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기자의 스포트라이트]21대 국회 ‘대관(對官)’의 스토브리그(stove league)

이정우 기자 / 기사승인 : 2020-06-16 15:01:11

 

[더퍼블릭 = 이정우 기자] 스토브리그(stove league). 시즌이 끝난 겨울철에 야구팬들이 난로(stove) 주위에 들러 앉아 선수의 이동, 기타의 소식을 얘기하며 흥분하는 것이 마치 실제의 게임을 보는 듯하다는 뜻에서 이런 말이 생겼다. 


최악의 20대 국회를 마감하고 21대 국회에 들어서며, 국회의원의 상임위위원회 배치와 소관 보좌진들인 선수들의 이동, 기타 소식을 수집하면서 새로운 국회에서의 내일을 기약하는 그들은 바로 ‘대관(對官)’이다.

여야 의원실을 넘나들며, 각종 민원과 소관 상임위 자료 청구를 조율하고 이제 시작하는 21대 국회의 4년간의 농사를 짓는 그들의 스토브리그가 시작되고 있다.


사라진 과거의 영광…달라진 위상


국회가 개원하는 초반과 전·후 반기별 상임위가 결정되어 질 시점에 정부 부처별로, 또 소속 기관별로 국회의원의 상임위 배정 동향과 보좌진의 자리 이동 소식 및 정보를 먼저 취합하는 이들이 바로 ‘대관(對官)’이다.


최근 종영된 ‘스토브리그’라는 드라마에서 보듯 한 시즌이 끝나고 새로운 시즌인 21대 국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관들은 새롭게 구축되는 인맥을 그리고 있다.

대관이란, 대외협력부서의 약칭으로 소관위 감사 대상의 대관과 기업의 대관, 관변단체 대관 등으로 나누어진다.

요즘 대관을 국회 협력관 내지는 국회 담당관 또는 연락관이라 칭하며, 예전과 달리 소속 부처의 기획조정실, 예산담당관실, 법무담당관실 등 소속으로 보통 3명이내로 서기관, 사무관, 주무관이 배정되어 담당하고 국회의 경우 사무관이 주로 실무자로 활동한다.

과거 대관은 로비활동의 창구로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그 위상이 달라졌다.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있는 요즘은 대관 활동이 둔화되고 있는 추세에 소관위 여야 의원실 자료 청구 조율과 각종 민원, 부처 예산과 관련된 활동을 주로 하며, 소속 부처와 여야 의원실, 국회 소속 전문위원실에 ‘갑’질을 당하는 등 업무적인 강도와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는 직업이 됐다.

대관도 소속부처의 위상과 소속 기관의 직제상 같은 대관이라도 상하 관계가 있었던 과거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직속기관 대관이 직제상 높다고 해서 예전과 같이 위상이 높지는 않다. 갑질 문화의 근절이라는 흐름에 직제상 높다고 하더라도 시대의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관의 1주일과 하루를 예를 들어 본다면, 모 정부부처 A협력관의 1주일은 멀고도 고달프다. 부처가 세종시에 있으면 1주일에 2~3번 내려갔다가 나머지는 모두 국회에서 대기 하거나 활동을 해야 한다.

과거, 과천이나 종로 청사에 부처가 있을 때가 나았다. 업무의 전달과 협의가 그래도 이동거리가 짧아 용이 했으나 세종시로 이전 되고 나서는 본의 아니게 두 집 살림을 하는 느낌이다.

정부 부처 대관의 고충

특히 요즘 같이 무더운 날은 먼 소속 부처에 내려가 업무를 볼 수 없는 상황과 국회 내 지정 좌석도 없는 협력관들은 쉴 곳조차 없고, 부처 장·차관이나 고위직 공무원이 국회에 방문하면 의전 활동도 해야 하는 한다.

부처의 장·차관, 고위직 공무원들은 국회를 자주 오가는 편이나 하나 같이 올 때 마다, 새로운 방문인가 싶을 정도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신경을 써야 한다.

거기에 고유 업무인 아침에 여야 의원실을 돌며,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심기를 체크해야 하고 업무망에 소관위 부처 자료가 청구되면 의원실과 소속 부처 간 자료 청구 범위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게 되면 식은땀이 흐른다.

국회출입증을 받고 출입하는 협력관들은 정해진 출입증에 상시 출입인원의 제한을 받기 때문에 국회 내 약간의 편의 시설 이용에도 제약을 받는다.

최근 A협력관이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찌는 듯한 더위에 국회 정식 출입증이 있으면 그나마 의원회관에 있는 샤워장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최근 국회 주변에 사우나도 사라지고 늦게 까지 땀으로 찌들어 있다면, 어디 한곳 씻을 곳도 마땅히 없는 상황이었다.

