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기정사실화'된 이재명 사천논란...문학진 불출마 반발이 심상치 않은 까닭

[심층분석]'기정사실화'된 이재명 사천논란...문학진 불출마 반발이 심상치 않은 까닭

  • 기자명 최얼 기자
  • 입력 2024.02.1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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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이 꼴찌 했대요”이재명 불출마요구 전화에...문학진 ‘비선개입 의혹’제기 
문학진 반발에...이재명 “당의 공식 결과”VS 野원로들 “여의도에 비선공천 개입얘기 파다”
문학진 불출마 반발에...한동훈 “이재명의 대장동식 공천” ‘돌직구’
이재명 ‘사천논란’,총선기간 내내 불거질 수 밖에 없는 이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더퍼블릭=최얼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른바 ‘사당화 논란’이 문학진 전 의원의 폭로로부터 본격화 되고 있다. 문학진 전 의원이 이 대표의 공천업무를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문학진 전 의원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며 '공천적합도' 조사결과를 근거로 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비선조직에서 수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 대표는 "과민반응"이라며 정면 부인했다. 

그러자 문 전 의원과 야권 원로들은 이 대표가 실시했다는 여론조사를 공개하라고 촉구했고, 문 전 의원은 이 대표에게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에 후보자 경쟁력 조사를 실시하자고 역으로 제안한 상황.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 공천에 대해 “대장동식 공천”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추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더불어 공천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고 나설 것을 예고한 셈이다.

다만, 민주당의 불공천 공천논란에도 실제 이 대표가 문 전 의원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가 실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게 된다면 원활한 공천을 실시하기가 어려워, 이를 공개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문 전 의원의 불출마 논란을 중심으로, 추후 민주당에서 불거질 수 있는 공천논란에 대해 자세히 짚어봤다.  

“형님이 꼴찌 했대요”이재명 불출마요구 전화에...문학진 ‘비선개입 의혹’제기 

이미지-채널A보도화면 캡쳐

지난 14일  문 전 의원은 이날 오전 SNS에 "나는 지난 1월 27일 오전 9시 41분에 이재명 대표의 전화를 받았고, 이 대표는 대뜸 '형님이 꼴찌했대요'라고 말했다"며 "이 대표는 '후보적합도 조사결과 안태준이 31%, 신동헌과 박덕동이 각 11%, 형님이 10% 나왔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터무니없는 수치라고 하자 이 대표는 '거기(경기 광주을)는 전략지역이기 때문에 그 수치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며 나이 등을 들어 불출마할 것을 종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자신의) 친위 부대를 꽂으려다 보니 비선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고, 누가 보아도 납득할 수 없는 수치를 조작한 것"이라며 "이 대표에게 전화를 넣었지만 지금까지 응답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문 전 의원은 이 대표가 근거로 제시한 '후보적합도 조사결과'를 당의 공식 조사가 아닌 이 대표의 비선조직이 조작한 수치라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후보간 적합도 차이가 20%p 이상이 나면 경선 없이 단수공천을 줄 수 있게 돼있는데, 어떻게 네 명의 후보의 적합도가 공교롭게도 31%-11%-11%-10%로 짜맞춘듯이 딱 20~21%p 차이가 날 수 있느냐는 의혹이다. 

아울러 문 전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표로 있던 시절부터 정치에 입문한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인지도도 거의 미진한 안태준 전 GH사장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했다는 내용도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문학진 반발에...이재명 “당의 공식 결과”VS 野원로들 “여의도에 비선공천 개입얘기 파다”

정대철 헌정회장(사진 왼쪽)과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정대철 헌정회장(사진 왼쪽)과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날 문 전 의원이 제기한 ‘비선 공천개입’의혹이 당의 ‘공식조사 결과’라며, "그분이 아마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셔서 그런지 과민하게 반응하신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이 대표가 문 전 의원 등과 통화한 사실은 맞지만, 그 취지는 선배와 중진급 후보자들에게 새로운 후배들에게 정치입문의 길을 터달라는 당부의 취지"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 쇄신의 의지가 강하고 소위 말하는 '올드보이' 청산에 대한 의지도 있다"며 "그 의지를 실행하는 단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야권에서는 이 대표의 이른바 ‘비선 공천개입’논란이 수그러들기는 커녕, 권노갑 상임고문과 정대철 헌정회장 등 당내 원로 인사들이 이 대표 비선(秘線) 조직 개입논란을 직격하고 있다.

권노갑 고문과 정대철 회장, 이강철 전 노무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강창일 전 의원은 14일 공동 명의 입장문을 통해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당내 상황이 심히 우려돼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며 "비선 조직이 공천에 개입한다는 소문이 여의도에 파다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경기도팀 등 정체불명의 비선 조직이 공천에 개입한다는 소문이 여의도에 파다하다"며 "공당의 공천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인데, 공천 과정이 불투명하다면 어느 누가 그 당을 신뢰하겠느냐"고 우려를 표명했다.

