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이재명과 조국의 오월동주 그리고 문재인

[집중분석]이재명과 조국의 오월동주 그리고 문재인

  • 기자명 김영일 기자
  • 입력 2024.03.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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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취임인사차 예방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취임인사차 예방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4‧10 총선과 관련한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조국혁신당(조국당)’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일례로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유권자 3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1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는 32%, 조국당 17%로 조사됐다.(※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열흘 전 조사와 비교하면 더불어민주연합 지지율이 23%에서 16%로 하락했고, 조국당 지지율은 9%에서 17%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는 게 KBS의 설명이었다.

조국당의 지지율 상승 배경을 보면,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힌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비례정당 투표에서 42%가 더불어민주연합을, 41%는 조국당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다른 정당 지역구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힌 유권자들로부터는 유의미한 지지를 받지 못했다.

즉, 조국당의 지지율 상승은 민주당 지지층의 이른바 ‘지민비조(지역구 투표는 민주당, 비례대표 투표는 조국당)’ 성향에서 비롯됐다는 것.

이와 관련,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지난 12일자 <조선일보> 보도를 통해 “민주당 기본 지지층인 친문‧친명‧호남 3축 가운데 친문‧호남 유권자들이 조국당으로 돌아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선거공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선거는 통상 보수우파3, 진보좌파3, 중도무당층4의 구도라고 한다. 조국당이 중도무당층의 ‘파이(pie, 점유율)’를 점하는 게 아니라 민주당 파이를 나눠 갖는 것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반색할지는 의문이다.

물론 총선 후에 민주당이 조국당과 연대하거나 합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큰 틀에선 ‘원팀’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는 현 정권을 공격하는 데에만 원팀일 뿐, 두 사람을 잠재적 경쟁자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조국 대표가 창당한 조국당과는 반대로,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였던 이낙연 전 총리가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영 맥을 못 추는 모양새다. 이에 <더퍼블릭>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오월동주(吳越同舟-서로 미워하면서도 공통의 어려움에 대해선 협력하는 경우)’ 그리고 이낙연 공동대표의 새로운미래가 민주당의 파이를 나눠 갖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짚어봤다.

김용태 “이재명과 조국은 오월동주…친한 사이가 될 수 없는 사람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5일 국회 본청 민주당 대표실을 찾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만났다. 조국 대표는 “진보진영 승리를 위해 (민주당과)협력하고 연대하겠다”고 했고,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호응했다.

두 사람이 만난 다음날이었던 지난 6일, 김용태 경기도 고양정 후보는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가 만난데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취지의 질문에 “그런 걸 두고 바로 ‘오월동주’라고 하는 것”이라며 “사실 둘이 그렇게 친한 사이가 될 수는 없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용태 후보는 “그 사람들은 같이 갈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야권에서 자기들 스스로 대권후보라고 얘기하는데 어떻게 같이 가겠나? 저는 결국 이재명 대표가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지만 조당은 이 대표로서는 국민의힘하고 동일한 경쟁상대이자 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과 조국의 오월동주는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에서, 아마도 그 배가 산산조각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장동‧백현동‧성남FC 등 일일이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숱한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 자녀 입시비리 및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 등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조국 대표는 ‘사법리스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탓에 윤석열 정권 심판에 대해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두 사람은 잠재적 경쟁자이기 때문에 지금 잠깐 한 배를 탓더라도 지속되긴 어렵다는 게 김용태 후보의 진단인 것이다.

향후 ‘야권의 맹주’ 자리 놓고 패권 다툴 가능성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 간 관계가 ‘오월동주’라는 김용태 후보의 진단은 ‘오진(誤診-그릇된 진단)’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조국당이 민주당 파이를 갈라치며 지지율 상승세를 타자,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이재명갤러리 등에선 ▶조국당 X같이 망했으면. 그냥 3심 유죄 맞고 죗값이나 치루시길 ▶조국 몽둥이로 X 때리기 운동 3일차 등 적개심이 담긴 게시글이 다수 게재됐다고 한다. 심지어 ‘조국 민정수석실에서 했던 짓. 이재명 파일’이라는 게시글에는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18년 이재명 대표 관련 범죄 첩보를 수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네이버 카페 ‘재명이네마을’에선 ‘조국 지지율 급등→징역형 사건 대법원 파기 환송→이재명 대안으로 부상’ 등 단계별 구상이 담긴 기사를 올려, ‘조국당 비토’ 분위기를 끌어올리면서 지역구 투표는 민주당, 비례정당 투표는 민주연합이라는 소위 ‘몰빵론’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월 8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김우수·김진하·이인수)는 자녀 입시비리 및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등 11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며, 조국 대표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따라서 조국 대표가 4‧10 총선에 당선되더라도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윤석열 정권으로부터 탄압받는 이미지를 계속 가져갈 수 있다. 이재명 대표와 ‘정치 탄압’ 이미지가 겹치는 것이다.

