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제동 걸린 50년 주담대, 오르는 대출금리…시중은행은 '눈치' 서민들은 '심난'

[분석] 제동 걸린 50년 주담대, 오르는 대출금리…시중은행은 '눈치' 서민들은 '심난'

  • 기자명 박소연 기자
  • 입력 2023.08.2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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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박소연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의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을 언급하면서, 시중은행들의 ‘눈치보기’가 시작됐다.

NH농협은행이 50년 만기 대출을 중단한 것을 시작으로 경남은행도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여타의 시중은행들도 취급 조건 등을 변경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 규제의 우회수단이 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된 50년 만기 주담대.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해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대출이 증가한 것은 부동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택거래가 늘면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또 은행들은, 당초 정부가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50년 만기 주담대를 그 방안으로 제시했고,, 은행들은 이러한 기조를 따랐을 뿐인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기존에 없던 장기 주담대가 출시되면서 기존 대출자들이 매달 갚아야할 원금과 이자를 줄이기 위해 50년 주담대로 갈아탄 경우도 고려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서민들이 초장기 대출을 통해 빚을 내 집을 사겠다는 수요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민들이 원리금을 줄이기 위해 대출 상품을 갈아타는 수요도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디딤돌‧버팀목 대출금리도 인상되면서 서민들의 주거 마련 부담은 점점 더 커지는 모양새다. 청약저축 금리도 함께 올랐지만 탈퇴자 규모 대비 역부족이고,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기에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사진제공 = 연합뉴스

 

50년 만기 주담대가 문제일까?

지난달부터 시중은행 등에서 출시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은 서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만기가 길어 대출 한도가 올라가고, 은행에 매달 내야할 돈이 줄어들기 때문에 신규 대출자는 물론 기존 대출자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주요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내놨다. 농협은행이 지난달 5일, 하나은행이 7일, 국민은행이 14일, 신한은행이 26일부터 판매를 시작했고, 우리은행은 지난 14일부터 주담대 만기를 최장 40년에서 50년으로 확대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한 원인 중 하나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지목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NH농협은행은 상품 출시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판매중단을 선언했고, 이어 다른 시중은행들도 상품 조건 변경 등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 중단 소식이 들려오자 가입 ‘막차’를 타야한다는 압박감에 수요가 몰리기 시작했고,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1천748조9천억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10조1천원 늘었다. 2분기 주담대 잔액은 1천31조2천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4조1천억원 증가했다.

주담대 증가폭은 1분기(4조5천억원) 대비 세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5대은행 가계 대출 규모는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679조2천208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 5월 17개월만에 증가세 전환한 뒤 세 달 연속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당국의 지적에 시중은행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가계부채 증가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지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 금리 동결의 지속, 부동산 시장 변동성의 영향 등 많은 요인이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하는데 은행만 저격받는 것이 당황스럽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가 대출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이 적정했는지를 살펴보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초부터 은행들은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한다고 비판 받으며 대출 금리 인하 관련 압박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대출이 과도해 가계부채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당황스러운 모습이다.

50년 주담대 상품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DSR 규제 완화의 대안으로 추진된 정책 방향이고, 은행들은 이 정책 취지에 따른 것인데 이제와서 가계부채 증가 ‘주범’으로 지목됐다는 항변이다.

물론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이 DSR 규제를 우회할 여지에 대해 살피고, 상품 가입 과정에서의 소득심사나 사후 연체 관리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근본 원인 파악의 시작점을 은행들에게만 두고 파헤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사진제공 = 연합뉴스

 

청약 저축 금리 올라도 ‘거기서 거기’?…디딤돌‧버팀목 대출금리도 인상

주택청약저축 금리가 연 2.1%에서 2.8%로 오르고, 우대금리 1.5%포인트를 주는 청년 우대형 종합저축 금리도 연 3.6%에서 4.3%로 인상한다.

지난 17일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 주택청약저축 금리를 2.8%로 0.7%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청약저축 금리를 6년 3개월 만에 2.1%로 올렸는데, 7개월 만에 다시 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이다.

아울러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전세자금 대출(버팀목)과 주택구입용 대출(디딤돌) 금리도 인상된다. 정부가 청약저축 금리 인상과 함께 동결해왔던 정책기금 대출 금리를 올리기로 한 것이다.

디딤돌 대출 금리는 2.15∼3.0%에서 2.45∼3.3%로, 버팀목 대출 금리는 1.8∼2.4%에서 2.1∼2.7%로 조정된다. 다만 뉴홈 모지기, 전세사기 피해자 대출, 비정상 거처 무이자 대출 등의 정책대출 금리는 동결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청약통장 혜택을 대폭 확대했지만 가입자들의 해지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583만7293명이다. 이는 지난 4월 말(2600만3702명)과 비교해 16만6409명 줄어든 기록이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지난 2022년 6월 2703만1911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13개월 연속 감소세다.

이처럼 청약 통장 가입자 수는 감소하고 탈퇴가 확대된 이유는, 청약통장의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야 전국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감소세에 접어들었지만 서울과 지방 양극화 현상을 해결할 정도는 아니다.

아파트 청약 경쟁률도 서울 등 수요가 몰리는 곳에만 집중되고, 지방은 여전히 미달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중으로 디딤돌‧버팀목 대출금리가 오를 예정이라, 서민들의 주거용 대출이자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버팀목대출의 경우 변동금리이기 때문에 기존 대출자도 오른 금리가 적용된다.

또 이달 30일 이후 대출을 실행하는 신혼희망타운 수익공유형 모기지 금리도 기존 1.3%에서 1.6%로 0.3%P 인상될 예정이어서 입주예정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단지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이용해야 하는데도 충분한 설명 없이 고정금리인 대출 상품의 금리를 올리는 것은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를 들어 신혼희망타운을 분양받은 이가 3억원을 20년 만기로 대출받았다고 했을 때, 1.3% 금리를 적용하면 총이자가 3,000만 원이지만, 1.6%로 오르면 4,000만 원으로 1,000만원 정도를 더 부담하게 된다.

즉 기존 입주자와 아직 입주가 시작되지 않은 입주예정자는 며칠 차이로 갚아야 할 이자가 달라지는 셈이다.

이번 인상과 관련해 국토부는 금리 인상은 청약 저축 금리 인상과 함께, 기금 조달 금리를 고려한 주택도시기금 운용계획 변경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감원장 / 연합뉴스 제공 
이복현 금감원장 / 연합뉴스 제공 

 

은행 현장 점검 나서는 금감원

한편 금감원이 시중은행부터 지방은행, 인터넷은행까지 가계대출 급증과 관련해 전방위 현장점검에 나선 가운데, 주담대 제도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4일 금감원은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주요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지방은행 순으로 가계부채 증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현장점검에 나섰다.

이번 검사에서는 은행들이 대출 규제를 제대로 준수했는지, 담보 가치평가나 소득심사 등 여신심사 과정은 적정했는지, 가계 대출에 대한 질적 구조 개선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등을 점검한다.

앞서 이 원장은 “가계부채는 관리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관리가 과거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에,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산정 과정이 적절한 지 실태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50년 만기 주담대와 관련해서는 "변동금리 베이스로 대출이 나가는 상황에서 인생 주기별 소득 흐름이 있는 것인데, 금리 변동 상황이 50년 이내에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금리 변동 상황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렸을 때, 소득 범위가 넘어가는 지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려 안 하고 모델을 만든 걸 수도 있고 여러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퍼블릭 박소연 기자 / syeon0213@thepublic.kr

더퍼블릭 / 박소연 기자 syeon0213@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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