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VS 김태우’…강서구민의 선택은?

[집중분석]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VS 김태우’…강서구민의 선택은?

  • 기자명 김영일 기자
  • 입력 2023.10.0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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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진교훈(왼쪽),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지난 3일 각각 서울 강서구 방화사거리와 화곡역 교차로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교훈(왼쪽),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지난 3일 각각 서울 강서구 방화사거리와 화곡역 교차로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이처럼 구청장 보궐선거에 여의도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된 전례가 있었을까. 이례적이지 싶다. 오는 11일 예정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향배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뜨겁다.

이번 보궐선거(보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내년 4월 총선 전 수도권 민심을 일정부분 가늠해 볼 수 있는 전초전 성격인 탓도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강서구청장 보선은 큰 틀에서 ‘기호 1번 진교훈 민주당 후보 VS 기호 2번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 간 양강구도인데, 진교훈 후보는 당내 경선 없이 이재명 대표가 전략공천으로 내리꽂은 후보이고, 당내 경선을 통과한 김태우 후보는 결과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에 의해 재출마 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단 한 곳의 구청장 보선에 여야가 사활을 거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퍼블릭>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대리전으로 평가되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에 대해 짚어봤다.

공약(公約)과 공약(空約)의 차이…실현 가능성 여부

오는 11일 예정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나선 기호 1번 진교훈 민주당 후보는 ▶서울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고도제한 완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지역 내 균형 발전과 주거환경 개선 ▶안심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돌봄 일번지 ▶구청장 직속 어르신 일자리 전담팀 신설 및 민간 일자리 보급 등을 공약했다.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공약.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공약.

기호 2번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의 공약은 ▶고도제한 완화를 통해 빌라를 아파트로 ▶가양‧등촌 택지를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해 한강뷰 초고층 아파트 추진 ▶준공업지역 법령조례 개정을 통한 재건축 활성화 근거 마련 ▶소규모 정비사업 모아주택(모아타운) 추가 유치 ▶실질적인 전세사기 대책 마련 등이다.

어느 선거든, 어느 정당이든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그럴듯한 공약을 내놓는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 여부다. 선거 때 제시한 ‘공약(公約-공적인 약속)’을 실현하지 못해 ‘공약(空約-헛된 약속)’이 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어느 후보가 실현 가능성이 높은 공약을 제시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국민의힘은 김태우 후보의 공약 실현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강서구 빌라를 아파트로 만들겠다’는 김 후보의 공약을 정부여당이 뒷받침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소속의 구청장이 16년 동안 풀지 못했던 지하철 5호선 종점 방화역 차량기지 및 인근 건설폐기물처리장 이전이라는 강서구 숙원사업을 김태우 구청장 시절 단번에 해결했던 서울시(오세훈 시장)-강서구(김태우 구청장)-김포시(김병수 시장) 삼자 간 업무협약은 3개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이기 때문에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다는 게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설명이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장기집권 기간 전전긍긍하며 풀지 못했던 굵직한 과제들을 속전속결로 풀어낸 김태우 후보가 당선돼 민선 8기의 임기를 온전하게 채울 수 있게 된다면 강서는 쾌속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김태우 후보 공약을 중앙당 차원에서 보증하고 직접 챙겨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공약.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공약.

물론 진교훈 후보도 앞선 거론한 공약에 더해 방화동‧공항동‧발산동‧등촌동‧가양동‧우장산동‧염창동‧화곡동 등 촘촘한 동별 세부공약을 발표했지만, 공약이라는 건 예산은 물론 인근 지자체 및 중앙정부와의 유기적인 협조가 뒷받침돼야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당선되고 나면 후보 때 약속했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호기롭게 여러 정책을 추진하려 하지만, 예산이 뒷받침되지 못하거나 인근 지자체 및 중앙정부와의 마찰로 공약사업을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민주당 선거전략 ‘정권심판론 앞세워 지지층 결집’…강서구 내 충청표심 공략 나선 국민의힘

다만, 후보자의 실현 가능한 공약이 선거의 ‘필수적 요소’인건 분명하나, ‘절대적 요건’은 아니다.