아울러 "우리 (민주)당에는 시스템 공천 제도가 확보돼 있다. 모든 후보가 신뢰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밟기를 바란다"며 "이미 비선의 개입으로 그 공정성이 의심되는 바, 경기 광주을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간 경선을 실시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재명 “당의 공식조사”입장에...문학진 여론조사 ‘공개요구’

야당 원로들의 이 같은 주장에 문 전 의원도 공정한 경선실시와 여론조사 결과 공개를 촉구를 이 대표에게 촉구했다. 

앞서 문 전 의원은 작년 12월16일과 지난달 27일 이 대표로부터 2차례 전화를 받았고, 첫 번째 전화에서는 “나이가 너무 많다”, 두 번째 전화에서는 “여론조사에서 꼴찌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문 전 의원은  안규백 전략공천위원장에게 이재명 대표가 실제 이 같은 여론조사를 실시했는지를 물었고, 안 위원장으로부터 “실시한 바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문 전 의원은 15일 SNS를 통해 “어떤 조사결과든 당사자들이나 관계자들이 그 절차와 결과에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나는 이렇게 제안한다”며 “후보자들과의 합의하에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기관 2군데를 선정해서 (설문내용과 조사대상도 후보자간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묻는 조사를 실시하자. 그렇게 도출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당의 공식기구에서 논의해 결론을 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문 전 의원은 이 대표가 '당의 공식 조사결과'라고 일축한 데 대해 “그렇다면 그 조사가 당의 어떤 기구에서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설문내용은 무엇이었는지 공개해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문학진 불출마 반발에...한동훈 “이재명의 대장동식 공천” ‘돌직구’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국군대전병원을 방문해 병원 현황에 대해 경청하고 있다(연합뉴스)

문 전 의원의 공개반발에 민주당 뿐 아니라, 국민의힘에서도 이 대표 공천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이름도 모르는 경기도 출신 측근 인사를 내리꽂기 위해 사람을 제친다"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가) 당의 공천을 대장동 다루듯 하는 것 같다"며 "안규백 의원이 (불출마 종용 근거가 된) 여론조사는 한 적 없다고 하니 '그럼 경기도팀이 했나' 이런 얘기를 했다. 대장동 비리가 그렇게 이뤄진 것 아닌가. 어떻게 공당을 대장동 비리 하듯 운영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 식의 정치를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막아내겠다"며 "만약 제가 아는 사람 꽂으려고 그런 식으로 했다면 여러분이 어떻게 하실 것 같나. 그건 정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서울 마포갑)에 출마, 5선에 도전하는 것을 두고선 "이재명 대표가 저렇게 출마하는데, 자기는 안 나가겠다고 생각하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모든 것은 이 대표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아무리 뻔뻔해도 '나는 억울한 기소고, 노웅래 기소는 수긍할 만하다' 이런 얘기를 할 수 있겠나"라고 비꼬았다.

이재명 ‘사천논란’,총선기간 내내 불거질 수 밖에 없는 이유

시사쇼 정치다 방송화면 캡쳐

여권 성향의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도 다음날(16일) 본인의 유튜브방송을 통해 이 대표 공천을 비판하고 나섰다. 최 전 편집장은 문 전 의원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며 “어떻게 20%이상 문학진 보다 안태진이 높은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전했다. 

아울러 문 의원이 요구한 여론조사 공개 및 실시 여부에 대해 “절대 이재명 대표가 수용할 수 없으며, 이 대표는 분명 공천논란에 대해 침묵할 것”이라며, 이 대표가 추후 발생할 수 있는 공천논란에 대해서도 이를 뭉개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만약 이 대표가 문 전 의원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민주당의 공천논란은 진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문 전 의원은 이 대표 대선후보시절 특보단장을 지내 이 대표와 주변 인물들을 잘 알고있는 인물로 전해지는 터라,  ‘비선 공천개입’의혹이 단순한 공천반발로 치부되긴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해명보다 문 전 의원의 반발에 더 신빙성을 부여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 대표가 공정한 경선을 진행하더라도, 공정성 논란을 떨쳐낼 수 없다는 의미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문 전 의원 뿐 아니라, 노웅래 의원, 인재근 의원 등 여러 인사들에 대한 공천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이 논란 외에도 지난 13일 민주당에서는 밀실회의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조정식 사무총장, 정성호 의원, 박찬대 최고위원,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이 모여 의원들(노웅래, 기동민, 이수진 등)의 공천배제를 논의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최 전 편집장은 ‘사천논란’에 대한 이 대표의 해명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지뢰를 밟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정기남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는 "원래 당의 조사를 발표하는 경우는 20~30년동안 없었다. 모든 후보들이 신뢰돼야하는데, 문 전 의원 말처럼 진짜 비선개입이 있었다면, 이는 민주당이 사당화 됐다는 거다"라며 "이미 문제가 제기된 이상, 민주당 지도부가 이에대한 조사와 확실한 입장이 있어야한다"고 직격했다. 

결국 이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총선기간 동안 사천논란에서 자유롭긴 힘들다는 것이다. 

 

더퍼블릭 / 최얼 기자 chldjf121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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