겨울은 더 가혹하다. 국회는 한강이 주위에 있어 유난히 춥다.

오로지 대기할 장소는 그나마 의원회관 층마다 있는 휴게실과 국회 본청 상임위가 있는 간이 장소가 유일한 대기 장소다. 그러다 보니 유일한 대기 장소도 명당이 있다고는 하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날이면 국회출입 기자들로 꽉 차 있어 숨고를 곳도 찾기 힘들다고 한다.

그나마 1주일에 몇 번 들어오는 소관 부처 산하기관 대관들은 상시가 아니니 그래도 좀 나은 편이나 모두 쉬는 날이면 카톡과 텔레그렘에 지시 사항과 보고 사항, 협의 사항들이 소속 부처와 의원실 보좌진들의 SNS로 넘쳐나고 상임위나 본회의 시간이 길어지면 한정된 시간외 초과근무는 항상 초과돼 노동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될 지경이다.

더욱이 나이가 지긋한 협력관은 젊은 보좌진에 한소리 들으면 힘이 쭉 빠지고 스트레스가 솟구쳐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부처 대관과 민간기업 대관의 차이

그들도 공무원이기는 하나, 부처의 모든 일들을 다 파악 할 수 없고 부처에서 발생된 문제는 그들과 직접적인 연관 관계가 없기에 조율하는 과정에서 소속 부처와 의원실 사이에 새우등 터지기 일상이다. 행여 여기에 상임위 전문위원실도 가세하면 넉다운이 되기 일쑤다.

반면 기업 대관은 공식적으로 국회 출입증을 발급 받을 수 없다. 비공식이기 때문에 대부분 특정 의원실이나 보좌진의 도움으로 출입한다.

과거 모 기업 대관이 국회 출입 때문에 입법보조원 출입증을 발급 받아 사용하다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기업 대관은 부처 대관과 달리 인력도 넉넉하고 좀 더 업무가 세분화 되어 있다. 대처할 인력들이 항시 있어 쉬는 날 쉬고 쉴 때는 급한 용무가 아니면 절대로 연락을 받지 않는다.

정부 부처 협력관과 기업 대관의 차이는 부처 협력관은 부처의 정책과 제도, 법안과 예산을 관철 시킨다면, 기업 대관은 국회의 입법과 정책의 영향이 소속 기업의 이익을 따지는 일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공공성이냐 사업성이냐의 구분이 명확하다.

기업의 대관은 주로 공직자 출신 보다는 의원실 보좌진 경력을 보고 채용하기 때문에 역으로 갑질을 했던 보좌진이 기업에 들어가면 부처 협력관 눈치를 보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되기도 한다.

김영란법이 ‘접대 문화’를 줄이기는 했으나 부처 협력관 보다 기업 대관이 자금과 지원면에서 월등하고 근무 조건도 좋다. 기업 대관은 사기업이기 때문에 그래도 노동법은 잘 지켜지기 때문이다.

이미 그들의 카톡과 텔래그램은 밤낮 없다!

20대 국회 후반, 부처별 협력관들이 국회 미디어센터 확장 공사가 완료될 시점에 바람이 있었다면 작은 평수라도 부처 협력관실을 가지는 게 소원이었다.

국회 협력관들이 모여 국회에 이러한 의견을 전달하고 반영되어지려는 찰나에 어떻게 된 일인지 부처 협력관실 보다는 광역단체나 기초단체에 자리를 내주며 관철되지 못했다.

최근 이러한 협력관들을 위해 20대 국회 후반기 A상임위원장은 마지막 남은 임기에 그들을 위해 고생했다는 증표로 상임위원장 표창장을 ‘상신(上申-윗사람이나 관청 등에 일에 대한 의견이나 사정 따위를 말이나 글로 보고하다)’했다는 미담이 전해진다.

그만큼 예전과 달리 협력관이라는 직책은 힘들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실과 상임위 전문위원실에서 항시 대기하고 있는 상시 협력관들을 찾을 때 그들은 신속히 응해야 하기 때문에 항시 긴장 속에 살아야 한다.

부처의 꽃이라 불리었던 국회 협력관, 진급의 지름길이었던 과거의 명성을 등지고 그들도 인간이고 노동자이고 갑질을 당하는 을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들도 감정 노동자다.

오늘도 그들의 스마트폰에 카톡과 텔레그램은 그렇게 24시간 몇 십 개나 되는 톡방에서 소속 부처와 의원실, 국회 전문위원실의 3각 네트워크에 에워싸여 무더운 여름날의 21대 국회 시작의 서막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4년간의 부처별 농사는 그들의 수고에 달렸다.

 

더퍼블릭 / 이정우 기자 foxlj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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