 대해 전문성을 보유한 인사 또는 신사업 추진 역량 및 글로벌 전문성과 같은 5대 요구 역량을 조건으로 달했다.

이번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활동 기간이 4주로 늘어난 점도 지난 2021년 사장 후보 선출과 다른 점이다. 지난 선출 당시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11영업일 만에 백복인 사장을 최종 사장 후보로 결정했다.

하지만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활동 기간이 확대됐다고 해도 위원회 구성원이 현직 사외이사라는 점에서 공정성과는 무관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제공=연합뉴스]

FCP “현 사장에 특혜 주지 알아야…말장난 밀실투표” 지적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백복인 사장의 4연임에 대해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백 사장의 임기 중 주가가 크게 하락한 만큼, 행동주의 펀드와 개인 주주들까지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지난달 말 시작된 KT&G의 차기 사장 선임 과정이 불공정하다며 연일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KT&G는 금융지주와 KT, 포스코 등 소유 분산 기업 CEO가 우호적인 이사회를 통해 장기 집권하는 관행에 비판 여론이 일자, 그간 이어왔던 현직 사장 우선 심사제 조건 등을 없애도 외부 후보 공모를 받는 등 절차를 다수 변경했다.

하지만 FCP는 변경된 KT&G의 신임 사장 후보 선정 조건 역시도 현 사장인 백 사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인 것으로 보고 있다.

FCP는 지난달 1일 주주서한을 통해 “상식과 공정, 투명성이 모두 결여됐다”고 비판한 데 이어 지난 3일에도 공개 입장문을 통해 현재 사장 선임 절차를 “말장난 밀실 투표”라고 꼬집었다.

구체적으로 FCP는 “지배구조위원회와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름만 다를 뿐 모두 백 사장 재임 시절 선임된 사외이사 100%로 채워진 동일 집단”이라며 “언어유희로 주주와 사회를 현혹한다는 점에서 매우 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2단계 심사에서 외부 자문단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점도 문제 삼았다. FCP는 “현직 사장을 밀어주기 위한 속 보이는 불공정 선임 과정에 어느 인재가 들러리를 감수하고 지원하겠느냐”며 다른 사장 후보도 공평하게 대우받는 절차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백 사장의 연임에 명분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백 사장의 재임 기간 영업이익이 2016년 1조4688억원에서 2022년 1조2676억원으로 감소한 것을 예시로 들며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T&G의 지난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조1692억원으로 더욱 줄어들었다. 이와 관련해 FCP 이상현 대표는 “장기 집권 같은 후진적 지배 구조만 개선돼도 현재 8만9000원대로 만성 저평가된 KT&G 주가가 14만원으로 오를 수 있다”고 했다.

개인 주주들도 백 사장의 4연임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KT&G 온라인 주식 토론방에선 “재임 중 주가를 폭락시킨 수장이 4연임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등 날 선 반응이 다수 확인됐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은 3일 입장문을 통해 “더욱 공정한 자격 심사를 위해 인선 자문단의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며 “일련의 과정을 주주들과 투명하게 소통하며 투명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