또한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이 우려하는 것처럼 총선 이후 국회의원 신분이 될 가능성이 높은 조국 대표가 대법원에서 기사회생한다면 ‘포스트 이재명’으로 부상할 공산이 크다. 이재명 대표도 경기도지사 시절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으나, 대법원에서 기사회생하면서 민주당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한편에서는 총선 후에 민주당과 조국당이 연대하거나 합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큰 틀에선 ‘원팀’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는 향후 ‘야권의 맹주’ 자리를 놓고 패권을 다툴 가능성이 높은 탓에 사안에 따라 연대는 할 수 있어도 합당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공천 과정에서 비명계 인사들이 대거 탈락한 반면, ‘찐명(진짜 친명)’으로 지목되는 인사들이 공천을 받으면서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환골탈태했다는 평가다. 따라서 민주당이 오는 4‧10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이재명 대표의 입지는 지금보다 더 공고해진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표 입장에선 굳이 조국당과 합당할 이유가 없지 싶다. 그간 민주당이 사안별로 녹색정의당과 연대해 왔던 것처럼, 22대 국회에서도 조국당과 사안별로 연대해 나가면 된다.

반대로 패배한다면 ‘이재명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정부여당에 한 목소리로 대항하기 위해 조국당과의 합당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고, 책임론에 직면한 이재명 대표는 차기 당권 나아가 차기 대권을 놓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조국 대표 등 친문세력과 당권‧대권 다툼을 벌여야 한다.

이재명 대표가 비명계 인사들을 쳐내고 종북좌파‧반국가세력이라 비판받는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진보당과 손을 잡은 이유도 향후 친문세력과의 당권‧대권 다툼에 대비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정권심판론을 앞세운 두 사람의 관계가 오월동주라는 진단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취임인사차 예방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인사말을 나눈 뒤 비공개로 전환되자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취임인사차 예방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인사말을 나눈 뒤 비공개로 전환되자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친문의 ‘조국 오픈런’과 임종석이 회군한 이유

조국당의 지지율 상승세는 민주당 기본 지지층인 친문‧친명‧호남 3축 가운데 친문과 일부 호남 유권자들이 조국당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민정·이인영·윤건영 의원 등 민주당 내 일부 친문 인사를 제외하면 비명계 인사들 대부분은 공천 정국에서 컷오프(공천배제) 됐고, 그 자리엔 찐명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사천(사심공천)’ 논란이 일었다.

이재명 대표의 사천 논란에 친문 지지층과 일부 호남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적잖이 실망하면서도, 차마 국민의힘을 지지할 순 없는 노릇이었을 텐데, 때마침 조국당이 창당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친문의 조국 오픈런’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아한 점은 친문 지지층과 일부 호남 유권자들이 전남지사를 역임한 바 있고,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공동대표가 창당한 새로운미래가 아닌 조국당에 지지를 보낼까하는 점이다.

이낙연 공동대표가 민주당 탈당 및 새로운미래를 창당하는 과정에서 경남 양산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예방했다는 소식은 전해진 바 없다.

반면, 조국 대표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12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평산마을 사저를 예방해 “신당 창당을 통해서라도 윤석열 정권 심판과 총선 승리에 헌신 하겠다”며, 본인의 창당 결심을 알렸다.

이에 문재인 전 대통령은 “민주당 안에서 함께 정치를 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신당 창당하는 불가피성을 이해한다. 민주당과 야권 전체가 승리하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와 관련,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지난달 13일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친명계와 친문계의 갈등 속에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은 흔들리고, 문 전 대통령이 갈등 조정자로 나서며 마치 최고 결정권자처럼 위상이 올라갔다”며 “그런 문 전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출마를 사실상 추인해 준 것이고, 쉽게 말해 공천장에 도장을 찍어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중권 교수의 분석대로라면, ‘신당 창당의 불가피성을 이해한다’는 문 전 대통령의 언급은 사실상 친문 지지층과 일부 호남 유권자들에게 조국당을 지지하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던진 셈이 된다. ‘민주당과 야권 전체가 승리하길 기대한다’는 언급도 조국당이 강조하고 있는 ‘지민비조’와 같은 맥락으로 읽혀진다.

문재인 정권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이 이낙연 공동대표를 만나 새로운미래에 합류하기로 했다가 돌연 회군한 이유도 이 때문이지 싶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새로운미래가 아닌 조국당인 이유…야권의 참패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

그렇다면 문 전 대통령은 왜 이낙연 공동대표의 새로운미래가 아닌 조국 대표의 조국당에 힘을 실으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던졌을까. 단순히 이낙연 공동대표가 탈당과 창당을 전후로 예방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기보단, 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의 라이벌인 이낙연 공동대표에게 힘을 싣는 메시지를 던졌다면 친명과 친문, 호남 유권자 사이에서 내분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았다.

다시 말해, 친낙계 인사인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보도의 최초 언론 제보자가 본인이라고 밝힌 만큼, 문 전 대통령이 새로운미래에 힘을 실었다면 친문과 친명은 물론 호남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걷잡을 수 없는 내분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친문과 친명, 호남의 걷잡을 수 없는 내분은 민주당과 야권 전체의 참패로 귀결된다. 따라서 문 전 대통령으로선 야권 전체의 참패를 막기 위해 새로운미래가 아닌 조국당에 힘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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