유권자들은 후보의 공약만 보고 투표하지 않는다. 흔히 선거 때만 되면 각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해보고 뽑겠다는 유권자가 적지 않지만, 정작 각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이나 정책은 잘 모른 채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유권자도 상당하다.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 지자체장 등을 선출하는 지방선거와 달리,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처럼 홀로 치러지는 선거는 투표율이 높지 않다. 따라서 각 정당을 지지하는 열성 지지층이 얼마나 투표장에 나가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민주당은 공약을 강조하기 보단, ‘정권심판론’에 방점을 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5일 본인 유튜브 채널에 올린 강서구청장 보선 사전투표(6일과 7일) 독려 영상을 통해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국민이 하는 것으로, 주권자인 여러분이 행사하는 한 표가 나라와 내 지역의 내일을 결정할 수 있다”며 “특히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은 정권의 폭정을 멈추고 강서구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5일 공개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5일 공개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지난 4일 진교훈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 심판의 민심이 강서에 결집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강서구에 국한된 선거가 아니다. 퇴행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냐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라며 “강서구민들께서 이번 선거를 통해 윤석열 정부 심판을 시작해 주길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정권심판론은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 투표장에 나가도록 독려하겠다는 의도인데, 현재 강서 갑‧을‧병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 모두가 민주당 소속일 정도로 강서구는 민주당 강세지역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권에 분노하는 지지층이 투표장에 가서 투표만 한다면 승리할 것이란 계산이 깔려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권심판론을 앞세운 지지층 결집’이라는 민주당의 선거 전략은 역효과를 연출하기도 했다. 김태우 후보의 선거운동원은 지난달 30일 선거운동 과정에서 민주당 여성 지지자로부터 폭행을 당했고, 지난 2일엔 김태우 선거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태 국민의힘 강서을 당협위원장의 추석인사 현수막이 불에 타 훼손됐다.

이와 관련, 김태우 후보는 입장문을 내고 “보선을 앞두고 선거테러가 극에 달했다. 연이은 선거테러의 배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 더럽고 치사한 반칙까지 일삼는가”라고 따져 물으며, 선거테러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강서구가 민주당 강세지역이라는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충청 표심 공략에 나섰다.

강서구 유권자는 대략 50만명 정도라고 한다. 50만명 중 충청 출신이 30%, 호남 22%, 영남 18%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민의힘은 상당수를 차지하는 충청 표심에 호소하기 위해 충청권에서만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진석‧정우택 의원을 김태우 선거캠프 명예공동선대위원장으로 위촉했다.

또 충북 영동 출신으로 강서구 소재 화곡중‧화곡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흥신학원의 설립자인 부친을 두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과 천안 소재 단국대 의과대학 및 대전에 위치한 카이스트에서 교수를 지낸 바 있는 안철수 의원은 선대위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운데)와 보궐선거 선대위 상임고문인 안철수 의원(왼쪽), 명예공동선대위원장 정진석 의원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신시장을 찾아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운데)와 보궐선거 선대위 상임고문인 안철수 의원(왼쪽), 명예공동선대위원장 정진석 의원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신시장을 찾아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원순‧오거돈‧안희정 보선 비용 960억원…“김태우가 잡범? 음주운전까지 있는 전과4범 이재명이야 말로 진짜 잡범”

민주당은 정권심판론 전략 외에도 강서구청장 보선이 치러지게 된 원인 제공자가 김태우 후보임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했던 김태우 후보는 2018년 12월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등을 폭로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 받아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3개월 뒤 지난 8월 15일 김태우 후보를 특별사면 했는데, 민주당은 이를 두고 “유죄 확정 판결된 범죄자를 고작 몇 달 만에 사면·복권시켰다. 귀책사유가 있는 사람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로 냈다”며 “강서구민은 비리 범죄자를 사면하고 재공천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을 심판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특히 김태우 후보를 겨냥해서는 “김 후보가 (문재인)청와대에서 한 일은 골프 접대 받고, 건설업자 비호하고, 셀프 인사 청탁한 파렴치한 행위인데, 공익제보자 운운하며 마치 본인이 피해자인 양 위선적 행태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며 “건설업자와 유착한 잡범”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 비용은 40억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40억원의 세금이 소요된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는 건 맞다.

그러나 민주당이 보선 원인 제공 및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는 물음표가 뒤따른다. 박원순‧오거돈‧안희정 등 과거 민주당 인사들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중도 낙마한데 따른 보선 비용은 960억원에 이른다는 게 김태우 후보의 지적이다.

아울러 ‘건설업자와 유착한 잡범’이란 비난도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란 반박이 나온다. 민주당 당 대표의 경우 ‘음주운전’ 경력까지 있는 전과4범으로, 국민의힘 신주호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4일자 논평에서 “이재명대표야 말로 진짜 잡범 아닌가”라고 반격했다.

누가 강서 발전을 이끌 적임자인가?

혹자는 말한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패배하는 정당은 메가톤급 충격이 있을 거라고.

만약 김태우 후보가 패배한다면, 김기현 지도부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당 쇄신론에 불씨가 당겨질 것이란 게 당내 일각의 관측이다.

다만, 강서지역이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는 점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다면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내려질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반대로 진교훈 후보의 패배로 귀결될 경우 텃밭에서 패배한데 따른 이재명 지도부의 책임론이 비명계를 중심으로 부각될 것인데,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위기감이 당내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강서구민들의 구청장 선택 기준은 정당이 아니라 ‘누가 강서 발전을 이끌 적임자인가’가 되어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거주지의 주거‧교육‧복지‧환경 등을 개선시킬 적임자가 누구인가를 판단하는 게 선택 기준이 되어야하지, 정당이 최우선 선택 기준이 된다면 강서 발전은 하세월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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